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렇게 흘러 갔습니다

조금전에에니카아빠가와서에니카를데리고가는바람에잠에서깨어났습니다.

내침대에서같이잠들었던에니카를보내고나니

잠도달아났고…덩그러한침대도보기가그렇습니다.

새벽1시…

다시잠들기가쉽지않아할수없이컴을키고앉습니다.

오늘아침에하이킹을하고오후에는에니카와작은딸과함께

집앞공원의카니발에갔었습니다.

해마다찾아오는카니발입니다.

작년에는아들과밤에갔었던기억이납니다.

그렇게시간은흐르지만

때가되면찾아오는것은찾아옵니다.

날씨가흐리고습도가높았지만그런대로아이가한시간정도즐기기에는딱좋았습니다.

나는에니카가이것저것옮겨다니면서재미있게노는모습을그저바라보았습니다.

에니카의함박웃음은때때로기계소리에묻혀버리지만

아이의행복해하는얼굴과몸짓은내얼굴에미소를짓게합니다.

저렇게앙증맞고귀여운아이를앞으로는자주못볼것입니다.

난한달후쯤에는이도시를떠날것이니까….

아직헤어지지도않았는데

섬뜩한그리움같은것이가슴속을헤집습니다.

집에돌아와저녁을먹는데

아이는입술을오무리고여러번씩씹어먹습니다.

그러다가나와눈을마주치자,

"엄마,Imissyou…."하고말합니다.

지난일주일동안못봐서그렇다고말하는아이….

자기아빠가무엇을먹을때는입술을꼭오무려서소리나지않게먹어야한다고말했다면서

그대로따라서하는아이…

저녁마다아빠에게준다고카드를만드는아이…

지금네살인에니카가바라보고있는세상은어떤세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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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엔제일친한친구와같이토요특전미사를참례한후에

저녁도같이먹고제가좋아하는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마시면서

오랫동안이야기를나누다가집에돌아왔습니다.

그리곤그이야기를들은후부터며칠동안잠을설친것을

어젯밤엔아주달게잘잤습니다.

이른아침에일어나서창문을내다보니많이흐립니다.

금방이라도비가올듯해서판쵸를두개배낭에집어넣었습니다.

혹시가져오지않은사람들이있을까봐…

약속장소로가는데빗방울이한두방울씩차창에떨어집니다.

어쩌면이렇게하이킹을하는것도오늘이마지막일지도모릅니다.

아니…일부러시간을내서더갈수도있을것입니다.

이곳을떠나야한다는사실이자꾸만가슴을먹먹하게합니다.

어쨋든오늘은이번금요일새벽에켈리포니아의킹스캐년으로원정등반을떠나는것때문에

준비회의를한후에하기로한하이킹입니다.

늘변함없이맞아주는자연은말이없습니다.

나무와숲속에서만느낄수있는고유한향내를맡으며세시간정도걸었습니다.

며칠동안이지역에비가와서그런지걷는동안

숲속나무밑둥지사이에돋아난버섯들을발견하였습니다.

색상도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버섯이름은하나도모르겠습니다.

이름도모르는버섯은그태어남자체로생명을뿜어내고있습니다.

그렇지요.

어디서산들어떻겠어요?

그저하늘에두둥실떠도는구름처럼

인생을엮어나가는자체가흐르는꿈같은것일진대….

새로운인연을맺으면서…연결고리를다시만들면서

그렇게들풀처럼순하게살아가야한다는것….

순리를겸손하게받아들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