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이삿짐정리가대강되어가고있다.

어제토요일은책을정리하였다.

템피에살면서거실한쪽에놓아두었던많은상자들가운데서책상자도꽤되었다.

그것들을꺼내어서책장에꽃아두는데한권이유난히눈에들어왔다.

루이제린저의<生의한가운데>였다.

한때루이제린저와생떽쥐베리와전혜린의작품에푹빠진적이있었고,

그때사서읽었었던그들의작품은결혼할때도신혼살림에묻어들어왔었고,

또미국에들어올때도모두이민짐한쪽을차지하였었다.

그책들을읽으면서열정에빠져서생각하고밑줄을그었던시간들은온전히나의것이기때문이다.

책을사면항상겉장에구입한날짜와내생각들을짧게적어두는것은나의오래된습관이다.

겉장을펴서보니1974.6.6이라고쓰여있으면서내서명아래에이런글이있었다.

원을긋고달리면서너는빠져나갈구멍을찾느냐.

알겠느냐.

정신차려.

열린구멍은하나밖에없다.

네속으로파고들어라.

슬며시웃음이나왔다.

30여년이넘게쓴글이꼭지금의나에게하는말인것처럼느껴졌기때문이다.

책을들고상자위에걸터앉아서책장을넘겨보았다.

누렇게변색된책은곰팡이냄새가나지만하나도역겹지가않았고

위에서아래로활자화된책곳곳에밑줄쳐진볼펜자국은아직도선명하다.

머릿글에주인공인니나의말에볼펜으로밑줄이쳐진것을옮겨본다.

生에일어나는모든일은끝을갖고있지않다.결혼도끝이아니고,죽음도다만가상적인것에불과하다.

生은계속해서흐른다.모든것은그처럼복잡하고무질서하다.

生은아무런논리도없이이모든것을즉흥한다.

그중에서우리는한조각을끌어내서뚜렷한조그마한계획에설계를한다.포오즈를취한사진이다.

극장에서처럼차례로진행된다.모두가그렇게쓰이고있다.

나는그렇게모든것을간단하게해버리는인간이싫다.

모든것은이처럼무섭게갈피를잡을수없는데도불구하고….

커피한잔을만들어와서계속책을읽어나갔다.

이상하기도하지…

얼마전부터나는이삿짐을정리하면서이책속의여주인공이순간순간뇌리를스쳤었다.

주인공인니나가런던으로이사를가기위하여대부분의짐을정리하고거의텅빈집에서

절대적인고독속에서언니를맞이하던분위기가언뜻떠올랐기때문이다.

다른내용은다잊어버렸는데도이하나만은언제나내머리속깊숙이각인이되어서어느순간그녀가떠올랐었다.

그녀의열정적인삶과처절한고통때문이었을까…

아니어쩌면이번주일내내퇴근하고아들이일이끝나기를기다렸다가아들을픽업해서

한시간이넘게달려서집에돌아온후에

밤이깊어질때까지꼼지락거리면서이삿짐들을정리하면서내내그런생각이들었기때문인지도모른다.

혼자라는생각…

무섭도록혼자라는생각으로몸서리쳤었다.

일손을잠시멈추고어스름한저녁에잠시밤바람을쐬러나왔다.

아들은새로구입한자기책상과내책상을조립한후에느긋하게풋볼경기를보고있느라고

같이산보하자는내제안을거절하였다.

혼자서천천히동네를한바퀴돌았다.

한창개발을하고있는동네라서아직은도시처럼휘황한불빛이없기때문인지라

밤하늘도더욱캄캄해보이고하늘에총총히떠있는별빛들도매우맑고크게보인다.

쌉싸롬한나무향기가밤바람에묻어내얼굴을간지럽히며

오늘하루종일종종걸음으로집안을정리하며피곤에절은내몸에기운을실어준다.

그래…

生은계속해서흐르는거야…

집앞에걸터앉아반짝이는별들을올려다보면서조그맣게속삭였다.

티브를보던아들이나를발견하고는

한손을들어서흔들어주며웃는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