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숨기고 싶지 않은 옛날 이야기

무우채를썰다가살짝강판끝에손가락이스치는바람에조금베었다.

얼른손가락을페이퍼타올로싸쥐고는소파로걸어가서잠시쉬었다.

감촉이부드러운가죽소파에등을푹들이밀고는흔들의자로만들어몸을흔들어가며멍하니천장을바라보았다.

유리창넘어로는맑은햇살이조금비추어

고즈녁한거실에서제멋대로춤추고있었다.

걸어놓은CD에서는유익종이란가수의부드러운목소리가거실에꽉차게흐르고있었다.

내가너의어둠을밝혀줄수있다면

빛하나가진작은별이되어도좋겠네

너가는곳마다함께다니며

너의길을비추겠네

내가너의아픔을만져줄수있다면

이름없는들의꽃이되어도좋겠네

음~~눈물이고인너의눈속에

슬픈춤으로흔들리겠네

그럴수있다면,그럴수있다면

내가난한살과영혼을모두주고싶네…

조금씩피가멎어가는손가락을다른한손으로꽉쥐고는

소파에깊숙이몸을디밀어놓고노래를듣고있는데,

찹쌀풀을쑤어배와양파와마늘과생강을갈아놓고고추가루를넣어양념을만들어놓은향이

고요만이감도는거실에떠돌아다니면서나를아득한기억속으로들어가게하였다.

금요일밤과토요일밤에친구가운영하는24시간문을여는한국식당에서일을한적이있었다.

금요일저녁퇴근하고집에돌아와서는

아이들과그때같이살고있던시아버지와함께저녁을지어먹은다음에두어시간쉰후에그식당으로갔었다.

저녁10시부터그다음날아침10시까지부엌일을도와주는일이었다.

친구는사실상내가필요하지않았었다.

주방장과멕시칸3명이있었던부엌일을내게부탁하였던것은

그당시의내상황을알고나를도와주기위해서였던것이다.

그러던어느날파한박스를다듬고배추를썰다가칼로왼손중지를베었다.

깜박졸았었던지여지없이칼날이스친것이다.

순간새빨간피가줄줄흘러나오고베인손가락을앞치마로싸쥐고는아픔에잠시주저앉았다.

오랫동안피가멈추지않고베인살이덜렁거리는바람에주방장이병원에가는것이좋겠다고하여서

그근처의병원응급실로갔었다.

응급조치를받기전에서류를작성할때

그당시내가다니던회사의보험증을내밀자중년의미국여자가빤히나를보면서물었다.

새벽3시에부엌에서배추를다듬다가베었단말이니?

식당에서일을하다가다친것은내보험으로카바가되지않기때문에집에서일하다가다쳤다고하니까,

그렇게되물어오던여자의의심에찬눈초리.

한국인간호원이많이있던그병원에서아는한국인간호원을만날까봐

조급한마음으로그렇다고거짓대답을하던나의초라한형상이엊그제일처럼정확하게보여진다.

그때까지만해도자존심이강하여서내험한꼴을사람들에게보이기가싫었었다.

17년전의일이었는데도그눈초리는여지껏내뇌리에서살아움직이고있구나…잊은줄알았는데…

천장에서,거실에서,허공에서되살아나나를쳐다보는것같았다.

이제나는안다.

살아가기위해서자존심은쓰잘데없는것임을…

다만나자신을나답게지키기위해서는절대필요한것이라것을…

그날집에돌아와

두살난아들을껴안고한없이울었었다….

6개월을그렇게일을한다음에그만두었다.

당신은눈물젖은빵을먹어본적이있나요?

당신이지금까지걸어오신길은태양이환히비추는곧은길뿐이었나요?

바람이불고소나기가쏟아지는밤중에홀로길을걸어보신적은없나요?

스러져가는희망을부여잡기위해서긴밤을새워보신적도없나요?

절망중에서도찬연히빛나는햇살속에서살아있음에감사하여본적은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