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곳은비가내리고있어요.
이렇게세찬빗줄기를몇달만에만났어요.
‘보았다’는말보다는’만났다’가더정겨웁게들리지않나요?
조금전에퇴근하면서빌딩문을열고나오니언제부터내리기시작하였는지
제법빗줄기가세어져있었어요.
상큼하면서도아릿하게퍼지는비의향기가얼마나좋은지…그것아세요?
마치금방잔디를깍고난뒤의향기처럼깊고넉넉하고…
그리고누군가의품에안겨있는것처럼아늑한맛이란것말예요.
이렇게반가운비가내릴려고어제저녁부터바람이많이불었었나봐요.
어제저녁에뒤뜰의조경을위하여정원사가제집을찾아왔었지요.
저는뒤뜰에다대나무를심고싶었는데주위사람들이제뜻을듣고는말렸거든요.
대나무의뿌리가아주잘뻗기때문에집안에다심으면안된다는거예요.
그래도저는대나무에미련이남아서
직접정원사에게제뒤뜰을보여주면서상의하기로맘을먹었지요.
손바닥보다조금넓은뒤뜰한켠에
몇그루의대나무를심어도될것이라고정원사가말했어요.
정말그래도될까?하고다시확인하여도그는흔쾌히괜찮다고대답하였지요.
제가이렇게대나무에마음이가는것은
오래전에최명희님의<혼불>을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그책의서두에서대나무가일어내는바람소리를표현한대목이아주좋았거든요.
그뒤로저는대나무가좋아졌어요.
마침정원사하고뒤뜰에서이야기를하고있을때부터
바람이많이불어대기시작하였어요.
저는그바람이마치제뒤뜰에심어져있는대나무잎들이윙윙불어내는소리처럼
착각하기도하였다니까요.
정원사가활짝웃으면서돌아간뒤로도
오랫동안뒤뜰에서성거리면서하늘도올려다보고땅도내려다보았어요.
저는…어린대나무를심을래요.
그리고매일아침마다제방의창을통해서그나무들이커가는것을바라볼꺼예요.
어쩌면거실바로옆의패리오로나가서는그들을만져주면서이야기를할지도모르지요.
저녁마다뒤뜰에나가서차가운달빛에자기몸을흔들거리는그들을쓰다듬어줄지도모르지요.
때로는땅위를맨발로딛고서서…^^
말없는사람의등뒤에서느끼는허전함곁으로
말없는자연이더따뜻하고친근하게다가오기도할테니까요.
그어린대나무들이자라나대나무숲을이룰때까지
내생이다할련지는아무도모르겠지요.
내일일도모르는데
어찌수년후의일을알수가있겠어요?
전,
다만그대나무를키우면서그들과함께시간을나누고싶을뿐이예요.
그냥
그들에게제마음속의모든것들을토하고싶을뿐이예요.
그러다가끔칼로베이듯가슴이저려오면
뒤뜰에나가서대나무가일구어내는바람소리를들으면될것같기도하구요.
그들을사랑하는마음이
벌써부터제안에가득하게차오르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