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른아침에보타닉가든에갔습니다.
어쩌면자유로운토요일을즐길수있는것은앞으로두번정도밖에없습니다.
그다음부터는한국학교개강준비때문에학교에출근해야하니까요.
오늘은혼자서갔기때문에마음이편안하였습니다.
왜냐하면사진반이랑모이는주일아침엔제가더머무르고싶은장소에서
따로오래있을수가없더라구요.같이행동해야하니까….
하지만오늘은여유로웠습니다.
6시가조금넘은시간이라사람들도별로없었습니다.
저처럼카메라를삼각대에끼고걸어다니고있는미국인들몇몇만보았습니다.
보통7시가넘으면이른산책을나오는사람들을만날것입니다.
난먼저장미정원으로갔습니다.
이른아침맑은이슬을머금고있는장미송이들은말로표현할수없을만큼아름다웠습니다.
하얀색,노랑색,분홍색,진홍색,….디카로는잡아낼수없는장미꽃들의아름다움을
망원렌즈를확대시켜서한송이씩…이슬을머금고있는꽃들을담았습니다.
정원가득히흘러넘나드는향기는가슴속으로스며들었습니다.
이길저길…곳곳에색색의꽃길이있습니다.
Mint만심어져있는곳은그만의향기가있습니다.
이토록아침이아름다울수가없습니다.
방긋이떠오른햇살이따갑게비추어주지만그햇살마저사랑스럽습니다.
가는길마다다른향기가산들바람에실어져날라옵니다.
두시간정도돌아다니면서사진을찍다가이번에는백합정원으로갔습니다.
가운데에조그만한분수를만들어놓고그주위로온통백합이활짝피어있습니다.
아….세상에서이토록아름다운향기가있을수있을까…가슴이먹먹하여집니다.
사람이만든그어떤향이고운향수보다더진하고도아련합니다.
풍성한백합꽃이만발한옆으로그늘이진벤취에앉아서잠시쉽니다.
멀리바라다보이는호수의잔잔한수면위로는백조들이놀고있습니다.
얼굴의땀을닦으면서꽃향기속에파묻혀봅니다.
불현듯에니카가떠오릅니다.
얼마전부터집에오면그림도그리고글도쓰면서놀때가있습니다.
그만큼컸다는것이겠지요.
그러다가저한테봉투를하나달라고합니다.
편지봉투를건네주고어떡하나지켜봅니다.
에니카는자기가그림도그리고글도쓴종이를차곡차곡앙증맞도록작은손놀림으로접습니다.
그종이에는daddy라고유난히많이씌어있습니다.
물론mommy도썼고,제이름과삼춘이름도썼습니다.
네살이니까거기까지가한계입니다.
그리곤편지봉투에넣고는스카치테프로붙입니다.
그편지봉투위에하트를그린다음에lovedaddy라고씁니다.
그러면서아빠가자기를데리러올때줄거라고합니다.
제가묻습니다.
"에니카..왜그렇게해서아빠에게줄려고하니?"
"엄마..난아빠를사랑하거든.그러니까이렇게만들어서주는거야."
그날밤늦게에니카를데리러온에니카아빠에게그이야기를했습니다.
그랬더니자기는매일에니카로부터하루에한개씩그렇게편지를받는다고합니다.
물론에니카는자기엄마보다아빠를더좋아합니다.
그리고에니카는알고있는것입니다.
사랑하니까…좋아하니까…자기가만든것을주고싶다는것을…
어린아이도자기의전부인아빠엄마에게어떻게해야하는지압니다.
그렇게사랑이란….끊임없이자기의마음을표현하고…그리고주고싶은것입니다.
이세상에서가장큰힘은서로사랑하는사람을통하여
용기와신뢰를쌓아가는것일겁니다.
늘하던것처럼내일저녁에는에니카를데리러갈껍니다.
그리고여느때처럼저는깊고뜨겁게에니카를꼬옥안아줄것입니다.
에니카를통해서사랑은말없으면서도상대방을위한끝없는몸짓이라는것을다시느낍니다.
알은젊었을때화가이자도예가였다.그에게는아내와두명의훌륭한아들이있었다.
어느날밤,그의큰아들이심한복통을호소하기시작했다.단순히배탈이난것으로생각했기때문에
알과그의아내는그다지심각한상황으로여기지않았다.
그러나그것은사실급성맹장이었고,아이는그날밤갑자기죽고말았다.
좀더신경을썼더라면아이가죽지않았으리라는사실을안알은
심한죄책감때문에극도로정신이쇠약해졌다.불행이겹치느라고얼마뒤그의아내마저
여섯살짜리어린아들을남겨둔채집을나가고말았다.
알의죽음을전해들은나는아무것도남기지못한채허무하게인생을소비한사람에게
세상이흔히보내는약간의경멸감같은것을갖게되었다.나는생각했다.
‘얼마나큰손실인가!그야말로헛되이낭비하고만인생이아닌가!’
그런데세월이흐르면서나는그가혹한평가를수정하지않을수없게되었다.
아버지마저세상을떠나고혼자남은알의아들어니가어느덧어른이된것이다.
어니는내가알고있는사람중에가장친절하고,선하고,사랑이넘치는인물이었다.
나는자녀들과함께지내는어니를지켜보곤했는데,그들사이에는언제나자유롭고활기넘치는
사랑이오가고있었다.그런애정과세심함이어디서생겨난걸까나는궁금했다.
나는어니가자신의아버지에대해이야기하는걸별로듣지못했다.
알콜중독으로생을마친사람을변호하기란쉬운일이아니니까….
어느날나는용기를내어어니에게물었다.
"난이해할수없는것이있다네.내가알기로는자네를키운사람은자네의아버지뿐인데,
도대체알콜중독자인아버지가어떤방법으로자네를이토록특별한인간으로키웠는가?"
내질문을받고어니는잠시동안말없이생각에잠겼다.그러더니이윽고입을열었다.
"내가아주어렸을때부터대학에들어가기위해집을떠날때인열아홉살때까지,
아버지는매일밤잠자리에들기전이면제게키스를하며이렇게말씀하셨습니다.
‘얘야,난널사랑한다.’그것이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