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비가간간히뿌리던어느날아침

보타닉가든에서만난특이한다알리아꽃들….

무언가창을두드리는소리에눈을떳다.

가만히귀를세우고듣는다.

침대바로뒤에있는유리창을빗줄기가치는소리다.

눈을들어동쪽으로난커다란창을본다.

비오는날은나뭇잎의진초록색이더욱짙은색이되어서반갑다.

그큰유리창에가득한무성한녹색이가슴을설레게한다.

참이쁘기도하지…혼잣말을해본다.

꼬박나흘간을앓았다.

지금이화요일새벽이니까…

아들때문에시작한두통이었지만

계속마음속에서일어나던이런저런갈등으로인한싸움때문에

더심하게앓은것같다.

머리속을바늘끝으로찌르는심한고통은견디기어렵다.

그럼에도정신은말짱해서생각하고또생각한다.

그사이에아들은몇번씩내방을드나들었다.

엄마.좀괜찮아?하면서…

핸드폰을끄고있으니까집전화벨이가끔울렸다.

전화받기도힘이들어받지않고있으니녹음기가절로돌아간다.

"자매님.이번에한국학교골프후원회평가회를목요일저녁에힐튼호텔에서하기로했어요…."

성당의루시아전화.

"이디아씨.전데요.제가롱아일랜드에서열리는골프시합에취재기자로일주일동안참석하기로되어서

이번수요일에있을미팅에갈수가없습니다…"

이것은문인회에서온전화.지난번에문학세미나가있었고난그때는팔팔해서사회를보기도했었다.

이것역시그날의평가를갖는미팅에관한전화다.

그리고또친구들의전화…

하나도받지않고그대로둔다.

내가이렇게꼼짝없이누워있다는것을알리고싶지않다.

널싱홈에서온전화도있었다.

녹음기가돌아가던이전화는억지로손을뻗어서침대옆의전화를받았다.

엄마가넘어져서조금다쳤다는전화.

괜찮다는간호원의말을믿어보기로한다.어쩔수없다.

내가지금운전을할수가없으니까.

주일오후마다에니카를봐주어야하는데에니카아빠가에니카를데리고왔다.

내가갈수없었으니까…

혼자서거실에서놀다가이모방,삼춘방,내방을왔다갔다잘놀아준다.

그러다가자기키만한내침대의높이를

안간힘을써서올라와내곁에와서같이눕기도한다.

아이의보드라운몸을다둑거려주면서문득생명의퍼득거림을감지한다.

오래전에아이들을데리고집을나왔을때…그첫날에에니카의임신을알았다.

그리고에니카가태어나고그새생명의꼬물거림을보면서

난얼마나뜨거운생의깊이에전율하였던가…

에니카는나와우리아이들에게희망을심어주었다.그렇게…

에니카..몇살이지?

포앤핼프.엄마.

그~래.우리에니카많이컷네…하면서엉덩이들다둑여준다.

집앞에있는수영장에가자는것을다음에데리고간다고얼려준다.

나는먹지못하지만냉장고에서이것저것꺼내서먹게해준다.

그러다주일밤늦게다시데리러온자기아빠의손을잡고갔다.

상처와실패투성이어도삶은소중한것이다.

그럴수록나는더욱가치있게살아야한다.

그럼에도때론지천명이넘은내가꿈꾸는것은

해변에서모래성을쌓는것이나마찬가지아닐까…하는생각도든다.

하지만행복과불행,기쁨과슬픔,고통과치유…일상중에서찾아오는이런감정들을

그저견디면서살아야한다는것도안다.

내자신을단련하면서내앞에놓여지는생을건너야한다.

………..

창밖의비오는풍경을바라보다일어나샤워를한다.

몸을움직이는데하나도불편하지않다.머리도말짱하다.

앓을만큼앓고다나았다는뜻일거다.

오늘은출근을해야한다.

엷게화장도한다.

캘리포니아에서태어난일본인2세인매니저와미국인수퍼바이저와

이제갓대학을졸업하고들어온새내기두명..미국남자애하고멕시코여자애다.

이게내부서의식구다.

모두한결같이친절하고따뜻한사람들이다.

검정색란제리와검정색스타킹을집어든다.

주름을많이넣어후리야로만든검정색실크스커트와검정색니트셔츠를꺼낸다.

그리고거울을들여다본다.

단정하다.

눈이좀들어간것같지만뭐…하고나는거울속의나를향해서싱긋이웃어준다.

오늘은퇴근하면서또널심홈의엄마를찾아가봐야한다.

넘어졌다는데…괜찮다는데…그래도엄마의얼굴을봐야지.

현관문을나서니빗줄기가더세졌다.

나는핸드백을어깨에걸치고차고까지힘차게뛰어갔다.

삶이란자신을망치는것과싸우는일이다

망가지지않기위해일을한다

지상에서남은나날을사랑하기위해

외로움이지나쳐

괴로움이되는모든것

마음을폐가로만드는것과싸운다

슬픔이지나쳐독약이되는모든것

가슴을까맣게태우는모든것

실패와실패끝의치욕과

습자지만큼나약한마음과

저승냄새가득한우울과쓸쓸함

줄위를걷는듯한불안과

지겨운고통은어서꺼지라구!

나의싸움/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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