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

오늘은추수감사절입니다.

친구가오늘저녁에자기집으로터키구이를먹으러오라고초대하였으나조용히거절하였습니다.

오늘부터일요일까지나흘동안달콤한연휴가있습니다.

하지만이사뒷정리도할겸걍집에서아들과그저오붓하게지낼생각입니다.

바쁘게놀리던일손을잠시멈추고식탁의자에앉아서커피를마시면서둘러보니

햇살이곱게들어와온집안이고즈녘할만큼평화스럽게보였습니다.

잔잔한눈길을햇살무늬에게주던나는문득어떤분이떠올랐습니다.

그분은늘언제나제가슴속에있어서신앙생활에대한깊이를느끼게하여주시는분이십니다.

인천교구에계시는C신부님…

90년도에그신부님께서는제가다니던성당에서사목을하셨었고

해외사목의기간이끝나신다음에다시인천으로가셔셔지금도활발하게사목을하시고계십니다.

저도그당시에아래에나오는글처럼도움을받았던적이있었습니다.

레지오회합을끝내고단원들과함께강복을받으러갔었을때신부님께서잠시혼자남으라고하시면서

조용히건네주시던하얀편지봉투…

집에돌아와아무도없는내방에서편지를열어보고는

그안에있던신부님의편지를읽으면서내가슴을꽝두드리는소리에눈물조차흘리지못했었던…^^.

그리고그당시의내게는커다란액수가적혀있었던수표한장.

낮에는풀타임의직장에다니면서,

밤에는단돈십불을벌겠다고바느질을배우기시작하여밤을새워가면서피스워크로일하였던,

그러나지금돌아보니그때는정신적으로,물질적으로양면으로고통중에있었지만

내인생중에서가장열렬히하느님께기도하고,순수하게봉사하며살았던은총의시기…^^

나는번듯한직장이있고,아프지않고건강하니까나보다더열약한사람에게베풀어주시라면서

이것을받을수없다고신부님을찾아갔었을때…신부님께서는부드럽게말씀하셨었습니다.

"자매님,저도가정미사를봉헌하여드리면서생전처음으로이렇게큰돈을받았습니다.

그분이잘못쓰신줄알고그집주인에게돌려주려니까그분이말씀하셨습니다.

그돈은신부님것이니까신부님마음대로쓰시면되는것이라고…

그말씀을듣는순간저는자매님이떠올랐습니다.

그래서어떤자매님에게전하여주고싶다니까정말잘됐다며그분도기뻐하였습니다.

이수표는자매님것입니다.자매님의가정을위해서유용하게쓰시면되잖아요.

그리고그분을위해서기도를하여주시면되구요…."

해마다이맘때…추수감사절이되면,

한사람의사제를통하여부어주신하느님의은총을돌아봅니다.

추운겨울밤이었다.

어느교우두분이레지오회합을마치고내방에들어와간단한대화를나누었다.

그리고그중한분이잠깐혼자만의시간을내달라는것이었다.

나는가끔방에서고해성사를준적이있기때문에그런줄로알았다.

그런데그분은의외로흰봉투를내책상위에놓았다.

그것은거의일년교무금에해당할만큼의큰액수의돈이었다.

나는깜짝놀라거절을했다.

돈을받을만큼궁핍하지도않을뿐아니라,자존심이허락하지않는이유에서였다.

그러자그교우는당황하며마음의정성을거절하지말아달라고굽히지않았다.

결국나는그돈을가장유익한방법으로사용하기로다짐하면서받았다.

한사람이생각났다.

아주명랑한사람이었다.그렇게명랑하고생활에그늘이없어보이던그가

바로며칠전에밤늦도록자신의이야기를한일이있었다.

그처럼언제나명랑한사람에게도눈물이있었고….

그의이야기를들으면서그의안스러운생활에보탬이될수없었던내처지가초라하게느껴졌었다.

바로그사람이성당구내에있는게아닌가!

꼬마를시켜서잠깐들르시라고전했다.

언제나처럼웃는낯으로그는들어왔다.

자리에앉자마자나는담배를권하면서얘기를꺼냈다.

"우선이것을받으십시오.

이것은누군가가방금당신을위하여놓고간겁니다.

이다음에하느님대전에서그분의공로가커지도록그분의이름은밝히지맙시다.

그건그분의뜻이기도합니다…"

그분은깜짝놀라면서몇번이나사양을했지만마침내그는떨리는손으로받아들었다.

그리고는울먹이면서이렇게말했다.

"신부님,이것을제가받았으니까얘기하겠습니다.

실은제가지금감기에걸려서겨우겨우레지오회합에나왔습니다.

아이들도아파서누워있는데….약국에서외상으로약을구입할수는있습니다.

그러나외상빚이밀려있어서그럴염치가없었습니다.

그래서아까까지오늘저녁회합에서누구에게아이들의약값을빌려야하나…?고민하고있었습니다.

마침성당문이열려있었습니다.

저는무조건들어가불을다끄고혼자꿇어앉아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은어찌이렇게도저에게시련을내리시는가…!

떼를쓰고있었습니다.제나름대로모든노력을다했지만…

대답이없으신하느님이원망스러웠던것입니다."

정말우연한일이었을련지도모른다.

그러나난….

그건바로하느님의손길이라생각되었다.

내가만일그돈을내맘대로사용했다하더라도아무도나에게손가락질할사람은없을것이다.

그렇지만그경우에나는하느님의손길을가로막은것이되고만다.

누구에겐가로향했던하느님의손길을…..

<김영교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