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퍼마켙의 캐시어로 일한것은 은총이었다.

사진속의풍광이참평화스럽게보이지요?

며칠전,친구집뒤뜰에서찍은사진인데동네를끼고있는골프장이랍니다.

친구는,저길로이른아침시간이될때마다산책을한다는군요.

약간부러웠어요.

저렇게고운길을초록빛잔디와함께할수있다는사실만요.

1월2일인금요일아침6시30분비행기로에니카가족이시카고로떠나는것을공항에서배웅한다음에

저는출근해서일을한후,

저녁에는퇴근하면서친구집에갔습니다.

금요일저녁부터일요일아침까지금식하면서’성서통독’을하기로하였거든요.

연말에는거의2주일동안아이들과여행도다니면서잘먹고즐겁게지낸후

아이들이각자자기들의일상으로돌아간후,

편안하고홀가분한마음으로새로운각오를다짐하면서

새해의첫시발점을’그분’과함께할수있음에감사하였고

장소를마련한친구에게고마운마음이들었습니다.

물론집에서혼자조용히기도할수도있지만,

이렇게마음이맞는사람들끼리같이모여서찬미드리며성서를읽는시간도중요하다고생각합니다.

‘성서통독’이란돌아가면서성서를소리내어읽는것입니다.

금요일저녁6시,우리는요한복음부터시작을하였습니다.

7시가조금넘으니웨딩샵을하는친구가가게문을닫고와서같이합류하였습니다.

가끔따뜻하게끓여내온옥수수차와현미차를마시면서목을축이기도하였습니다.

저녁10시까지요한복음을끝내고집으로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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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돌아오는밤길을운전하면서행복한마음이가득하게고여왔습니다.

새해의첫출발이기도로시작해서기분이좋았고

그래서그런지매우편안한마음이었거든요.

요즘처럼급작스런경제의동결로비지니스를하는주위의많은사람들이어려움을겪는싯점에서

그래도나는월급장이로서조금은안전한위치에있음에감사한마음이들기도하지만,

혹,아나요?

요즘문닫는회사가한둘이아니고,하루아침에일터를잃는사람이수십,수백명이될터인데…

꼭10여년전일이떠오릅니다.

제가시카고에처음이민와서첫직장이었던곳은제일은행시카고지점이었습니다.

그리고평생직장으로여기며다녔던은행이IMF로1998년문을닫게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일어난IMF의첫타켓이제일은행이기도하였잖아요.

아무튼그렇게해서14년동안다녔던직장이문을닫자대책없이실업자가되었던것이지요.

물론그당시은행의여러거래처에서자기네회사로오라는말도들었지만,

이미내나이가너무많아서갈만한곳이쉽게마음에들어오지않았습니다.

참.으.로….막막하더군요.

짧은영어와젊지않은나이…그때유행하던말로’명퇴’하기에딱좋은나이였으니까요.

하지만내가벌어야식구들이먹고살수있는시기였으니아무일이나하자고맘을먹었지요.

정장을입고출근해서사무실에서편안히앉아일을하였던것을생각지말아야한다고스스로에게말하였습니다.

그때내가하기로결정한일은

아침부터오후2시까지영어학교에다니고

오후부터밤9시까지는수퍼마켓의케시어일을하는것이었습니다.

마침평소에잘알고지내던한인대형수퍼마켙의사장이갑자기케시어가나가서손이필요하니

믿을만한사람을구할때까지만이라도도와달라는요청이있었는데,

가만히생각해니그일만이제가할수있는일일것같아서

아예제가그일을하겠다고말하고일을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7개월정도일하다가지금의회사에들어가게된것인데,

나도지금껏이해가되지않는것은

도대체내가어떻게해서이회사에들어오게된것인지모르겠다는것입니다.

게다가내가이회사를찾아가거나이력서를낸것이아니라

그회사로부터’한번와보라’는제안을받았던것부터말입니다.

그당시주위의많은사람들이한결같이하였던말이,

‘그렇게열심히성당에서봉사를하니까하느님께서돌보아주신것아니냐….’

하고열이면열사람모두가그렇게말을하였을정도였고,

아니그렇게말을하지않았더라도나자신도실제로그렇게믿고있을뿐입니다.

막시마자매를통해서나를구해주신그분…^^

그런데7개월동안일하면서나는인생의비밀스러운온갖사람들을만나게되었는데

그들을통해서나는삶의질김과굴곡에서도좌절하지않는많은이민교포들을접할수있게되었으니,

이어찌값지게얻게된은총이아닐까싶습니다.

2005년가을부터이곳에이사오기전까지약11개월동안시카고에있는한미TV방송국의<독서세계>란프로그램을

우연히맡게되어일주일에약10여분씩내얼굴이방송을통하여나간일이있었는데

처음방송에나간나를보면서나를알던여러사람들이

‘아니,저사람이한때어느식품점에서케시어일을하던아무개아닌가!’…하며놀랐다고합니다.

그뒤로나는몇몇사람들이나를통하여희망을갖게되었다고한이야기들을

뒤늦게전해듣게되기도하였던일이있었지요.

그.런.데…어느사이에이회사에서일을한지가올해로꼭10년째입니다.

그러니험한일을하던나를빼내어

여러가지로베네핏이좋고대우가좋은이회사에뿌리박게하여주신그분에게

어찌감사한마음이들지않겠어요?

더욱이그럴만한자격도,능력도없는나를말입니다.

내머리카락한올까지헤아리고계신분.

그리고언제나나를당신의성심으로감싸시고계신분…^^

지난두어달동안극심한고통중에있던나를당신의품안에안고계셨던분…^^

그리하여이제다시일어설수있도록나를지켜주며손잡아주셨던분…^^

다음날인토요일아침10시경에친구집에도착하였습니다.

전날저녁에금식을하고아침에도물한컵밖에마시지않았는데

허기짐을느끼지못하겠고마음은그저충만하였습니다.

친구집으로들어가는길목의풍광도평화롭게보였습니다.

나보다먼저온다른친구는뒤뜰을거닐면서묵주기도를하고있었습니다.

친구랑같이묵주기도를하면서바라보이는전원풍광에한껏평화를느꼈습니다.

호수위로개인용보트를타고있는사람들과

따뜻한햇살,

그리고

카트를타고바로우리가까이에서내려골프를치는사람들과인사도나누기도하구요.

이모든것들을잔잔한눈길로바라보던나는

온몸으로전율이일어나며강한힘을순간적으로느꼈어요.

저런삶도있지만,

나는내삶을사랑하고있단다…하는마음이

소롯이내마음한켠에서나에게속삭이고있었거든요.

그리고하루종일성서를읽으면서내눈앞에보이던’그분’과

조그만창문을통하여보이던푸른하늘과나무의잎새들이내마음을사로잡았습니다.

아주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