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그 씁쓸한 여운.

제가그소식을접하고난지일주일이되어가네요.

회사로부터그통보를받고난후부터

지난일주일동안제가한일중의하나는

퇴근하고집에돌아와서는저녁마다제방소파에푹파묻혀서

늦은여름해가길게드리워지고있는창너머를바라보는거였어요.

햇살이스물스물사라져가면서

어스름이깃들어오는것을

겸허하게맞아들이는것이어떤맛인지….아시지요?

그저….그렇게앉아서

여지없이찾아오는초저녁의넉넉함속에

깊게깊게…파고들어가면서제자신을추스리면서마음을안정시켰답니다.

님께서는기억하시나요?

제가젤로좋아하는이방에서

동쪽으로커다랗게자리잡은유리창넘어로

새벽에동이트는하늘을침대에누워서편안하게바라본다거나

저녁에는어둠이깃드는고즈넉함에함께젖어들면서

아늑한행복감에빠져들었던것을…

또는아침햇살이곱게무늬를수놓는것을바라보며

모닝커피를즐겨마시기를좋아하였다는것을….

그러나이제는이모든것들을즐기며볼수있다는것이얼마남지않았습니다.

그날벼락같은이야기를들었던날은지난금요일아침이었지요.

회사의경영방침상몇몇부서가다른주(州)로옮겨가야만한다고했는데

그몇몇에제부서도포함되어있었습니다.

하루종일어수선한분위기속에서지내다가

늘하던것처럼퇴근하고평일미사에참례하러갔습니다.

마침제가차를파킹하고있는중에바로옆으로수녀님께서차를파킹하시더라구요.

전수녀님옆에서서수녀님의팔에제팔을감으면서말했어요.

수녀님.저어쩌면시카고를떠나야할것같아요.

오랫동안한국학교에있으면서수녀님을도와드릴려고했었는데…죄송합니다.

제이야기를듣고난뒤의수녀님의놀라움…그리고한참만에절절한목소리가들렸습니다.

어떻해요.자매님…제오른팔이떨어져나간것같아요….

자매님만꽉믿고있었는데…

저도달리할말이없어서걍고개만푹숙였습니다.

그다음에는한미TV의담당기자에게전화를하여서

10월부터는제가더이상<독서세계>를할수없음을설명하였습니다.

이렇게일단저대신다른사람을구하여야하는곳에만연락을하였습니다.

23년동안의시카고에서의삶….결코짧은시간이아니지요.

결혼4년차로서너살된두딸의손을잡고서

새로운세상에조심스레발을들여놓으면서꿈을쌓았던…

그렇게정들이면서…살아왔던시간이만만치가않습니다.

저는이곳에서하느님이부를때까지살줄알았습니다.

그래서제뼈를성당뒤뜰나무숲에뿌려달라고아이들에게도말을했었는데….

막상떠날려고하니

젤로눈에밟히는것은역시널싱홈에계시는엄마입니다.

저녁마다제방창가에앉아서지는해를바라보면서눈가를적신것도

두고떠나야할엄마가마음에걸려서였습니다.

일주일에두어번씩찾아가서깡마른손을잡아보고

주름진얼굴을손바닥으로쓰담아드리면서

엄마.오래살아야해…하고몇번씩말을할때마다빙긋이웃으시던그얼굴…

물론먼델라인신학교근처에살고있는

제바로밑의여동생이있어서마음은놓입니다.

그리고에니카…입니다.

일요일저녁마다에니카를보면서

커다란즐거움과기쁨과감사함으로충만하였었습니다.

에니카는사랑그자체이거든요.

더군다나이번에한국학교유치반으로입학을하기로되어있는데…

아…어찌밟히는것들이이것뿐이겠습니까?

제가떠나고싶어서떠나는것이아니기에더욱가슴이아픕니다.

그이야기를전해들었던금요일저녁성당에가기전

거실에서아들과마주앉아솔직한제입장을말하였습니다.

정말미안해…아들아…이제일년만있음대학교에갈텐데…

지금이렇게학교를옮기게되어서어떡하니?

제이야기를다듣고난아들은말하였습니다.

엄마.괜찮아..난괜찮아..엄마랑같이갈께…

오랫동안같이지낸학교친구들하고헤어지기싫다고해서

회사가까운곳으로이사를하지도못하고

전매일회사까지왕복2시간정도운전을하면서수년동안다니고있었던것입니다.

그런데아들이그렇게말을해주니…역시많이컸나봅니다.

품안의어린애로만알았었는데…

오랫동안길들여가며살았던것과의이별은아픕니다.

익숙한것들과의결별은고통입니다.

하지만전선택을하였고,결단을내렸습니다.

떠남으로써살아남기위하여….

그나마다행인것은새로보금자리를틀장소가맘에든다는것입니다.

시카고에살고있으면서도좀여유가있는분들은

지금발전도상에있는그곳에부동산을많이구입하고있거니와,

노후에살기좋은기후를가지고있기때문에선호하고있는주입니다.

켈리포니아주,네바다주,유타주,콜로라도주,뉴멕시코주가둘러싸여있어서

산행과여행을즐겨하는저에겐안성마춤인장소입니다.

전…미리가서노후대책을한다고보아야할것같습니다-.-;;;

이세상에존재하는것중에어느것하나소중하지않은것들이없습니다.

그소중한인연과사랑으로맺어진줄을놓으면서떠나야한다는것…

견디기어려울만큼많이힘이들지만통과해야할길이라고여깁니다.

들에핀야생화한송이나풀한포기에도다하느님의뜻이있다고하듯이

어쩌면이것도다하느님의뜻이안배하여있지않을까….하는생각도해봅니다.

이제얼마있지않아제몸은시카고를떠나지만

저의정신은삶의희노애락이함께한이곳을벗어날수는없을것입니다.

깊은아픔이배인장소도있고…꿈이살아서꿈틀대었던곳도있었고…

시카고는내인생의한자락이휘날리는아름다운곳입니다.

언제나,

제마음의한갈피는늘이곳을향해열려있을것입니다.

QuelquesNotesPourAnna

사진은보타닠가든에서찍은것들을스켄해서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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