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비낀절안에서
무릎을안고한가히졸다
소소한가을바람에놀라깨어보니
서리친단풍잎만뜰에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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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음[無事]이오히려할일이거늘
사립문걸어닫고졸다가보니
그윽이새들은나의고독함을알고
창앞에와어른거리네.
경허스님의<우연한노래>중일부분.
오래전부터이번추수감사절을맞이하여나는긴여행을준비하였었다.
하지만그모든여행을취소하고집에서쉬기로하였다.
여행을취소하자,웨딩샾을하는친구가잘됐다며
추수감사절날에자기집에서점심때터키구이를먹자고초대했다.
또커피샵을하는친구는그날저녁식사로날초대하였다.
고마운친구들….하지만,걍집에서쉬겠다며정중하게거절하였다.
집에서쉬었던요며칠동안나는시간에구애받지않고느림의미학을떠올리며느릿느릿하게지냈다.
그저먹고싶으면천천히먹고,
햇살이가득한뜨락에야외용의자를내놓고맘껏따사로운햇살을즐기면서
천천히커피를마시며,천천히책을읽고,
그러다가잠이쏟아지면두다리를쭈욱뻗어내리고
밝은해아래서꾸벅꾸벅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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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뜨락은햇살만가득할뿐그저적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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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질무렵이면,
의자를서쪽으로돌려놓고드넓은평야에노을이떳다가라앉는것을보았다.
밤에는별들의반짝거리는눈을올려다보기도하였다.
일없음[無事]이오히려할일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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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집앞뒤로천천히걷기도하였다.
아기대나무에게서어린새순이돋아나고,
레몬나무에서도새줄기가뻗어새잎이돋았다.
나는이들을경이로운눈으로오래도록,깊이바라본다.
"봄이오면나는벚나무가지를손으로더듬어봅니다.
벚나무등걸속으로흐르는물을나는손끝으로느낄수있습니다.
여러분들은이놀라운기적을그냥지나쳐버리고맙니다.
여러분들이하루에한시간씩이라도장님이되거나귀머거리가될수있다면
저벚나무의꽃과저나뭇가지위를날아다니는새의울음소리들을
들을수있는사소한기쁨이야말로최고의은총임을깨닫게될것입니다."
-헬렌켈러-
대파뿌리만심어놓았는데도저렇게새잎이쑥쑥자라났고,
열무와배추잎도빼초롬이솟았다.
흙은진솔하다.
이모든것이흙한줌에서부터나오는것이니,아아,흙이란얼마나신비한것인가.
뿌리는대로거두는흙이주는교훈에나는내안을깊이걸려본다.
그렇다.
흙이주는뜻처럼삶역시,진리가아니라,
얼마만한진실속에서살다가는것이중요한것이아닐까싶다.
나흘동안천천히집주위를걸으며…쉬다가졸면서….
그러다어디로놀러갔는지구름한점없는짙은물빛하늘도올려다보며,
가만히귀기울여바람소리도듣고,새소리도듣고,
초록의작은나무로부터비내리기전의그윽한향을맡으며
그노오란꽃에날라드는벌들의움직임도천천히바라보며,
내가살아온지난모든시간들속으로들어가인생을반추하기도하며,
또한다시생生을새롭게다짐하기도하였다.
고통에서벗어나기위해서는고통을잊으려고노력할것이아니라
고통의심연속으로뛰어들어가야하는것.
피할수없는고통은받아들이는것이낫다.
그리고나는안다.
인생은돌아가는것보다당당하게맞서야하는것이너무나많다는것을….
그리고이제는더이상잃을것도,얻을것도없다는것을….
내뜨락에피어있는자스민의고운향기를
나를위하여따뜻한마음한자락씩놓아두고가신분들을위해서보내고싶어지는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