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을 뚫고 얻은 마음의 평화속에서

바람이제법불고있네…

이른일요일아침의밝은햇살을받으며,

불어대는살짝바람에제몸을흔들거리고있는복숭아나무가어찌저리도이쁠까.

분홍빛화사한복사꽃무리와연녹색의나뭇잎들을보고만있어도내마음은기뻐떨고있다네…

지금나는내방창가,내책상위에앉아서창넘어로보이는풍경에마음을놓고있다네.

모든것이변하는세상에서,

이세상에서변하지않는단하나의진리는자연의섭리아닐가싶어.

어김없이봄이돌아오니까겨울내잎이져있던나무에꽃이피고,새잎이돋아나고하잖아.

저렇게짙은향이고운하얀레몬꽃은첨보네.

저꽃이지고노란레몬이주렁주렁열리면물에얼음을넣고레몬조각을넣어마실수있을꺼야.

그래,맞아.

살아있는모든것들은이렇게변하고있는거야….

이런사실을알면서도그것이내게받아들여지지않을때도있었지.

어느날밤,

자다가한밤중에눈을뜨게되었어.

다시잠들려고뒤척거려보았지만잠을쉬이들지못해

아,하느님이지금나를깨어있게하려고하나보다…하는마음이들어

벼개옆쪽으로놓여있던성경을집어들었어.

그렇게그밤을보내고새벽어스름이될때집을나서서산을찾았었지.

그때가마침1월중순의어느토요일이었으니까…

시카고에서이곳으로내려왔을2년전에는회사직원이약70여명이었는데

몇군데의지점이다시이곳에내려와서이제는약150여명이되었기때문에

회사가좀더큰빌딩으로옮길수밖에었었지.

덕분에회사와내집과의출근시간을단축할수있어참좋게되었어.

전에는출퇴근에거의2시간을운전해야했었는데

이제는1시간10분정도니얼마나좋은지…

더군다나5층내자리에서의자만돌리면창가의아름다운풍광들을한눈에볼수있어참좋거든.

무엇보다확터진시야에맑고푸른하늘을언제나볼수있다는것이지.

지지난주말에LA에가서두수녀님을이곳까지모셔와야했었지.

서울에서오신두수녀님이신데LA에서피정을마치고이곳에서며칠계시다가

캐나다의캘거리로가셔셔다시피정을지도하시기로되어있는데,

친구가운전을못해서내가내차를운전해서가야만했었어.

한분이한달전에사고로발을다치셔서차에다윌체어와여러가지들을실어야만했었거든.

‘티없으신마리아성심수녀회’소속이신원장수녀님과강사수녀님,이렇게두분을모시고내려오면서

그곳한국가게에들려배추한박스와여러가지야채를사왔었어.

마침그다음날인월요일이’프레지던트데이’라는공휴일이어서출근하지않았어.

이틀에걸쳐서혼자운전하고다녀온피곤한몸이지만아침일찍일어나배추를소금에절이고있었지.

그때전화가왔어.

김수환추기경님께서선종하셨다는전화였어.

너무놀란나는할말을못하고한동안가만히있다가컴을키고뉴스를찾아읽기시작했어.

그리고추기경님의사진들을보면서기사를읽는데…뜨거운눈물이걍절절흐르는거야.

내가슴은먹먹하고,두주먹으로눈물을훔쳐도끝없이샘솟듯흐르는눈물을주체할수없었어.

오랫동안,

참으로오랫동안마음이굳게닫혀져있었는데,

한분의큰어르신의선종앞에서내얼어붙어있던마음이열려져버렸던게지….

약4,5년쯤시카고를방문하셨을때본당신부님의사제관에서묵으셨던추기경님을

가까이모신게처음이자마지막이었네.

큰어르신께서오시기때문에본당신부님과평협위원들몇이서공항에서기다렸는데

그때,시카고오헤어공항에서예정된도착시간보다거의한시간이나연착이되어

늦은밤,비서신부님을옆에대동하시고힘없이걸어나오시는추기경님을뵈면서

얼마나내마음이안타까웠었는지…

그때도긴장거리비행으로건강이좋지않으셔셔본당에서갖기로하였던행사를다취소할수밖에없었지.

그날,첨그분을뵈었을때추기경님이라는직책의큰어르신이아니라인자한할아버지처럼여겨졌었어.

난오래전부터사도베드로처럼통한의눈물을쏟고싶다는원의를갖고있었는데여태껏그뜻을이루지못했다.

