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유년의뜨락같은텃밭에서
흙이얼마나진솔한것인지한번보세요.
열길물속은알수있어도사람의속은알수없다는말이있는것처럼
저는도저히알수없을것같았던’흙’으로부터
요즈음점점깊어지는애착을느끼고있습니다.
하긴…나이가들어갈수록흙과친해져야만하겠지만요…^^
지난토요일이른아침,뒤뜰의작은텃밭입니다.
두달전인지난9월말경에아주조그만뒤뜰에다,
소꼽장난하듯이밭을만들었습니다.
딱딱하게굳어있는땅을약30센티정도파내어
홈디포에서사온거름흙과반반섞어서
이렇게밭을두군데만들어놓았었지요.
생전처음으로삽질을하며땅의감촉도느껴보았고,
또이렇게알량하게만들어놓고서도
나스스로대견해서희열에들뜨기도했었답니다.
이제껏편안히책상에앉아서일을하기만하였는데
몸으로하는노동일이얼마나힘든것인지도알았구요.
첨만든다음에찍은사진,
그리고한달전쯤씨를뿌린다음에풍성(?)하게바뀐요즈음의텃밭입니다.
사실텃밭이란말을붙이기도초라하지만말예요.
그러함에도,
내유년의뜨락같은텃밭…
뒤뜰로내려서서이들을바라보기만해도
어린아이처럼맑아지고마냥순해지는마음!
씨를뿌려주고는매일출근하기전에한번내다보고,
퇴근하고집에돌아오자마자
뒤뜰로달려가들여다보던내작은꿈의밭입니다.
내가이렇게뒤늦게흙과가깝게지내리라곤꿈엔들상상이나했을까…
물론화초를좋아해서지금도내거실과방에는여러종류의화초들이잘자라고있지만,
직접땅을파고,씨를뿌리고…
그러면서기쁨과보람을얻으리라어찌생각할수있었을까.
그러니잘자라다오.
너희들이잘크는것을보면서
나는내꿈까지함께커가는것을감지하고싶단말이다…알았니?
상추옆에길죽하게자라고있는것은부추입니다.
친구가부추뿌리를자기밭에서파내어준것입니다.ㅎㅎ
그친구말이잘자라면겨울내내두식구먹기에는충분하다고했어요.
친구가가르켜준대로심었더니
심은지열흘정도되니저렇게자란것입니다.
역시친구가부추를주면서같이나누어준쪽파입니다.
쪽파뿌리를두서너개씩모아심었습니다.
마치화초처럼이쁘게자라나지요?
그옆에길게나온쪽파는한국가게에서3단을사다가
뿌리부분을잘라서밑둥을심었더니저렇게잘자라났습니다.
아욱과근대입니다.아…쪽파도보이네요.
올초여름에심었던아기복숭아나무와그레이프프릇나무가
새로운땅에서뿌리를내리는몸살도잘견디어내고
여름내내뜨거운햇살에도잘버티어
이렇게살아서짙은녹색잎을띄우었습니다.
9월중순경부터마른잎들이떨어지고
새순이돋더니이렇게고운잎을보여주었습니다.
고맙다.나무야.
그런데여름내내말라비틀어가던이나무잎들을바라보면서
내가얼마나마음아파하였던것을저나무들은알까?모를까?
지난토요일,
몇장의사진을찍은다음에처음으로상추를솎아내었습니다.
상추를솎아내고난뒤의훵한모습.
그러나오늘퇴근하고들여다보니어느새밭이풍성하여졌습니다.
어쩌면이렇게빨리잘자라는지….그래서더욱이뻐요.
오늘점심시간에늘같이점심을먹는멤버들에게(고정멤버가모두8명이랍니다)
디카에담겨있는사진들을보여주었더니
남자,여자할것없이아이들이다들넘어가는거예요.
농사잘지었다구요.
그말을들으면서더욱신명이나서열심히설명을해주었지요.
그랬더니내이야기를듣던사람들이이구동성으로말하였습니다.
"언니.그렇게눈빛이초롱초롱해져서말을하니까,
마치언니가사랑에빠져있는사람같아요.하하하…"
"맞아,누나.정말그렇게느껴져.
그런데사랑을할려면사람하고도해야지…ㅎㅎ"
요런?고약한것들….감히나이많은어른을놀리다니…한참어린것들이…^^
아니…재엄마는나랑동갑인데?뭐?나보고기댈사랑을찾아보라고?에끼녀석들아!!
하지만,
너희들이잘보았어.
나,지금사랑에빠져있나봐…
남자가아니라지금눈앞의내삶과….^^
뒤뜰의파릇파릇한내아이들과놀다보면
매일매일이이렇게즐겁고기쁜데어떻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