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魂에 불을 놓아 Posted on 2006년 8월 20일2016년 1월 26일 by 느티나무 촘촘히살이박힌빗으로아침마다머리를빗듯 내헝클어진꿈들을모두일으켜빗질하고싶다 허연고뇌의먼지도말끔히털어내는시간 명주실처럼탄탄하고질긴내사랑의올을 가지런히빗겨땋아놓고싶다 그러나가늘게날이선빗으로도 빗질할수없는아픔 벗겨도말안듣는아픔은어떻게해야할까 머리를빗듯/이해인 이별보다더아름다운슬픔은없다 수없이망설이며사랑하는것들을떠나보낸뒤 하얀라이락향기로피어오르는나의눈물 이별은야속하게손을내밀지만 서늘한눈의자비를베풀며떠나려한다 철없는나를거울앞에세워 새옷을입혀놓고돌아서는친구 내가비로소유순한영혼으로 당신께돌아와문을여는자유 사무치던그리움은새가되리라 훨훨날으고싶은기도와뉘위침의産室 이별보다더후련한비애는없다 아름다운슬픔/이해인 외출했다돌아온나의빈방에 흰무명옷을빨아입은정갈한모습 말없이날기다려준고운눈매의너 손짓하지않아도밤낮내방을지키며깨어사는손님인가 천정에도,벽에도,문에도숨어있다가슴으로파고드네 죽고나면또어느누가이나무침대위에쉬게될까 지금은내가이자리에누워너를만난다 들을수록정다운카랑카랑한목소리뽑아네가노래를하면 나의방은신기한바닷속궁전이된다 지느러미하늘대는한마리물고기처럼 나는짜디짠밤의물을마신다 깨어사는고독/이해인 사랑한다는말은가시덤불속에핀하얀찔레꽃의한숨같은것 내가당신을사랑한다는말은 한자락바람에도문득흔들리는나뭇가지 당신이나를사랑한다는말은 무수한별들을한꺼번에쏟아내는거대한밤하늘이다 어둠속에서도훤히얼굴이빛나고 절망속에서도키가크는한마디의말 얼마나놀랍고황홀한고백인가 우리가서로사랑한다는말은 황홀한고백/이해인 언제쯤당신앞에꽃으로피겠습니까 불고싶은대로부시는노을빛바람이여 봉오리로맺혀있던갑갑한이아픔이 소리없이터지도록그타는눈길과숨결을주십시오 기다림에초조한내비밀스런가슴을열어놓고싶습니다 나의가느다란꽃술의가느다란슬픔을 이해하는은총의바람이여 당신앞에<네>라고대답하는나의목소리는 언제나떨리는3月입니다 고요히내魂에불을놓아 꽃으로피워내는뜨거운바람이여 내魂에불을놓아/이해인 책장에꽂혀있던이시집을뜬금없이꺼내서 주르륵책갈피를펼쳐보는데 무언가툭…떨어졌습니다. 아…그것은서울에있는친구가이시집을저한테항공편으로보내주면서 써보낸편지였습니다. 참이상하지요? 편지의날짜가1986.6.24라고쓰여있는데도 만년필로또박또박써내려간글씨가 바로금방쓴것처럼전혀퇴색하지도않고아주선명하거든요. 문득친구가그리워지고보고프네요. 여고때단짝으로붙어다니던친구였거든요. 지금…어떤모습으로어떻게지내고있을련지… 이해인수녀님의맑고고운詩를대하면서 늘갸날프기만하던…친구가 이밤에몹씨생각이납니다. 사방은점점사위어가는데… PhilCoulter-TheFlightofTheEar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