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하고 온 날 아침에 나를 반겨준것은…

애리조나에내려온지거의3년째가되어가는데그때제일처음으로사귄친구가있습니다.

그친구는수년전에남편을먼저하늘나라로보내고

자신이아이를낳지못해어릴때부터입양해서키운딸마저교통사고로세상을떠나야만했고

그리고본인자신도지병으로몇번의대수술을받아야만했습니다.

어떻게보면외관상불행한여건을다갖추고있지만또그만큼신앙안에서힘을받으며,

혼자서억척같이비지니스를성공적으로키우며살고있는친구입니다.

내집의거실보다더커다란친구의넓은침실한벽면에커다랗게걸려있는사진을보아도

참하고미인이었던딸은하이스쿨재학중에틴에이저대상인미스애리조나로뽑힐정도였는데,

그해에사준새자동차를운전하고가다상대방차의운전부주의로일어난사고로그자리에서사망하였습니다.

바로내아들이태어나기몇달전에그런일이있었답니다.

그리고해마다딸의기일에맞추어딸의무덤이있는수도원으로내려가미사를드려준다고해서

이번에는제가같이따라가주겠다고….하였지요.

20여년의세월이흘렀지만모든추억들이아직도새록새록피어난다는친구를혼자있게하고싶지가않았거든요.

그래서토요일인어제저녁에다른친구랑같이그녀를찾아갔습니다.

하지만그수도원이이곳에서3시간가량운전해야만있는곳에있다는것을몰랐었습니다.

가만히생각해보니수도원까지가서미사를드린다음에다시돌아와

오늘본당에서있는주일미사전례를봉사하는데시간상문제가있기에

친구에게는내가시간에얶매이지않을때같이가는게좋겠다고양해를구하며

하지만오늘미사중에딸을위하여’연미사’를올려주겠다고말하였지요.

이런저런주위를둘러보면살아있을동안에더열심히살아야지….하는마음이듭니다.

그리고아직이렇게건강하게살고있음에뜨거운감사함이더뼈속깊이느껴지기도하구요.

아침에친구집에서간단한아침과커피를마시면서셋이서진솔한대화의시간을갖은다음에

친구는수도원으로떠나고

다른한친구랑같이집으로돌아오는길의내마음은미안한마음으로가득하였습니다.

그런내마음을헤아리며위로하여주듯이

해맑은하늘아래에서집앞뜰에피어있는꽃들이환하게웃으며나를맞아주었습니다.

원래공터였던자리에새동네가들어선주택단지라서2년이되어가는지금도아직썰렁하지만,

집집마다심겨져있는그린나무와각종선인장들과꽃나무들이자리를잡으며자라나면

훨안정적인동네로바뀌게될것입니다.

첨에심었을때는내키만한무화과종류의나무가저렇게자라났고,

분홍색올리엔더도탐스럽게꽃이피었습니다.

그옆에향이고운나무와저만큼서있는석류나무도첨에심었을때보다약5배정도자랐습니다.ㅎㅎ

작년가을에현관입구에부겐봐니아를조그만화분으로3그루심었는데

이렇게줄기를계속뻗어주어벽옆으로하얀받침대를세워주었습니다.

끊임없는관심과보살핌을받으며자라나는꽃들이잘자라주는것을보면서

식물이나사람이나사랑속에자라나면훨씬건강한삶을사는것이리라스스로단정지읍니다.

나와는아무런연고도없던이곳.

그러나오직살아가야하는하나의방편으로정들었던곳과어머니와아이들곁을떠나

이곳뜨거운사막의한곳에새로운뿌리를내리면서

이렇게조그마한집을짓고,그주위에나무를심고,꽃을심고,

또손바닥만한뒤뜰에내텃밭을일구는것도어찌보면

생의투박하지만질긴끈기같은것이아닐련지….

이곳에서새롭게만난친구들과우정을나누며,

그들과더불어살아가는내삶은,

내게는무척소중하고아름다워서

텃밭의식물들에게하여주는것처럼관심과사랑을쏟아부으며키워가고싶을따름입니다.

오늘아침텃밭을둘러보고딴것들입니다.

이것들을보신다음에제손끝이야물다고말씀하여주시겠어요?

하루외박을하고온나를타박하지않고반갑게맞아준이친구들….^^

모두조금전에딴것들이랍니다.



Nocturnes-No.2inEFlatMajor,Op.9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