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산과바다가산과바다의색깔을내는것이,

꽃과노을이꽃과노을의색깔을내는것이모두빛의고통에의한것이라는사실을

저는단한번도생각해본적이없었습니다.

이세상의모든아름다운빛깔이빛에의해그저당연히주어지는것이라고생각했지,

그아름다운색채를내기위해빛이그토록고통스러웠을것이라고는미처생각하지못했습니다.

-시인정호승-

깊은밤입니다.

따뜻한물로세수를하면서하루의피곤을씻어내곤

잠들기전의언제나의버릇처럼침대에누워서책의첫장을넘겼습니다.

며칠전서점에서발견한시인정호승님의<내인생에힘이되어준한마디>란산문집입니다.

그런데첫장에쓰여있는’색채는빛의고통이다’라는소제목을읽고는

갑자기가슴이아리고멍해졌습니다.

빛이사람들에게아름다운빛깔들을주기위해고통스러웠다면,

인간도고통을통하지않고는아름다워질수없다는말아니겠어요?

그러한작가의글을읽다가문득하나의삽화가떠올랐습니다.

그래서다시일어나주섬주섬겹옷을입고는컴앞에앉았답니다.

갑자기당신께꼭하고싶은말이떠올랐기때문입니다.

그렇다고긴장하지는마세요.

그냥편하게…그렇게제말을…제혼잣말을들어주시면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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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뒤척이다가겨우잠이들었는가싶었는데설핏눈을뜨니일어나야할시간이되었습니다.

이민보따리를싸들고시카고에정착하여서살아왔던23년의마지막날….

일주일전에제이삿짐과자동차를아리조나로보내고

에니카와좀더같이있고싶어서큰딸집에서회사를출퇴근하면서지냈습니다.

물소리를들으면늦게잠이든딸이깨어날까봐조심스레세수를하였습니다.

전날잠자리에들기전에떠날준비를다끝냈기에부산스레할일도없었습니다.

제옆에서같이잠을자고있던에니카의얼굴을쓰다듬어주었습니다.

보드러운살갗을통하여따뜻한온기가내손바닥을통하여몸속으로전해들어왔습니다.

불현듯눈자위가뜨거워졌습니다.

안돼..이러면안돼…울면안돼지…

그러면서에니카의얼굴에제얼굴을가져다대었습니다.

에니카의잠든얼굴은어찌이리도이쁘고평화스러운지….

에니카를한번꼭안아준다음에방을나오니어느새잠을깨었는지딸이거실에나와있었습니다.

신새벽에딸의배웅을받으며…그렇게시카고를떠나서오헤어공항으로갔습니다.

오헤어공항에서렌트한자동차를돌려주었습니다.

일주일전이삿짐을내보낼때다친오른쪽새끼발가락때문에통증과부기가있는상태라서

운동화도신을수없어서쓰렛바를신고절뚝거리며큰가방2개를끌고가니까

렌트카센터에서공항입구까지데려다주는셔틀버스운전기사가얼른달려와서도와주었습니다.

새벽5시가조금넘은시간이라서그런지버스에는아무도없었습니다.

나이든흑인아저씨는저한테계속이런저런이야기를하면서운전을하였습니다.

아…이새벽에나처럼외롭다고느끼는사람이여기도있구나…하는마음이들었습니다.

탑승할시간까지기다리는동안에맥도널도에서커피를한컵샀습니다.

커피를마시는데여러가지상념이계속머리속을맴돕니다.

내가지금커피를마시고있나?아님희망을마시고있나?

언젠가이세상소풍을끝낸다음에는

내가그토록많은시간을보낸성당뒤의나무숲에뼈를뿌려달라고하였는데…

그렇게오랫동안이곳에서살줄알았는데…왜이곳을떠나서낯설은아리조나로향하고있는거지?

꿈에서조차생각하지도않았던그곳에왜가고있는거지?

내손길을필요로하는엄마가계시는이곳을왜떠나고있는거지?

에니카가크는모습을옆에서지켜보고싶었는데….

아직도아이들옆에는내가있어주어야하는데…

그런데왜나는가야만하는거지?

끝없이자신에게질문을던지면서커피를한모금씩마시다가끝내는어깨를묻고말았습니다.

떠나야하는정확한대답이있음에도…..

세아이들이며주위의친한친구들조차아리조나로가는것이현명한판단이라고하였지만,

이제껏살아오면서좋은관계였든걸끄러운관계였든

그모든것들에끈을놓아야하는절박감에견딜수없었습니다.

옆사람이무슨상관이예요?

건너편사람이날쳐다보고있다한들무슨상관이냐구요.

그저…고개를무릎에파묻고어깨를들썩이면서울었습니다.

그런데…당신아세요?

눈물이사람의마음을깨끗이정화시켜준다는사실을?

그렇게한동안울고나니까들끓던마음이차분히가라앉기시작했어요.

마음속에서갈등하던것들이거짓말처럼사라졌어요.

저는입술을지긋이깨물면서스스로에게확인을하는말을하기시작했어요.

잘결정한거야.

네가일부러원한것이아닌것만은확실하니까넌모든것에너무연연해하지마.

물론고통스러울때도있을꺼야.

길들여있었던모든것들을뒤로하고…

사랑하는사람들을떠나서홀로생활한다는것이힘들꺼야.

하지만…하지만말야…

이고통을회피하려고하지는말자.

이고통을거부하지는말자.

그냥받아들이는거야.그리고부딫히는거야.

그리고도전하는거야.

고통을온전히받아들임으로써건강한삶을살아갈수있는사람이될수있도록말야….

그게인생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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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바로3개월전의일입니다.

그런데지금은제가낯설은이곳에서얼마나용기있게…씩씩하게제앞에놓인길을걸어가고있는지…

당신은너무나잘알고있을꺼예요.

저는당신께이말을하고싶었답니다.

‘고통에괴로워한다는것은살아있다는것이라는것을…’

당신은강한의지의소유자이면서아직도맑은영혼을소유하고있기때문에

살아가면서예기치않게맞닥뜨리게되는여러가지상황들을잘극복할것임을믿습니다.

그러니당신도힘을내세요.

용기를내세요.

시도때도없이당신께달려드는고통을꽉껴안아서때려눕히세요.

새로운곳에서새삶에뿌리를내리려고애쓰는당신께드릴말씀은오직이것뿐….

고통은푸른들판을달리기위해통과해야할어두운터널속이며,

그터널속은언젠가는벗어날수있는것이라는믿음을지니고자합니다.

그리고고통을받을때오히려하느님께감사하고자합니다.

어쩌면그것은제가이세상에아직살아있다는증거이기도합니다.

세상은고통으로가득하지만어쩌면그것을받아들임으로써

이겨내는일들로가득차있을수있습니다.

이세상모든만물이빛의고통이없으면제색깔을낼수없듯이,

이세상을사는우리도고통이없으면인간으로서의삶을살수없습니다.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