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황홀하냐구요?

붉은꽃이강하면서도화사하지요?

저꽃을처음보았을때가2년전인9월초,

이곳애리조나에처음도착하였던날이었을꺼예요.

피닠스의스카이하버공항에서차를렌트한다음에예약되어있는호텔로가는길에

하이웨이에붉은꽃들이흐드러지게많이피어있었는데바로저꽃이었어요.

나중에자세히보니길에도,가정집에도많이피어있었는데볼수록고운꽃이예요.

요즈음하이웨이나일반도로에무리지어피어있는저꽃을볼때마다

맨처음저꽃을보며감탄하였던기억이상큼하니떠올려지곤해요.

그때에는어떻게이렇게삭막한곳에서살아갈수있을까싶었던마음을

저붉은꽃을보면서마음을달랬었는데

시간이약이라는말이맞듯이이제는이곳이고향인듯정붙이면서잘살고있네요.

지금이곳은길거리마다,집마다꽃의나라같아요.

온통노오란색,보라색,하얀색,분홍색,갖가지색들의꽃들이한창이거든요.

저꽃은한해에여러번피고지고…그러더군요.

하긴…일년열두달거리에꽃이피고지고…그러고있어요.

오늘도집에돌아와서다른날과마찬가지로차고에차를파킹한다음에

늘하던것처럼앞뜰로나와서꽃나무들과인사를하였지요.

더운데잘있었니?

나무가까이코를대면서나무향을흠흠…하면서맡기도하고

꽃을살짝탓취하기도했어요.

사랑은…탓취라고하니까요.

집안에들어와서는곧장패리오의문을열고뒤뜰로나가서

대나무의노랗게변한잎을안타까운마음으로쓰다듬어보기도해요.

사막의뜨거운태양으로인하여나무잎들이영말이아니거든요.-.-;;;

오늘도저녁해가다기운다음에나무에물을뿌려주었어요.

일주일에두어번씩나무에물을뿌려주는재미가상당하거든요.

그럴때는맨발로돌아다녀요.

아직도열기가그대로남아있는따뜻한땅위에맨발로서있는느낌은아주좋거든요.

그리곤저녁밥을짓기시작했어요.

오늘은매운타이고추를쏭쏭썰어놓고햇양파를넣은된장찌개를자박자박하게끓였어요.

집안에음식냄새가번지기때문에어떤때는촛불을키기도해요.

이렇게오늘도평화로운하루가지나고있네요.

요즈음은인생의진리를터득한사람처럼늘하루하루가고요해요.

사무실에출근해서맨먼저찾게되는향기로운한잔의커피,

직장동료들과잠시브레이크타임을갖거나점심시간에만나서이야기하면서웃고떠드는시간,

하루종일컴의화면에눈을고정시키고일하느라뻐근한고개를가로저어주며퇴근하는기쁨,

저녁식사후에는따뜻한바람을귓가로날리며동네를한바퀴걷는시간과

가슴으로스치는은은한바람에묻어오는꽃향기,

복잡한도시가아니라한갓진마을에들어와서살고있다는작은행복,

밤이면밤하늘에가득한별을볼수있는행복…

아,또있지요.

거의매일저녁에내가보고싶은영화를

보드라운가죽소파에편안히앉거나,누워서볼수있다는것….^^

그모든것들이주는느낌이이렇게좋을수가없어요.

이제는선명히알수있을것같아요.

이렇게사람은늙어가는것이아니라,

하루하루전혀새로운삶을살아가는것을.

그새롭다는것은마음일꺼예요.

새로운삶이란매일매일하는일은같지만

그것을받아들이는마음은조금씩다를수가있으니까요.

여름해가길기때문에저녁식사후에도

가끔앞뜰의얕은담장에걸터앉아책을읽거나,

그러다지는석양을가만히바라보거나,

먼빛으로다가오는그리움을살포시껴안을수있다는것,

그래서행복해요.

마음으로느낄수있고,

마음으로사랑하면서매일매일을새롭게맞을수있으니까요.

그리고황홀해요.

무엇이그리황홀하냐구요?

하루하루사는일,그자체가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