베드로는예수님이체포되던날,두려움에떨며그분을세번이나부인했다.세번째부인할때에는

거짓이면천벌을받겠다면서"나는당신들이말하는그사람을알지못하오."라고말했다.

곧이어닭이두번째울자"닭이두번울기전에너는세번이나나를모른다고할것이다."하신

예수님말씀이생각나서울기시작했다.(마르코15,66~72)

전승에따르면베드로는눈이짓무를정도로평생자신의잘못을뉘우치며울었다고한다.

또체포됐을때는자신같은배신자가어떻게예수님처럼십자가에바로매달릴수있겠느냐며

십자가에거꾸로매달려죽길원했다고한다.

나역시베드로와다를것이없다.인간적의심과두려움에사로잡혀주님께전적으로의탁하지못한적이있다.

그로인해그분뜻이아니라내뜻을앞세우는잘못을저지르기도했다.

내얄팍한생각을하느님의뜻인양떠벌린적은왜없었겠는가.

그동안주님마음을아프게해드린것을생각하면,그럼에도내게넘치는사랑을베풀어주신것을헤아리면

베드로보다더서럽게통곡해야마땅하다.

어떨때는내마음이사막같다는생각이든다.은수자들이절대고독과침묵속에서하느님을만나는

은혜로운사막이아니라,그저모래바람만불어대는황량한사막같기만하다.

내뉘우침과성찰이부족함을탓할수밖에없다.

김수환스테파노추기경님의글중에서.

바깥에서집에돌아오면난곧바로집안으로들어가지않고집앞의주위를한바퀴도는습관을가지고있어.

그리고는꼭저나무에다가서서는저잎들을한손으로쓰윽흔들어주고는코를나무가까이대.

그러면,

비가그친후의흙냄새가확내얼굴을간지럽혀.

아…하고한참을그렇게고개를대고있지.

마음속으로한없는평화가스치는순간이기도해.

저얕으막한담장에걸터앉아밤공기속에흐르는아름다운시간에잠길때도있어.

요즈음나는그런대로잘지내고있어.

주문한열권의책이도착해서책을간간히읽고,

또동네도서실에서빌려온영화도가끔보기도해.

요즘읽고읽는책은파울로코엘로의<흐르는강물처럼>이고,

며칠전에본영화는<제인에어>였어.

토요일아침에집근처의산을찾아하이킹을하기도하고,

주일에는성당에나가바쁘게지내고있지.

이곳애리조나성당에서전례부를맡아달라는청을세번이나거절할수가없어서이번에는받아들였거든.

애리조나에서는성당봉사일은하지않을려고했었는데……이것도주님의뜻이려니했어.

그리고주중에는회사에나가열심히일하고있어.

내생활은이렇게전에나이제나변한것이없는데

다만내가내블로그에잘들어오지않는다는것이달라졌을뿐이야.

아,내가거의두달동안블로그에글을쓰지않고있으니여러이웃들이안부글을많이남겨두었더라구.

하지만시간이지나면언젠가는예전처럼열심히내블로그에들어오게될것이고,

그렇게되면또내살아가는이야기를쓰게될지도모르지…

얼마전에’재의수요일’에이마에재를받았지.

신부님께서"사람아,흙에서왔으니,흙으로다시돌아갈것을생각하라."하시어서

나는"아~멘"하고크게응답하였어.

신부님은내이마에세게재로십자가를그어주셨지.

내마음속깊은곳에서울리는작은신음소리를그분은듣고계시겠지.

그러나두려워하지않으리.

깊은밤고요히흐르는강물같은세상속에나떠있다하더라도,

나굳게믿고있나니,

언젠가이몸흙으로돌아갈때,나잘살아왔다고고백할수있으리…^^

이글을쓰기전에뒤뜰의텃밭에서찍은사진이야.

약2시간전쯤에찍었어.

잘봐봐…

굳게굳어있는흙을저새생명들이나오면서갈라놓았잖아.

어제토요일아침에도한참을저모습을보면서깊은생각에잠겼었어.

소리없는생명의함성을같이느껴보고싶어.

요즈음의내마음은절대고독과침묵속에서하느님을만나는은혜로운사막같아.

이느낌은지금의나에게,

가장낮은자로서내게주어진길을걸어갈수있는힘이되고있어.

어쩌면당분간도계속내블로그에들어올수가없을꺼야.

이깊은침묵과한없는은총속에푹잠겨있고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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