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에니카가태어나던2002년2월에처음으로디카를사서는

가끔씩에니카의자라나는사진을찍어주는정도였습니다.

그리곤서랍속에고이두기만했었던디카를본격적으로사용하기시작한것은

일년반년전쯤블러그를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리고블러그를시작할즈음에는산행도시작하였었는데

그때부터서랍속에있던디카를항상가지고다니면서사진을찍었습니다.

사진도잘찍지못하면서유난히’길’사진을많이찍게되었습니다.

왜그렇게’길’이란말이좋았었는지…

그리고지금도’길’이란말을들으면가슴이설레입니다.

사실우리는살아가면서얼마나많은길들을거치면서….스치면서…건너뛰면서…

걸어가고있는지요.

그리고내앞에놓여진길을걸어가면서나와같이걸어가는사람들도만나게됩니다.

그만남에있어서햇살처럼반짝이는기쁨도맛보고,

또헤어짐에있어서이별의깊고깊은아픔에그길은또얼마나망연하였을까요.

그렇게인생길에서만나게되는만남과이별은

그어느누구도건너뛸수없는것입니다.

요즈음은다른때보다도’길’에관한묵상을많이하고있습니다.

이곳에내려와서모든것들이새로운길을걸어가고있는저에게

그녀는유난히저에게호감을보여줍니다.

제가즉흥적이고활달한편이라고한다면그녀는이지적이고조용한편이라고할까요?

조금전에도그녀에게서전화가왔습니다.

사실주일인오늘은그녀와Mesa에있는한가톨릭고등학교강당에서개최될세미나에참석하기로하였거든요.

지금부터25여년전인보스니아의메주고리예라는이름없는산골마을에

예수님의어머니이신성모마리아가발현하셨는데그때그장소에있었던6명의어린아이중에한명인

미리야나가와서강의를한다며2주일전에티켓을사두었다고…

그리고저랑같이갈수있어서기쁘다고그동안여러번말을했었는데…

유감스럽게도제가어제부터컨디션이좋지않아서걍집에있는중이었습니다.

사실전그런장소에가는것을별로좋아하지않습니다.

제믿음은그런기적적인일들을밑바탕으로뿌리내리고있지않으니까요.

그런데마침잘됐다…아퍼서못간다고하면돼니까…하고있었는데…

그녀가저랑같이갈수없게되어서힘이없다고…다른친구랑기운없이학교운동장을걸어가고있다고…

하는말을듣고는마음이놓이진않았지만둘이서은총받는시간이되었으면좋겠다고위로하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저한테새로운만남의’길’이되고있습니다.

침대에누어서그녀와의이런일을생각하고있다가문득언젠가보았던영화이야기가떠올랐습니다.

이영화는주인공바디가수면제를먹고누워죽음을기다리는동안자신의몸위로흙을덮어줄

사람을찾아나서는이야기인데,돈을아무리많이준다고해도아무도그의제의에동의하지않습니다.

그런데한노인이그의제의를수락하고그를따라갑니다.

그러면서바디에게자신이살아온이야기를들려줍니다.그의이야기중에있는한이야기입니다.

어느날아침새벽동이트기전에
차에밧줄을실었어요.
난자살하기로굳게마음먹었죠.
난미아네를향해출발했어요.
그때가1960년이었죠.
난체리나무농장에도착했어요.
그곳에도착했을때까지도해가뜨지않았죠.
난나무에밧줄을던졌지만걸리지가않았어요.
계속해서던졌지만소용이없었어요.
그래서난나무위로올라가밧줄을단단히동여맸어요.
그때내손에뭔가부드러운게만져졌어요.
체리였죠.
탐스럽게익은체리였어요.
전그걸하나먹었죠.
과즙이가득한체리였어요.
그리곤두개,세개를먹었어요.
그때산등성이에태양이떠올랐어요.
정말장엄한광경이었죠.
그리곤갑자기학교에가는아이들의소리가들렸어요.
그애들은가다말고서서날쳐다보더니
나무를흔들어달라고했어요.
체리가떨어지자애들이주워먹었죠.
전행복감을느꼈죠.
그리곤체리를주워집으로향했어요.

-압바스키아로스타미감독의TheTasteofCherry중에서-

체리를계속먹다가문득세상이너무밝다고느꼈던노인.

붉은태양은찬란하게빛났고,

등교하는아이들의소리는너무도주위를평안하게만들어주었고….

결국바디는노인의이야기를들으면서불현듯삶에대하여강한애착을느끼게됩니다.

만약노인이’죽는다는것은나쁜것이야…안됀다..’하였다면죽음을꿈꾸는바디의마음을돌리게하였을까요?

‘나도그런적이있었단다…너를이해해..’하면서자신의이야기를함으로써

상대방의죽을려고하는마음을이해하고받아들이려하니까…바디는마음을바꾸게되지않았을까…

바디는자기의마지막길에서만나게된노인을통해서귀한생을다시살게됩니다.

그럼…

결국사람들에겐진심으로자신을이해하여주는사람이옆에만있다면

무슨역경이든지뚫고걸어갈수있지않을까….하는생각도하게됩니다.

우리가살아가면서이런사람들을만나게되는’길’

그래서어쩌면전그’길’너머를그리워하게되고

그’길’에서만나는사람들을사랑하게되는것같습니다.

설령,

길너머를그리워한죄가크다고하여도

전계속그렇게하면서살아갈수밖에없을것같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