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피컨나무 아래에서…

4월8일일요일(둘째날)

여행을다니면서즐기는것중에하나는길을가다가도눈에띄는것들이있으면찾아가는것입니다.

같이다니는일행이있다면저곳을들려도되겠느냐등…서로의의견을물어보아야하고

또시간에쫓기는여행을하다보면눈에확~들어오는풍경이있어도그저스쳐가게될것입니다.

하지만홀로여행의장점이그런제약을받지않는다는것이겠지요.

더군다나이곳저곳을바람처럼…구름처럼…휘익둘러보고다니는저한테는….

그저특별하게시간에구애를받지않고편안하게다니는스타일입니다.

투산에서하루밤을자고그호텔에서아침으로간단하게베글과커피,요구르트를먹었습니다.

대부분호텔비에아침식사가포함되어있습니다.

그리고아침7시30분쯤에다시길을떠났습니다.

오늘의일정은투산에서약150마일쯤에있는곳의포도밭을들렸다가

포도밭에서약210마일쯤에있는뉴멕시코의WhiteSandsNationalMonument까지가는것입니다.

그런데포도원으로들어가는길목인SanSimon이라는도시에서산속에있는포도원까지는

약20마일이비포장도로라서시간이많이걸릴것입니다.

그리고해가지기전까지WhiteSands에도착하여야만석양속의하얀모래밭을볼수있을것입니다.

산뜻한아침공기를뚫으면서하이웨이를달리는기분이아주상쾌하였습니다.

그러다가하이웨이좌우로언뜻언뜻나타나는나무밭이많이있었습니다.

궁금하여서하이웨이를빠지는길이나오자마자그나무밭중의한곳을찾아갔습니다.

저나무밭입구에는PecansWalnuts라고쓰여있었습니다.

피컨(pecan)은히커리(hickory)와함께오래전부터아메리카인디언의중요식품중의하나였습니다.

그리고북아메리카같은온난지대에서재배되기때문에켈리포니아와이곳아리조나에많은밭이있습니다.

나무에달려있는것이피컨인지..호도인지…한번확대하여보았습니다.

그런데…잘모르겠네요^^

기다란열매모양으로보아서는피컨같기도한데…

쭈욱기가막히게줄이잘맞게서있는수없이많은나무들….

그아래로보이는파아란식물이바로저것입니다.

꼭아욱같지않아요?

나무밭아래를살짝살짝걸었습니다.

이때가아침10시20분쯤이었으니까상상하여보세요.

얼마나아침공기가싱싱하였을지…후욱지나가는바람이따사한햇살을무색하게하여주는아침이었습니다.

피컨나무밭옆으로들판에피어있는야생화입니다.

이들판에서서후욱….하고긴숨을내쉬었습니다.

하늘과나무와야생화의무리가한데잘어울려서제가슴을아리게하여주었거든요.

이곳에내려서둘러보길잘했다…하고스스로생각하였습니다.

꽃만확대하였는데흔들렸네요….

바람에가느라란목을사정없이흔들거리는노오란야생화의무리를보면서

문득어젯밤에읽었던책의한부분이떠올랐습니다.

어젯밤에는호텔바에서제가젤로좋아하는칵테일인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한잔사가지고왔습니다.

그리곤방의안락의자에앉아서홀짝홀짝마시면서오랫동안책을읽었거든요.

한여성이몇달전남편과함께보낸,어느평범한저녁시간을회상했습니다.

그날그들부부는저녁을먹고텔레비젼을봤습니다.9시경에남편은속이좋지않다며소화제를먹었습니다.

그러더니몇분후그는먼저자러가겠다고했습니다.그녀는좀더있다가자겠다며남았고,

내일아침에는속이괜찮아지기를바란다고말하며남편에게키스해주었습니다.

한시간반정도지난뒤그녀가자러갔을때남편은이미깊이잠들어있었습니다.

다음날아침,잠에서깬그녀는뭔가심상치않음을느꼈습니다.

"난그냥느낄수있었어요.옆에누워있는남편이이세상사람이아니란걸말예요.

그는44세의나이에자다가심장마비로죽은거예요."

그가슴아픈일을겪은후그녀는모든인간관계와사람들,

자신에게주어진시간이그저당연한것이아님을깨달았습니다.

"남편이세상을떠난뒤우리가살아온삶을되돌아보자모든것이다르게보였어요.

그것이우리의마지막키스였고,마지막저녁식사였으며,마지막휴가였고,

마지막포옹이자,마지막으로함께웃은시간이었어요.

누구라도그런일을겪기전까지는언제가마지막외출이될지,

언제가마지막추수감사절이될지결코알지못하리라는걸깨달았어요.

그리고모든인간관계에는마지막이있다는것도요.

생을다살고나서지난일들을되돌아볼때,내가그순간들에한쪽다리만걸치고있었던것이아니라

온전히나자신을바치기위해최선을다했음을느끼길바라요.나는남편이내게잠시동안맡겨진선물일뿐,

영원히내곁에둘수있는사람이아니었음을깨달았어요.내가만나는모든사람이그렇듯이,그걸깨닫고나서

지금이순간과사람들을훨씬더소중히여기게되었어요."

나는이부분을읽으면서볼펜으로밑줄을그었습니다.

생을다살고나서지난일들을되돌아볼때,내가그순간들에한쪽다리만걸치고있었던것이아니라

온전히나자신을바치기위해최선을다했음을느끼길바라요.나는남편이내게잠시동안맡겨진선물일뿐,

영원히내곁에둘수있는사람이아니었음을깨달았어요.내가만나는모든사람이그렇듯이,그걸깨닫고나서

지금이순간과사람들을훨씬더소중히여기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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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펼쳐져있는피컨나무아래에서…

나는눈을지그시감고저말들을다시한번가슴에새겼습니다.

나도나중에…아주나중에…내삶을되돌아볼때…

나름대로최선을다한삶이었다고말하고싶다고….

지금나와관계를맺고있는사람들과더욱소중하게연결의고리를맺으면서살아가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