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떠나갔습니다…고 장 영희님에게.

혼자만의아주게으른아침을즐겼습니다.

토요일인오늘아침,

일주일전에시카고에서내려온뒤로이렇게깊게잠이들어본적은처음이었지요.

토끼처럼눈비비고일어나,

커피한잔을옅게내려커다란머그잔에담아뒷뜰로나서서

그동안잘자라준대나무며,복숭아나무며,오렌지나무들을둘러보았습니다.

또커다랗고노오란호박꽃이몇송이피어있는것들도,

몇개달려있는가지가아침햇살에더욱선명하고짙은보라빛을띠고있는것도,

참외가지들이짙은연두빛으로잘뻗어가고있는것도,

먹음직스런고추가몇개잘달려있는것도,

붉은빛의상추와초록빛의쑥갓들이무리지어있는것들도보았습니다.

눈부신5월의환한아침햇살아래에서,

내친구들은나에게친근한미소를보내주었습니다.

대나무가심겨져있는한쪽켠에,

방울토마도가빨갛게익어있는것을몇개따서

옷에다쓰윽문질러맛있게먹기도하였습니다.

한달반전쯤,아주작은한포기를홈디포에서사다가심어놓은방울토마토.

이제는내가슴께만큼자라난방울토마도나무가지에서뿜어져나오는싱그런향기는

늦은아침의내시각을한껏돋우어주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곤집안대청소를시작하였지요.

구석구석쓸고,걸레를열심히빨아서바닥을닦아내고,

방마다돌아다니며베큠을하고

가구들을왁스를묻힌수건으로반들반들하게닦아내었습니다.

일을할때면보통복음성가를크게틀어놓고하니까

가끔씩같이따라부르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하면서청소를다끝낸다음에,

오늘저녁모임에가기위한약도를찾기위하여컴을오픈하였습니다.

그러다가조선일보인터넷신문에서읽은기사하나.

명수필가이자영문학자인장영희교수가암투병중별세하였다는소식이었습니다.

그이가이렇게훌쩍떠나가다니,

강하고도커다란생에대한애착에대한글을간결하고도쉽게써나가던이가,

암투병중에도끊임없이생에대한희망을노래하던이가,

그래서그의책들은늘내침실,내책상위에놓여져,

어쩌다곤혹스런기분이들때면쉽게찾아읽을수있게만들었던이가,

나랑비슷한연배이면서도

내가바라볼수없을만큼지혜롭고똑똑하여서늘나를감탄하게하였던이가,

한번도만난적없었으면서도

그의글에서그에대한인간미를느끼고,

무작정나혼자서그이에게사랑의마음을품게만들었던이가,

아아….내가사랑하던이가그렇게떠나가다니.

사람은언제가는떠나가기마련이지만,

그이의갑작스런소식은나를봄날의한곳에서아득하게만들어버렸습니다.

제가좋아하는그이의책,<생일>이란책의첫페이지에나오는글입니다.

내마음은물가의가지에둥지를튼

한마리의노래하는새입니다.

내마음은탐스런열매로가지가휘어진

한그루사과나무입니다.

내마음은무지갯빛조가비,

고요한바다에서춤추는조가비입니다.

내마음은이모든것들보다행복합니다.

이제야내삶이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사랑이찾아왔으니까요.

생일/크리스티나로제티

그리고그이는다음과같이노래하였습니다.

내육신의생일은9월이지만,

사랑이없으면생명이없는것이라는<생일>을읽으며,

나도다시한번태어나고픈소망을가져봅니다.

저눈부신태양을사랑하고,

미풍부는하늘을사랑하고,

나무와꽃과사람들을한껏사랑하고,

로제티처럼"Myloveiscometome!"라고온세상에고할수있는,

아름다운4월의’생일’을꿈꾸어봅니다.

이제다시는아름다운4월의’생일’을꿈꿀수없이멀리떠난그이에게,

이토록싱그럽고눈부신5월에훌쩍떠난그이에게,

목련의송이송이가미풍에휘날리는맑은하늘의5월에떠난그이에게,

그의글을읽는사람들로하여금,

민들레꽃처럼질긴생명력을함께할수있도록나누어준그이에게,

그래서더욱맑고아름다운정신을가졌던그이에게,

나무와꽃과사람을한껏사랑하고,

이제고해같은이세상살이의소풍을떠난그이에게,

태평양을건너멀리떨어져있지만,

진심으로’잘가시라’인사드립니다.

장영희님,당신을많이많이아끼고사랑하였습니다.

당신의명복을위하여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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