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밤에…

며칠동안시름시름맥없이지냈다.

그럼에도새벽일찍눈을말뚱히뜨고서는천장을바라보면서생각에잠기기도하였다.

적막만이감도는새벽공기속에서떠도는것이나였던가…아님나의의지였던가…

그러다가샤워를하고…머리를구루프로말고…화장을하고…

여전히일상적인일들을몸에배인습관으로하나씩처리하면서출근준비를하였다.

그리곤회사에나가서는정신없이일에열중하였다.

정견디기어려울때에는에드빌을두알씩먹었다.

늦게까지일을하고집에돌아와서는저녁도챙겨먹을생각도하지못하고걍침대위에엎어졌다.

육체는힘들었지만이렇게버틸수있는’일’이있다는것이다행이었다.

아…사람의끈기란얼마나질긴것인지이번에다시한번깨닫게되었다.

순간순간남겨두고온엄마의얼굴이떠올랐다.

처음에날보았을때전혀모르는사람처럼나를쳐다본엄마.

그러나두어시간지나고나서는날보면서환하게웃었다.

그러더니조근조근하게말씀하셨다.

"젤이쁜사람이왔네…"

아기처럼환하게웃으시면서….

머리속에세포가하나씩죽어가면저렇게되시는구나….

두렵다.

언젠가나도그렇게될것만같아서무섭다.

나의아이들에게만은내가엄마를바라보며겪는마음의고통을남겨주고싶지않다.

낮에는널싱홈에서엄마랑같이지내다저녁에에니카의집에가면완전히다른분위기다.

그곳에는삶의기쁨과즐거움이가득차있다.

에니카아빠는나에게아침마다원두커피를갈아서커피를내려주었다.

그리곤저녁에는에니카엄마,아빠는부엌에서저녁을준비하였다.

내딸인에니카엄마보다도더자상한에니카아빠…

저녁을먹고나서는모두거실에둘러앉아서이야기를하면서에니카의재롱을보았다.

에니카는때로자기엄마의손을잡고서거실을빙빙돌면서춤을추었다.

발레를배우고있다는다섯살아이는스텝을자기엄마와곧잘맞추었다.

그러다가드럼을치기도하고그림을그려서내게주기도하였다.

삶과죽음이동전의양면인것처럼

낮에널싱홈에서엄마와지낸시간과밤에에니카집에서보낸시간은그렇게달랐다.

그렇게짧은일정을지내고왔는데….

돌아와서는호되게앓았던것이다.

긴장이풀려서였을까…아님가족들을그렇게남겨두고온마음앓이였을까.

오늘퇴근후에는친구집에저녁초대를받아서갔었다.

친구가정성스레차려준밥을맛있게먹었다.

그저같이밥을먹고싶어서불렀다는친구부부와오랫동안이야기를나누고집에돌아오면서밤하늘을보았다.

낼모레가정월대보름이라서휘영청밝은달이밤하늘높이떠있었다.

반짝거리는수많은별들을보면서생각했다.

저하늘의별을하나라도잡아볼수있다면…

그러면서후훗…혼자서쓸쓸하게웃었다.

깊어가는밤…

이제엄마에대한죄송한마음에서벗어나야겠다.

엄마는내가행복하게살기를진정으로원하고계실것이니까.

당신께서젤로이뻐하신딸이잘견디기를원하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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