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길을찾는꿈을꾸다가
빗소리에잠이깨었네
물길사이로트이는아침
어디서한마리새가날아와
나를부르네
만남보다이별을먼저배워
나보다더자유로운새는
작은욕심도줄이라고
정든땅을떠나
힘차게날아오르라고
나를향해곱게눈을흘기네
아침을가르는
하얀빗줄기도
내가슴에빗금을그으며
전하는말
진정아름다운삶이란
떨어져내리는아픔을
끝까지견뎌내는겸손이라고
오늘은나도이야기하려네
함께사는삶이란힘들어도
서로의다름을견디면서
서로를적셔주는기쁨이라고
비가전하는말/이해인
오늘밤비내리고
몸어디인가소리없이아프다
빗물은꽃잎을싣고여울로가고
세월은육신을싣고서천으로기운다
꽃지고세월지면또무엇이남으리
비내리는밤에는마음기댈곳없어라
오늘밤비내리고/도종환
비를좋아하는사람은과거가있단다
슬프고도아름다운사랑의과거가
비가오는거리를혼자걸으면서
무언가생각할줄모르는사람은
사랑을모르는사람이란다
낙엽이떨어져뒹구는거리에
한줄의시를띄우지못하는사람은
애인이없는사람이란다
함박눈내리는밤에혼자앉아있으면서도
꼭닫힌창문으로눈이가지않는사람은
사랑의덫을모르는가엾은사람이란다
비를좋아하는사람은/조병화
설핏잠이들었었는데
나즉하고그윽하게부르는소리있어
눈을떳다.
아….밤새비가내리고있었나보다
빗소리가음악처럼들리며
나를흔들어깨운것이다.
현관문을열고바라보니
낙수처럼비가내리고있다.
빗줄기를바라보며입가에맴도는싯귀를가만히읊는다
나즉하고그윽하게부르는소리있어
나아가보니,아,나아가보니
어렴풋이나는지난날의회상같이
떨리는뵈지않는꽃의입김만이
그의향기로운자랑앞에자지러지노라!
아,찔림없이아픈나의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