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斷想

지난5월9일부터11일까지있었던1주차암벽등반훈련이끝난후

아들과교대로6시간동안쉬지않고운전하여집으로돌아왔다.

저녁9시쯤집에도착하여간단하게씻고잠을청하려는데

잠은오지않고점점더정신은맑아지기만한다.

너무피곤하면오히려잠드는것이쉽지가않다.

캘리포니아의국립공원에있는산에서갖은

2박3일간암벽등반을위한등산학교를다녀온느낌이강하다.

훈련은이틀이었지만토요일새벽6시30분부터시작이라서

나는금요일오후5시에퇴근하자마자아들과함께길을떠나

금요일밤자정이다되어서그곳에도착하였다.그러니까2박3일이된것일뿐…^^

글쎄….내나이에바위타기를하다니…^^

아…나는끝없는삶에의도전정신이너무강한것이아닌지모르겠다.

텐트안에서잠을자다가잠이깨어해드랜턴을키고보니새벽4시가조금넘은시간.

아침식사시간이5시30분부터6시까지라서일어났다.

깊은산한자락에있는캠핑그라운드이었지만,

새벽의한기가몸을뚫고지나간다.

깜깜한신새벽의어둠속을해드랜턴의불빛에의지하여

세수를하고텐트로돌아오다가본부석쪽에있던캠프화이어에잔불이남아있어서

마른장작개비를여러개더얹어놓자불길이강하게솟구친다.

그옆에앉아서불을쪼였다.

따뜻하다.

모두가잠들은시간,

혼자깨어있으면서이렇게불꽃을바라보고있음이좋았다.

갑자기새벽공기를가르면서코요테(여우)들이우는소리가들려왔다.

그들은하나가울면곧이어서여기저기산속에흩어져있는다른여우들까지도화답하여운다.

여우들이우는소리를들으면서,

불꽃들이일어났다사그라들었다하는것을보면서,

문득떠오르는분,박경리님…

내가늘사모하였던분,

그분이마지막으로남겨두신시詩한수가떠올랐다.

생의욕망과집착까지놓아버린가벼움을안겨주던詩….

비자루병에걸린대추나무수십그루가

어느날일시에죽어자빠진그집

십오년을살았다.

빈창고같이휑뎅그레한큰집에

밤이오면소쩍새와쑥쑥새가울었고

연못의맹꽁이는목이터져라소리지르던

이른봄

그집에서나는혼자살았다

다행히뜰은넓어서

배추심고고추심고상추심고파심고

고양이들과함께살았다

정붙이고살았다

달빛이스며드는차가운밤에는

이세상의끝의끝으로온것같아

무섭기도했지만

책상하나원고지펜하나가

나를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생각하며살았다.

그세월,옛날의그집

그랬지그랬었지

대문밖에는

짐승들이으르렁거렸다.

늑대도있었고여우도있었고

까치독사하이에나도있었지

모진세월가고

아아편안하다늙어서이리편안한것을

버리고갈것만남아서홀가분하다.

옛날의그집/박경리

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던그분의마음이,

아아..편안하다늙어서이리편안하다던그분의깊은속뜻이,

오늘새벽에나를많이흔들어주었다.

그분의말씀처럼

나도,

내게주어진모진세월지나가고

이세상의끝의끝으로온것같아두려움과무서움에수없는밤을밝힌것도지나가고

때로는내가슴속이야기를초롱불밝히듯이이곳,

내블로그에일기쓰듯이한포슽,두포슽쏟아내면서

남아있는내세상에정붙이며살려고

어지간히애써왔었던지나간시간들이있었다.

그리고그흔적의하나로이렇게이곳에와있는것이다.

지금나는어디쯤걸어가고있는것일까…

마른장작개비가활활타오르면서

내몸을덥혀주고,

내마음을뜨겁게만들어주고,

밝아오는새벽의한기를태워버렸다.

걸어온시간들이…그렇게내안에남아있던애증도모두태워버렸다.

이제나도언제가떠나게된다면그분처럼가벼웁게…홀가분하게갈수있을까.

그분의완전한비움을내가조금이라도배울수있다면…

.

.

.

어느만큼시간이지나자하나둘캠프화이어옆으로모여드는사람들과아침인사를나누며

향기로운모닝커피를마시면서여명이밝아오는것을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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