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하여

퇴근하여한시간정도하이웨이를운전하며집에도착할때쯤이면어둠이사방에깔리기시작합니다.

동네를들어서면서한번커브길을돌면떠오르는불빛…

맨먼저나를반겨주는것은내집에장식하여놓은불빛입니다.

나는곧바로차고안에차를들여보내지않고한동안집맞은편에차를세워놓고는

유리창너머로물끄러미,

어둠속에서환하게빛나고있는불빛을바라봅니다.

어둠속에서빛나는따뜻함은내마음을조근조근하게어루만져주는듯합니다.

지지난주에아들과같이만든다음에매일저녁6시면불이켜지도록타이머를작동시켜놓았습니다.

그래서주인이있던없던간에저절로켜지고저절로꺼집니다.

사실저는오랫동안큰도시에살았을때는해마다이맘때쯤집집마다장식해놓은츄리에대하여

커다란감동을느끼지못하였습니다.그저좋네…정도였지요.

하지만,지금은다릅니다.

캄캄한밤하늘의별빛이더크고선명하게보여지듯,

이시골에서바라보는불빛은그렇게선명하게내마음에커다란선을그어줍니다.

아마도그런마음이된것은2년전,크리스마스여행때부터입니다.

이른아침에유타주에있던ZionCanyon을둘러본다음에,

역시같은유타주에있던ArchesNationalPark을찾아가고있었지요.

시속80마일(시속120km)로약7시간정도운전하고가다가저녁노을을만났습니다.

겨울은해가지기만하면금방어둠이몰려옵니다.

어둠이더짙게묻어오기전에Moab에예약해놓은호텔에도착하여야하는데…

드디어27마일만가면ArchesNationalPark이라고써있습니다.

하지만벌써사방은캄캄합니다.

그런데27마일이왜이렇게길게느껴지는지모르겠습니다.

가도가도인가는하나도보이지않고오가는차량도별로없습니다.

갑자기덜컹겁이납니다.분명히싸인을보고들어섰는데…잘못본것이아닐까?

만약잘못보았다면도무지다시되집어나갈기운이없을것같습니다.

어느정도가다가커다란고개길을넘어서니갑자기신기루처럼,불야성처럼빛나던불빛들!

칠흙처럼캄캄한어둠속에서빛나던불빛은내머리속에,가슴속에깊이각인되었습니다.

그불빛들이얼마나따뜻하게보였는지모릅니다.

바로Moab입니다.조그마하고조용한도시모압….

그때불빛들을바라보며운전을하던난,아마살짝눈물을떨구었을것입니다.

어둠속에서그렇게빛나던불빛은그이후로가끔씩내눈앞을스쳐갑니다.

월리엄워즈워드가노오란수선화의무리를보고희망을노래하였듯이,

그날밤의불빛은내마음이곤할때나를찾아줍니다.

반짝반짝빛나는희망처럼….^^

그이후로불빛은그저불빛이아니라,

불빛을발견하였을때의순간의느낌과더불어하나의아름다움으로남아있습니다.

얼마전에본영화중에<AmericanBeauty,1999년도작품>입니다.

미국중산층가정의붕과와중년남자의위기를다루면서소소한일상의아름다움을역설한영화였지요.

잡지사직원인레스터번햄(케빈스페이시)는아내캐롤린(아네트베닝)과딸에게실패자로낙인찍히고

직장에서는해고되기일보직전이다.부동산소개업자인아내와습관처럼결혼생활을이어가며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살아가던그는어느날딸의친구안젤라를보면서갑작스럽게변하기시작한다.

회사를때려치우고예전에유행하던스포츠카를사는가하면대마초를피우면서안젤라가원하는멋진근육질

몸매를만들기위해운동을시작한다….

드디어그는그렇게바라던대로우연한기회에그녀를접촉하게된다.

하지만한눈에보아도되바라진것같은그녀가처녀임을밝혔을때,비로소그의의식은벗겨지게된다.

그와동시에현실을직시하게된다.자기가한여자아이의아버지이며한여자의남편임을.

그는안젤라의손끝하나건드리지않고그녀에게옷을입혀주며말한다."Youaresobeautiful!"

그것은그녀표면의아름다움을말한것이아니라,

한눈에보아도되바라진것같은그녀가순수하고때가덜묻은영혼을소유하고있었고

그런그녀는,현실의좌절감에절어있던그의영혼을맑게울려주었기때문이다.

그는한결맑은의식으로얼굴에가득한미소를띠우며부엌한켠에놓여있던자신의가족사진을들여다보며

행복하고평화로운미소를짓는다.그러면서독백한다.

‘죽음에직면하면살아왔던인생이주마등처럼스쳐간다고한다.

물론그것은…일순간에끝나는장면들이아니다.영원의시간처럼오랫동안눈앞에머문다.

내게이런것들이스쳐간다.보이스카웃때잔디에누워바라보았던별똥별.

집앞도로에늘어선노란빛깔의단풍잎.메마른종이결같던할머니의손과살결.

사촌토니의신형화이어버드를처음구경했던순간…..그리고제인,나의공주.그리고캐롤린..

살다보면화나는일도많지만,분노를품어선안된다.세상엔아름다움이넘치니깐.

드디어그아름다움에눈뜨는순간,가슴이벅찰때가있다.터질듯이부푼풍선처럼.

하지만마음을가라앉히고,집착을버려야한다는걸깨닫게되면,희열이몸안에빗물처럼흘러오직

감사의마음만이생긴다.소박하게살아온내인생의모든순간들에대해….’

주인공레스터가죽어가면서하는독백을통하여진정한아름다움은,

눈에보이는금발머리의소녀나장미꽃과같은일시적인것이아닌,

우리가살아가면서미처의식하지못하고있는일상의작은삶의장면속에있다는것을깨닫게하여준다.

이영화는미국의각종비평가상과골든글로브상을수상하고,

2000년제72회아카데미상8개부문후보에올라작품상을포함한주요5개부문을수상하였다.

쓰다보니까영화이야기가되어버렸는데,제가말하고싶었던것은일상중의’아름다움’입니다.

레스터가발견한아름다움의아름다움이지요.

그러고보면난참행복한사람입니다.

소박한내일상속에서잔잔한아름다움을늘보면서,느끼면서지내고있으니까요.

그래서모든것들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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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눈을뜨게하고,들을수있고,말할수있으니…^^

그리고사랑할수있는마음을주어서,고맙습니다.

나는내게주어진모든것들을,

내두팔로꼬옥껴안고걸어갈것입니다.

일상중의아름다움과함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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