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하던 날에…

아차하는순간이었다.

잠시몸의중심을잃고휘청거리다가살그머니주저앉았다.

그러는동시에내입에서는"이정도가되어서감사합니다…."하는기도가절로나왔다.

발목의통증이가시기를기다렸다가슬며시발을움직여보았더니심하게접질러진것은아닌것같았다.

잠시더기다렸다가두손으로발목을자근자근주물러주었다.

주위에는아무도없었다.

이른아침인데다하이킹의코스가워낙여러군데라서사람들을잘볼수가없었는데

나는오히려그것이나은것같았다.

삐긋한발목을여전히주물러주면서하늘을올려다보았다.

전날밤에내린비로산의공기는무척맑았고,하늘은새파랗고군데군데흰조각구름이떠돌고있을뿐이다.

바로눈앞에는갈색으로말라있던오코틸로선인장의가는줄기마다새파란아기잎들이수없이돋아나있다.

언제부터저렇게생명이움틀대고있었나….경이롭다….

발목은많이괜찮아지고있다.

아예쉬었다갈요량으로준비해간과일과찹쌀떡을꺼내서조금씩먹었다.

이찹쌀떡은전날오픈하우스를하면서떡집에서맞춘것이다.

그러니까토요일에사무실의지점장님을위시해서7가족,아이들까지약20여명을집에초청하였었다.

나는요리를잘할줄모르니까아예모두한국식으로음식을준비하였다.

떡만세종류맞추고모든음식은직접내가다만들었다.

김치,총각김치,파김치,잡채,생선전,호박전,삼색나물,그리고갈비…떡만두등등,

그리고양주,소주,샴페인,와인….

아들은뒤뜰에서개스그릴로갈비를아주잘구어내었고,

사람들은모든음식들이입에착달라붙게맛있다고칭찬하여주었다.

그리고부자되라고….잘살라고…축복을하여주었다.

집이예쁘다고…

내방이일류호텔방보다더멋지다고…

어쩌면이렇게깔끔하게꾸미고사냐고…한결같이좋은말로추켜주었다.

그리고아들이아주잘생겼다고부부동반해서온부인들이입을맞추어말하여주었다.

그말을들을때마다나는눈을살짝아들에게흘겨주었다.

짜아식…얼굴만잘생기면다가아니란말이다…말을잘들어야지…하는뜻으로…^^

그들은모두기분좋게먹고마시고…그리고윷놀이까지편을갈라서하다가

남은음식과떡을싸서한봉지씩나누어주는나에게고맙다고하면서흡족한얼굴로돌아갔다.

그들이돌아간뒤에아들과나는그들이사온선물들을열어보면서같이웃었다.

7개의선물이똑같은것이하나도없네….모두성의가담긴소중한물건들이다.

그다음날인일요일아침7시에아들을일터에내려주고

하이킹을하다가발목이삐긋하게되었던것이다.

그.런.데….다행이다.

발을이쪽저쪽으로움직여보아도아무이상이없는것같다.

먹던찹쌀떡을다먹고도한참을앉아있었다.

메마른흙을뚫고삐죽이나오고있는야생식물들의초록빛과

하늘하늘상큼하게불어오는바람과

눈이시리게파아란하늘과

산자락마다양팔벌리고서있는선인장들이한데어울려

내눈을호사시키고,

내마음을풍선처럼부풀리게하고,

…..

그보이는모든것들이,

느껴지는많은감사함들이,

내가이렇게살아서꿈틀대고있음에박수쳐주고있는것같은환상에

잠시나를맡기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