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머물러 계실 수는 없으신가요?

참이상합디다.

그렇게온몸의세포가늘어지듯하고눈이감겨와서금방잠이들줄알았습니다.

그런데침대에몸을뉘인순간부터정신이말똥말똥하여지더라구요.

가만히눈을감고왜그럴까….더듬어보았지요.

조금전에어머니를널싱홈에모셔다드리고왔거든요.

어머니는오늘오전중에세면대에다머리를세번감습디다.

세번째는보다못해서제가약간큰소리를냈어요.

엄마..제발그러지마.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이제안그럴께요…

정말말하는것도어떤때는왔다갔다합니다.

그래서오후에는같이티비를보자고제옆에앉게하였고

삶은밤을까먹으면서영화를보았습니다.

토실토실잘여문밤을제가이빨로반쪽을베어서한쪽을어머니에게드리고

나머지한쪽은제가티스푼으로빼어내어서먹었습니다.

어머니는연신맛있다,맛있다하면서드시더라구요.

어저께모셔와서는먼저하얀머리에물을들였습니다.

거실한가운데서카펫위에신문지를깔고어머니가그위에앉으셨습니다.

제가머리에물을들이는동안

그까칠한손으로제무릎을쓰다듬어주시면서

너밖에없다.넌참좋은사람이다….하시더군요.

전어머니가제일좋아하시는검은머리로만들어드렸지요.

그리고욕조에적당히따뜻한물을받아서어머니를목욕을시켜드렸습니다.

바짝마른풀처럼나약한몸….건드리기만하여도쓰러질듯…한몸이었습니다.

밤에잘때는침대에다전기보온담요를깔고

둘이서손을맞잡고잠을잤습니다.

어머니가아주행복해하시면서말하였습니다.

애야…참좋구나…

엄마..나도좋아…

한마리의작은새처럼웅크리고누운어머니의등을가만가만쓸어드렸습니다.

오늘도이방저방돌아다니시면서아주부러운듯한말투로말씀하셨어요.

어쩌면…너는이렇게깨끗하게잘하고사니…

저파좀봐…(사실은선인장입니다)..참예쁘게잘자랐네…

집이참좋다…그래정말좋구나…(사람사는것처럼느껴지셨나봅니다)

널싱홈의엘리베이터안에서드디어어머니는고개를외로꼬셨습니다.

저는어머니의손을가만히잡았습니다.

엄마.또데리러올께…

바짝구부러진등을더숙이고서바닥을보고있던어머니가저를올려다보았습니다.

어느새어머니의눈에는눈물이그렁거리고있더군요.

저는나이어린소녀를달래키듯이어머니를다둑거리면서말합니다.

엄마.그러니까여기서밥잘먹고…잘있어야해…

어머니가고개를까닥까닥합니다.충혈된눈으로…

어머니를내려다보는내가슴이갈라지듯통증을느낍니다.

나는입을악물고그통증을견딥니다.

침대에서내렸습니다.

창문가까이다가가서캄캄한창밖인데도마치밖이잘보이는것처럼내다봅니다.

나도늙으면엄마처럼될까….

불과4년전만해도싱싱하게사방을돌아다니시던분이었습니다.

제가그때혼절하다시피기진맥진해서아무것도못하던때…

77살이신어머니는엘카를타시고또버스를갈아타시고

시카고의당신아파트에서교외에있는제집까지찾아오셔셔는

먹어야산다.이럴때일수록더정신차리고먹어야해…

하시면서이것저것을만들어가지고제방에까지들고오시던분이었습니다.

제가잘먹지도못하고그저멍하니누워있기만하자

어머니는눈물바람을일으키면서말씀하셨습니다.

애야…자식들을생각해야지…네새끼하고살궁리를해야지..

먹어라..응…네가기운내지않으면난죽는다.내가죽어…

젊어서는당신홀로저희육남매를다기르시며가르치셨습니다.

유난히생활력이강하시고부지런하시고깔끔하시던분이었습니다.

딸다섯중에오로지저밖에몰라서

다른형제들에게눈총도많이받았던분이었습니다.

아들하나보다더저를사랑하고위해주셨거든요.

그런데그후로점점치매증세가보이기시작하시고…

급기야는도저히혼자서생활하시기가어렵게되었습니다.

전회사와성당과제집의중간쯤에있는이널싱홈을찾았습니다.

그래도시카고에서는제일크고깨끗하고4층에는한국분들만약70여명이계셨습니다.

한국식당이따로있어서식사도한국음식으로잘나왔고시설도,간호하는시스템도좋습니다.

이널싱홈에오신지꼭일년이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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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전에어머니의상태가심상치않아엠블런스로병원으로옮기시고있다는연락을

시카고에있는널싱홈의간호원으로부터받았습니다.

어머니는지금널싱홈에계시지않고병원의중환자실에계십니다.

지금어머니곁에는시카고에살고있는세째딸과

연락을받고그다음날로찾아간뉴져지주에살고있는막내딸이지키고있습니다.

며칠후가될지,몇달후가될지는모르겠지만,

마음의준비를해야할때라는말을의사로부터전해들었습니다.

어머니곁으로당장달려갈수없는저는계속불면의밤을지내면서

전에어머니를생각하면서쓴위의글을찾아냈습니다.

2005년12월에쓴글입니다.

지금은2008년3월초.

3년전에저글을쓸때는오늘의일을전혀예상하지못하였겠지요.

아니불과2달전인지난1월중순에가서어머니를뵐때만해도이런일을생각지도않았었습니다.

오늘낮에일을하다가마음이안정되지않아

회사밖의산책길을걷다가핸폰으로막내여동생에게전화를하였습니다.

막내여동생은어머니가말은할수없지만들을수는있다고

자기의핸폰을어머니의귀에가까이대줄테니까저혼자크게말하라고하였습니다.

저는큰소리로외쳤습니다.

엄마.나야.나.필립이엄마…엄마둘째딸이야.엄마내목소리들리지?

엄마.나하룻밤만자면엄마한테갈꺼야.나갈때가지기다려야해…

막내여동생은어머니가감고있던눈을뜨면서고개를끄덕였다고전해주었습니다.

그말을듣는데가슴이미어질듯하면서눈자위가뜨거워졌습니다.

후…하고한숨을크게쉬고하늘을올려다보았습니다.

지금서울에서어머니의하나밖에없는아들이오고있습니다.

미국의각주에흩어져살고있는다섯딸들도어머니곁으로찾아오고있습니다.

저는내일이지나면아들을데리고시카고에갑니다.

받아들여야할일이지만,

그러나받아들이고싶지않은일입니다.

너무빨라요.

아직,아니거든요.

어머니,

조금만더저희들곁에머물러계실수는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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