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짝짝이 양말

집안에무슨일이있으면네형제가시골집에모인다.

아니,어릴때부터한집에서형제처럼자란6촌형님까지다섯아들이모인다.

올때는저마다자기집에서자기양말을신고오는데

갈때는모두그걸벗어놓고아버지의새양말을신고떠난다.

설때나추석때틈틈이아버지의양말을사가지고가기는하지만

알고보면그게모두자기가도로신고올라오는양말이다.

그렇다보니평소아버지가신는양말은다섯아들이벗어놓고간것들일수밖에없다.

미처새양말을꺼내신을새가없다.때로는어머니도아들양말을신는다.

그런데지난번에내려갔을때아버지가짝짝이양말을신고계셨다.

같은갈색이긴한데한쪽은짙은갈색이고한쪽은그보다연한갈색이었다.

양말이없어서가아니라이제는두분의눈이침침해지기시작해

방안에서는같은색의연함과짙음이잘구분되진않는것이었다.

등을구부린아버지의뒷모습을볼때아들은슬프다.

그리고비슷한색깔의짝짝이양말을신고있는아버지의발을내려다볼때

아들은다시한번슬프다.

아버지의짝짝이양말/이순원의<은빛낚시>중에서….

지난번에시카고에간김에(계속시카고이야기가나와서미안하네요-.-;;;)

한국서점에들려서책을몇권샀었습니다.

그중의한권을읽다가저위에쓴글을읽으면서걍저도모르게한숨이나왔습니다.

저도…그렇거든요.

3년전에어머니가널싱홈에들어가시고나서매주토요일마다어머니가사시던아파트에가서정리하였습니다.

부엌살림에서부터시작해서…

부엌용품중에서아직도더쓸만한것들은같은아파트에사시는주위의어머니친구들에게나누어주었습니다.

어머니의옷장안에는옷도새옷이많이있었건만

늘편하다고한두가지만낡을때까지입으셔셔쓸만한옷들도어머니의친구분들에게나누어주었습니다.

옷장안에는우리가사다드린속옷부터양말등등…상표도뜯지않은것들이수북하였습니다.

저보다는밀리언에어로살고있는제바로밑의여동생이더많이사다드리긴하였지만….

어머니가볼펜으로또박또박영어단어를연습한노트를보면서걍눈자위가시큰하기도하였습니다.

노력형이신어머니는언제나녹음기를틀어놓고영어단어공부를하시기도하셨습니다.

시민권을받아야정부로부터한달에한번씩받는윌페어를받을수있다고열심히공부하셔셔시민권도따셨습니다.

오래전부터가끔씩쓰셨던어머니의일기장도찾았습니다.

일흔이넘으신어머니가쓰신낡은노트…

그일기장을찾아내던날은집안을정리하던것을포기하고읽어내려가다가

엎어져엉엉울고말았었습니다.

절절이저에대한당신의아픈마음을써내려가신대목이많았기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당신의기억력이온전하셨을때까지저를위하여간절히드린기도로

제가이렇게씩씩하게…용감하게잘살고있는거라고믿고있습니다.

지금제가들고다니는핸드백은어머니가상표도뜯지않고놓아두셨던것을들고다닙니다.

또요즈음에는어머니의옷장안에서찾은모시메리셔츠한벌을잠옷용으로입습니다.

어머니의핸드백을들고다니며…

어머니의셔츠를매일밤입으며…

저는어머니의삶을떠올리며…가만히어머니의이름을불러보기도합니다.

시카고에살때에는일주일에서너번씩널싱홈에들렸었는데…

이제는너무멀리떨어져있어서자주찾아가뵐수없는불효녀가되었습니다.

이번에뵐때도넉달만에보는저를보고는함박웃음을지으면서"우리이쁜사람이왔네…"하셨었는데…

등을구부린아버지의뒷모습을볼때아들은슬프다.

그리고비슷한색깔의짝짝이양말을신고있는아버지의발을내려다볼때아들은다시한번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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