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월로접어들면서이곳에도아침저녁에는제법선선한바람이불고

이른새벽에아들을일터로데려다주기위해집을나설때는옷깃을여미게도됩니다.

가을….

어느사이에가을이시작되는길목으로들어선것을날씨를통해서알게되었습니다.

하늘이무척맑지요?

저렇게파아란하늘을보니역시가을은사색하기에좋은계절이고

한번쯤걸어왔던길을뒤돌아볼수있기에도딱인것같습니다.

그리고이제제나이쯤되었다면사는문제에만열심히매달릴게아니라

죽는문제에도생각해보아야할때인것같습니다.

흔히인생은성적순이아니잖아요…라고들말을하는데

나이가많다고먼저가는것도아니고하늘로불려올라가는데는

성적순뿐만이아니라나이순서도없기때문입니다.

生死一如…

삶과죽음이하나라는뜻이담겨있지요.

사실삶과죽음은동전의앞면과뒷면같다고도하잖아요.

그러고보면저녁에잠자리에들어서는아침에제대로깨이지않을지도모르기에

잠이들기전에다시한번짧은시간이나마자기를돌아보며감사기도를하며잠이든다는

어떤수도자의말씀에도일리가있는것같습니다.

저도언제어떻게될지모르기에항상깨어서마음의준비를하고있는사람들중의하나입니다.

또어떻게될지모르기에여행을떠나기전에는집안을잘정돈하고떠납니다.

(아…요즘은주말에아들을일터로라이드하여주어야하기때문에떠나지못하고있습니다.

대학교에다니며일을풀타임으로하고있는아들입니다.

이웃님들도아시다시피저는지난일년동안아주많이여행을다녔잖아요.그래서불만없어요.

오히려아들하고매일매일주고받는이야기가깊을때가있어서

아들이저하고떨어져살았던지난1년동안많이성숙했구나…하며대견해하고있습니다.)

또자주시카고의딸들하고전화통화를할때에도우리는매번서로사랑한다는말을합니다.

아이들도엄마…나도엄마를하늘만큼사랑해…하고누가먼저랄것없이말합니다.

살아있을때….서로위하고사랑하고…그러다가’돌아갈수’있다면

잘살았다고말할수있지않겠어요?

또제가움직이고할수있을때하겠다고이곳에서새로봉사생활도시작하였습니다.

제혈육만사랑하면아무공로가없지요.

왜냐하면그것은어미로서의당연한일이구요…

때때로이웃에게도작은제힘이도움이될때가더러있더라구요.

그런것을찾아서베풀며사는삶이진정한봉사의삶이고사랑의삶이기에걍노력하고있답니다.

제가오늘이런글을쓰게된것은얼마전에어떤글을읽게되었는데

그글을같이나누고싶어서서두를꺼낸다는것이이렇게되었네요.

집으로돌아가는길…우리가떠나온곳…

그러나마침내는돌아가야할그어떤곳…

저도그런곳으로갈때는이렇게준비된죽음을맞고싶은데….그럴수있을련지모르겠습니다.

꽃마을에있는환자분들은모두가아름다운죽음으로삶을마감하고가시는데

저도저렇게죽음을맞이할수있으면좋겠다는부러움까지갖게할때가많습니다.

그중에서도드라마같은죽음을연출하신분이있습니다.

그분은건강할때는정말로잘나가던분입니다.

건설업을하셨는데이지역에서누구하면같은계통에있던사람들은모두가알고부러워했던분으로

평소에도좋은일을많이하며살았습니다.

그러다가IMF때불경기를맞으며사업에실패하게되었는데

그때받은스트레스로인해직장암에걸려투병생활을하게되었습니다.

2년6개월동안의투병생활,엄청난통증,만신창이가된하반신…

하지마비로인해꼼짝도할수없는상황에서이제는더이상할게없으니

퇴원하라는말을듣고꽃마을로오게되었습니다.

누구나그러하듯이죽음선고를받은후한동안은죽음에대한공포와두려움때문에

많이힘들어하면서도한편으로는남은가족들에대한걱정때문에잠못이루는밤이많아졌습니다.

그러나조금씩죽음준비를하면서하루하루주변정리를하여나갔습니다.

임종12일전부터점점악화되기시작하였는데음식을삼키지못하였고,

복수까지차서호흡곤란이오기시작했습니다.

그런와중에도환자는정신이들때마다아내에게항상지혜롭고현명하게살아야한다고일러주고

아이들을건강하게키워줄것을당부했습니다.

하루는배에있는인공항문에서변이흘러나와더렵혀지자그것을닦아주고있던아내에게,

"여기좀잘보고닦아.저윗분도내가깨끗이닦고가야좋아할것아냐?"하며

자신의죽음앞에여유를보이기도했습니다.

임종전날,

"하늘나라가실준비는다되셨어요?"하고물으니

"신부님,아직안됐습니다.내일쯤이면될것같아요.아직정리안된게남았어요!"

그러더니다음날아침,

"신부님,저오늘하늘나라에갈것같으니기도좀해주세요."

"오늘은준비가되셨어요?"

"네….준비되었어요.신부님,저손좀잡아주세요.그리고당신의손도이리주고…"

하면서직접아내의손을끌어다포개어놓았습니다.

"신부님!그동안고마웠어요.

저그곳에가면사랑하는우리가족과꽃마을을위해서기도많이해드릴께요.

그동안너무고마웠습니다.제가보답할게그것밖에없네요.

그리고신부님,내아내도이곳에서일주일에한번이라도봉사하게해주세요.

우리같이약속하는겁니다.당신도알았지?"

"네.약속할께요.아내에게마지막으로할말은없으세요?"

하니아내의손을꼬옥잡고서

"여보,고생시켜정말미안하고당신과사는동안많이행복했었어.

그리고투병생활하는동안끝까지지켜줘서고마웠고…처음으로불러본다.여보!사랑해."

눈에눈물을글썽이는아내를보면서한손으로머리맡에서뭔가를꺼내더니아내에게주었습니다.

예쁜시계였습니다.

"당신생일선물로준비했어.이번달에당신생일이있는데못챙겨주고갈것같아서

친구에게부탁해서사다놨어.당신이평소에갖고싶어하던거잖아!시계예쁘지?

할머니될때까지손목에차고있어야해?"

눈물을펑펑흘리는아내에게직접시계를꺼내어손목에채워주었습니다.

그리고는마지막으로아내와입맞춤을하고싶다고했습니다.

주위사람들이지켜보는가운데아내는뼈만앙상하게남은남편의등을끌어안고긴입맞춤을했습니다.

아내는남편을만나행복했었음을고백했고

남편은죽어서도아내를사랑하겠노라고속삭였습니다.

잠시후주위사람들을둘러보더니고맙다는말을한후

환자는자신의손으로코에꽂은산소호흡기를직접빼버렸습니다.

1시간후점점거칠어지는숨소리속에더불어둘러선봉사자들의기도소리를들으며

서서히그의영혼은빠져나가고있었습니다.

마치영화에서자신의역활을다소화해낸연기자처럼그는할말다하고,

할것다하고떠나갔습니다.

모두에게죽음은이렇게맞이해야한다는것을보여주기라도하는것처럼…

<호스피스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