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봄에서초여름으로들어서고있는밤이주는느낌은
적당히유혹적이었고
또다른때보다도더진하게만들어준롱아일랜드아이스티한잔이
알맞게몸의세포들의눈을열어주어
내안에숨겨져있었던,
아니면자제하여왔던열정과감성의감정들이섬세하게배합되어
기분좋을정도로나른하였다.
나는내옆에앉아있는친구의어깨에내머리를기대고있었다.
우리의맞은편잔디밭위에앉아이야기를하고있는친구의남편을바라보며
그의이야기에화답하기도하고,
잔잔한미소를보내기도하고,
가끔씩친구에게기울였던상체를들고서는
친구의어깨를내손바닥으로탁치면서호탕하게웃기도하였다.
게다가산들바람이맨발의나를건드리는늦은밤의기후는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밤이었다.
캄캄한하늘에는수많은별들이반짝거리고있었고,
저만치있는바의야외스피커에서는계속흥겨운노래소리가흘러나오고있었고,
사람들의웃음소리와이야기소리와
담배냄새와알코올의향기들이간간히바람에실려오기도했었다.
간만에마신한잔의칵테일에취한나는
집으로돌아가기전에안전운전을위하여잠시동안바람을쐬고싶어서
근처의숲가장자리에머물고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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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퇴근후의저녁시간을자유롭게쓸수있었던나는
지난번에저녁을거하게사주었던친구부부에게
오늘저녁을쏘겠다고불러내었다.
퇴근을하여그녀의커피샾으로가기전에,
주말을여유롭게사용할수있다는홀가분한마음을가지고
서점에들려서<2008년이상문학상작품집>을샀다.
친구부부는다정하게나를맞아주었다.
가게안에는중년의미국인두명이서카드놀이를하고있었을뿐…
장사가잘되어야할텐데…
늘밑지는비지니스를하고있는그부부를보면안타깝다.
나는고소한커피향이날라다니는가게한켠가죽소파에파묻히듯이앉아
가게문을닫을때까지기다리는동안사가지고간책을읽었다.
먼저’사랑을믿다’라는단편으로대상을수상한권여선의수상소감을읽었다.
코스모스꽃밭처럼아름답게흔들리고싶다는그녀는말한다.
흔들리지않는것은갈대에게나저에게나불가능합니다.
쓰러지지않기위해서,환상을버리기위해서,바람을타기위해서,더큰환상을품기위해서,
언제나흔들리고또흔들렸습니다.
이구절을읽고가만한한숨을내쉬며책으로부터고개를들었던나는,
내가앉아있는쪽에서보이는가게의커다란유리창밖으로
길가에서있는고목의진녹색의나무잎들이바람에흔들거리고있는것을보았다.
저녁어둠이조금씩스멸거리고있는바깥의공기속에서
나무의진초록색의흔들거림은생명의함성처럼느껴졌다.
그래…나도흔들렸어.
전에나지금에나….가끔흔들리고있지.
흔들리지않고어떻게앞으로나아갈수있겠냐구….
고여있는물은썩어버리지.
가끔은내안에고여있는물을흔들어자신을정화시키는일도필요하다구…
당신,알아?
이런흔들거림의고통의시간을거치지않고서야
어찌우리들의삶이영글겠냐구?
지천명의나이를훌쩍넘어선내가,
때때로이렇게흔들거릴수있다는것이아름답다고여겨지지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