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비가 내리는 날에는…

새싹을틔우고

잎을펼치고

열매를맺고

그러다가때가오면훨훨벗어버리고

빈몸으로겨울하늘아래

당당하게서있는나무

새들이날아와팔이나품에안겨도

그저무심할수있고

폭풍우가휘몰아쳐가지하나쯤꺾여도

끄떡없는요지부동

곁에서꽃을피우는꽃나무가있어

나비와벌들이찾아가는것을볼지라도

시샘할줄모르는의연하고담담한나무

한여름이면발치에서늘한그늘을드리워

지나가는나그네들을쉬어가게하면서도

아무런대가도바라지않는

덕을지닌나무……

나무처럼살수있으면얼마나좋을까

이것저것복잡한분별없이

단순하고담백하고무심히

살수있으면얼마나좋을까

나무처럼/법정스님

어젯밤에잠을이루지못하고있는동안

컴에저장하여두었던사진들을보았다.

한장…한장…들여다보는데

그사진들을찍었던그때의기분과상황들이

기가막히게도다떠올려졌다.

아….

사람의기억이란이다지도질긴것일까….

내가가장힘들때마다찾아갔었던먼델라인신학교에서는사진을많이찍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아무때나찾아갈때마다마음에위안을받고돌아왔던정든곳.

지금그신학교의호수가의내의자에앉아있는듯하다.

갈때마다찾아가서쉬다오던그벤취….

내가겪어야했던많은고통과삶의투쟁속에서도

내가슴속에싹틔어가꾸어오던사랑나무한그루….

사진들을들여다보면볼수록향수에젖어몸이잦아드는것같다.

가고싶다…

그냥달려가고싶다…내고향시카고로…

내사랑하는아이들이있는곳으로…에니카가있는곳으로…

같이하이킹을다녔던사람들도보고싶다.

다잘있겠지…

밤새도록내가슴속에는바람이불고…비가내렸다.

터지려는가슴을싸안고

베개속에얼굴을파묻었다.

부끄러워서….

내가나아니었으면하면서…

그러다집어든법정스님의산문집에서

살아있는말씀을발견하였다.

그래…나무처럼…나무처럼…

그렇게….살수있으면얼마나좋을까…

몇번이고읽고또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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