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동안엄마의병실에서잠을자면서
매일새벽마다어김없이떠오르던태양을보았다.
저태양이떠오르는곳을나는안다.
끝없이넓게퍼져있는미시간호수의시퍼런수평선끝에서힘차게솟구치는태양을
이른아침마다3층엄마병실의창가에서서바라보았었다.
이런병원에오게된것도엄마의마지막복일까싶을만큼
시카고뿐만아니라미국에서유명한사립대학인노스웨스턴대학의부속병원은
지은지몇년되지않았기때문에최신식시설에다무엇보다깨끗하여서마음이놓였다.
30여년만에1남5녀의6명의형제들이다모였다.
물론그전에는서너명씩같이만나기는하였지만이렇게모두모이기는쉽지가않았다.
엄마의자식순서대로사는장소를배열하면,
서울에서온오빠,텍사스,애리조나,시카고,오클라호마,뉴저지이다.
병원에서는최대한의배려를우리에게베풀어서
엄마는2인용병실을혼자쓰게하면서보호자용침대까지더갖다주었다.
3명은늘병실에서엄마랑같이자고나머지3명은시카고의동생집에서잠을자면서
6명이밤낮의일주일을엄마랑같이보냈다.
우리는절대로엄마앞에서눈물을보이지말자고약속을했다.
엄마가좋아하는두만강노래도불러드리면서엄마앞에서율동도했다.
그러다눈물이걷잡을수없이솟구치면병실을나와서병원복도에서서울었다.
링게르에의지한채아무것도드시지못하는엄마에게우리가할수있는일은
가끔씩물을스토로우에빨리게하는것과
엄마의기저귀를갈아드리는일과
엄마옆에서엄마의손을잡고소근소근이야기를나누는일이었다.
말을할수없지만얼굴표정으로당신의의사를표시하는엄마는
많이편안하게보였고,
그리고일주일내내우리모두를알아보셨다.
그렇게심한치매에서온전한정신으로돌아오신것이었다!
나는가끔씩엄마의손을잡고말했다.
엄마,나를낳아주셔셔감사합니다,
엄마,나를잘키워주셔셔감사합니다,
엄마,엄마를많이많이사랑합니다….
엄마는그럴때마다내손안에잡힌당신손에미세한힘을주시면서
그윽한눈길로나를바라보며미소를지으셨다.
일주일을그렇게보내고지난일요일,
그리곤어쩔수없이다시각자그들의삶의장소로돌아가야했다.
우리들이다시모이는날까지
오클라호마에서온동생이엄마곁에남아끝까지지킨다고하였다.
뉴저지에있는막내동생도회사의급한일을처리하고이틀전에다시엄마한테갔다.
나역시회사에매인몸이라일단돌아왔지만,
내일새벽비행기로다시엄마곁으로간다.
고해같은이세상을떠나실때,
당신의여섯자식들을열성으로키우신엄마를홀로가게해서는안된다.
우리가곁에서지켜드려야만한다.
.
.
.
일주일전에아들과다시이곳에내려온후에,
나는내생애의최고의게으름의극치다운생활을하여왔다.
회사에서는밀린일들을하느라하루종일정신없이일에열중하였지만,
집에돌아오면아무것도할수가없었다.
침대에누었다일어났다,
뜰에나가서거닐다가,
냉장고문을열었다가…그러면서도식욕이일지않아저녁을굶기도하고.
밤새서너번씩잠이깨어일어나멍하니천장을바라보다가…
물을마시러나오면달빛이고요하게거실에흘러들고있었다.
달빛에홀려패리오의유리문을열고나가서
싸늘한밤하늘을올려다보면
처연한달이온사위를밝게비추고있었다.
어쩌자고지난일주일동안의밤하늘의달은그렇게교교하도록아름답게비추었었는지…
그러나,
아침에일어나아무일도없었던듯이출근하여일을하고…그랬다.
하루에서너번씩엄마곁에있는동생한테전화를걸면
동생은핸드폰을엄마귀에대준다.
그러면나는소리친다.
엄마…나곧가니까기다려주세요.
집앞에심었던나무…
죽었다고생각하여서빌더에게전화하였더니
3월중순까지기다려보라고한나무에새순이돋기시작하였다.
그리고앞뜰에는
어느사이에꽃망울을떠뜨린선인장과꽃들이아침햇살을받고있었다.
오늘아침에는기운을내고그동안아무것도하지않았던일들을하기시작하였다.
낼새벽에다시시카고로가면언제돌아올지모르기때문에해주어야할일들.
집의창문이란창문은모두열었다.
밀린빨래를빨기위하여세탁기를돌리고,
그리고내가없는사이에앞뜰과뒤뜰에많이자란들풀을두어시간쭈그리고앉아다뽑아냈다.
하잖은들풀까지도싱그런향기를내면서생명을뽐내고있는이봄날,
아…
미치지않고어찌이나날들을배겨낼수있을까…
이환장할놈의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