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앞으로이사갈동네를갔었는데가는중간중간에이런옥수수밭들이더러있습니다.
끝없이이어진옥수수밭입니다.
초록바다주위를걷고있는데파삭파삭한모래흙들이샌들안으로들어왔습니다.
살팍하게일어나는먼지를보자니
갑자기어느무더운여름에만났던한사랑이떠올랐습니다.
아이오아주의끝없는옥수수밭사이를먼지바람을일으키며달려온사나이…로버트킨케이트.
‘내셔널지오그래픽’의사진기자로서매디슨카운티의다리사진을찍기위해서왔었지요.
길을물어보기위해서프란체스카의집앞에차를세웠던청바지의로버트.
지금도그둘의만남이선명하게눈에떠오릅니다.
문득…옥수수밭사이로매디슨카운티의다리가떠올랐다가사라집니다.
그래서집에돌아오자마자<매디슨카운티의다리>책을들추어보았습니다.
킨케이트가죽기전에프란체스카에게남겨두었던편지의일부입니다.
안개내린아침이나해가북서쪽으로기울어지는오후에는
당신이인생에서어디쯤와있을지
내가당신을생각하는순간에
당신은무슨일을하고있을지생각하려고애쓴다오.
뭐!복잡할건없지.
당신네마당에있거나현관의그네에앉아있거나아니면부엌의싱크대옆에서있겠지.
그렇지않소?
나는모든것을기억하고있소.
당신에게어떤향기가나는지……
당신에게얼마나여름같은맛이나는지도……
내살에닿는당신의살갗이며
사랑을나눌때당신이속삭이는소리……
.
.
.
하지만결국나도사람이오.
그리고아무리철학적인이성을끌어대도
매일매순간당신을원하는마음까지막을수는없소.
자비심도없이시간이
당신과함께보낼수없는시간의통곡소리가
내머리속깊은곳으로흘러들고있소.
당신을사랑하오.
깊이완벽하게그리고언제나그럴것이오.
단사흘간나눈사랑을평생가슴깊이간직하곤쓸쓸하게죽어간로버트킨케이트….
사랑하는사람의가정을위해서그뒤로단한번의만남도갖지않았던그.
그의그고통과고독과깊은사랑이
옥수수밭사이로헤매고있는듯한느낌을받았습니다.
다른사랑하나를찾아보았습니다.
견우직녀도이날만은만나게하는칠석날
나는당신을땅에묻고돌아오네
안개꽃몇송이땅에묻고돌아오네
살아평생당신께옷한벌못해주고
당신죽어처음으로베옷한벌해입혔네
당신손수베틀로짠옷가지몇벌이웃에나눠주고
옥수수밭옆에당신을묻고돌아오네
은하건너구름건너한해한번만나게하는이밤
은핫물동쪽서쪽그멀고먼거리가
하늘과땅의거리인걸알게하네
당신나중흙이되고내가훗날바람되어
다시만나지는길임을알게하네
내남아밭갈고씨뿌리고땀흘리며살아야
한해한번당신만나는길임을알게하네
옥수수밭옆에당신을묻고/도종환
아…이별도아름다운사랑임을….
밤이고즈넉한이시간에가슴속깊이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