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빌딩의회전문을밀고나오자반가운손님이기다리고있었습니다.
희미한가로등불빛에도확연하게볼수있는촉촉하게젖은길입니다.
이른아침부터지금사무실을나설때까지
12시간이넘도록일을하였던저로하여금환성을지르게만든비오는풍경입니다.
비에젖어함초롬이서있는야자수들…
싱그러운나무향이훅스쳤습니다.
아…하고가슴을펴면서숨을들이마시다가문득오래된기억이떠올랐습니다.
왜뜬금없이그기억이떠올랐을까요?
이제내일이면그곳으로떠날수있기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낮에잠깐큰아이하고통화를한것때문이었을까요?
어둠속에파킹랏까지가랑비를맞으며천천히걸어가면서떠오르는얼굴을가슴에묻었습니다.
큰딸인에니카엄마는저한테말하였습니다.
에니카가매일손꼽으며제가오기를기다리고있다고….
어쩌다tv에서아리조나란말을듣기만하여도’엄마있는곳인데…’한다는아이.
갑자기그에니카가저한테다가왔을때가스쳤던것입니다.
5년전인그당시전거의사람들을만나지않았습니다.
그때전아이들을데리고대강짐을챙겨나와서따로살던때였습니다.
두꺼운커튼을만들어서창문마다길게드리워놓고는…
그저회사에출퇴근만하고…주일에는성당에갔다가는그냥집으로바삐돌아왔습니다.
누가뭐라고하는것도아니었는데마치은둔하는사람처럼.
그러기를1년정도하다가에니카가태어났고그에니카를보면서저는조금씩달라졌습니다.
에니카는열달을채우지못하고8달만에태어났습니다.
조그만생명체가꼼지락거리는모습을보면서생명의희열을느꼈습니다.
그아이가조금씩자라나는모습을보면서그아이를통해서희망을갖게되었습니다.
에니카가채두달도안되었을때부터매주일요일저녁부터그새벽까지에니카를보게되었는데
그시간이저한테는최고로행복한시간이되었습니다.
제침대에누워서에니카를팔벼게하여주고는그아이를들여다보는기쁨이상당하였습니다.
에니카는저와제아이들을꽁꽁묶어주는역활을하였습니다.
에니카는그당시에끔찍한고통과깊은절망속에있던저를어둠의터널에서빠져나오게만들었습니다.
그아이를보면서저는새롭게살아가는것에강한욕구를느꼈습니다.
이렇게라도숨을쉬고있다는것에대하여감사하게느끼게하여준아이입니다.
그때저만힘들었을까요?
제세아이들도다견디기어려운상황이었을것입니다.
그런데에니카를통하여우리모두는그어둠의시기를잘통과할수있었습니다.
에니카는그렇게우리모두에게사랑을심어준아이였습니다.
이제그두고온얼굴들을만나러갑니다.
맘만먹으면금방갈수있었던그곳을일부러찾아가지않았던저였습니다.
저는그곳을외면한채주말마다이곳저곳을찾아장거리운전을하면서헤매고다니기만하였습니다.
나자신을학대하면서….때로는자연속에나를묻으면서…
무엇이두려워서였을까…
그런데이제는…
편안한마음으로그리운얼굴들을보러갈수가있습니다.
정화된것들은아름답다는말이생각납니다.
‘또한모든것은다때가있다’라는말도….
깊어가는밤…오래된기억을더듬다보니취하고싶어집니다.
이런기분일때술한잔이생각날것같거든요.
시카고에도착한날저녁에제일친한친구를만나기로하였는데…
그날코가삐뚤어지도록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마실까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