우리가모두떠난뒤
내영혼이당신옆을스치면
설마라도봄나뭇가지흔드는
바람이라고생각하지마
나오늘그대알았던
땅그림자한모서리에
꽃나무하나심어놓으려니
그나무자라서꽃피우면
우리가알아서얻은모든괴로움이
꽃잎되어서날아가버릴거야
꽃잎되어서날아가버린다
참을수없게아득하고헛된일이지만
어쩌면세상모든일을
지척의자로만재고살건가
가끔바람부는쪽으로귀기울이면
착한당신,피곤해져도잊지마
아득하게멀리서오는바람의말을
바람의말/마종기
내방의불을끄고창밖을내다보고있어요
초여름깊은밤의정적이
그대로묻어들고있는것같아요
아시지요?
이것이제가아프면하는행동이라는것을…
남들처럼제대로살고있지못하는
나자신을들여다보게되면
나자신에대한끝없는책망을하게되어요
이렇게밖에살수없었느냐고……
그러다가스스로나자신을옹호하기도해요
어쩔수없었지않았느냐고…
그러면서도
이밤
전…제자신을용서할수가없네요
저빗속을뚫고어디론지달려가고싶은밤…
나를옭아매는수많은줄들을끊고싶은밤…
앞으로갈수없는길은
기어오르는것인가
벽이면담이면달라붙어
드디어는넘어서는것인가
……………
우리들의사랑은노래가아니라
달라붙는것임을
달라붙어소리없이넘어서는것임을알았다
‘담쟁이’중에서/윤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