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사랑에허기지고,일에지친당신.어느날당신의중얼거림을들었다.
‘인생이정말이것뿐일까’
당신은소진되어가고있었고,비에젖은창호지처럼늘어져보낸날들의끝이었다.
위험하다위험하다중얼거리며당신을지켜보던나,마침내지도한장을건넨다.
당신은그이름이낯선지망설이는눈빛이다.
당신의흔들림을짐짓모른체하며등을떠민다.
낡은베낭을메고출국장에들어서는당신의뒷모습이아직불안하다.
괜찮아.돌아오면삶이조금은가벼워질거야.
살다보면그런날이온다.
다버리고새로운인생을시작하기에는이미늦은것같고,
가던길을그냥가기에는왠지억울한순간.
‘이렇게살수도,이렇게죽을수도없는나이’에,
속수무책으로무너져이대로는안되겠다싶은그런날.
꼭그렇게절박해서떠나는여행이아니어도괜찮다.
방향파도없이떠밀려온속도전에서벗어나느리게숨쉬고싶을때,
짧지만짜릿한일탈을꿈꿀때,
길위의자유,그불온한냄새가그리워질때,
당신은어디로향하는가.
공간의이동이삶의흐름을바꾸기도한다는것을아는당신,몰래품어온이름이있는가.
그곳에서면왠지삶이달라질것만같다.
마음의주름을활짝펴서팽팽해진얼굴로돌아올수있을것같다.
두고온것에대한망각,지금서있는곳에대한몰입,
돌아갈곳에대한긍정이마법처럼생겨나는곳.
길의끝에서만나는건결국익숙하면서낯선자신,
자기자신과뜨겁게소통할수있는곳.
삶의에너지를재충전하고픈당신을위해준비된길.
흔들리는당신의등을떠밀어보내주고싶은그길의이름은’카미노데산티아고’,산티아고로가는길이다.
베르나르올리비에가땀흘렸고,
파울로코엘료의삶을바꾼길.
그리고당신과나,이름없는이들의눈물과땀을지켜본길이다.
길이품은풍경은다양하다.
황금빛밀밭이지평선을이루며펼쳐지는길의끝에는푸른포도밭이일렁인다.
세월의더께로반짝반짝빛나는돌길이깔린옛마을과
위풍당당한교회를지나면
양떼와함께걸어가는푸른초지와구릉이이어진다.
오랜만에만나는도시의풍경이낯설게다가오고,
다시작은마을을지나나무와숲이우거진산을넘으면마침내는바다로향하는길이다.
북유럽사람들이그토록질투하는스페인의태양이지긋지긋해질무렵이면
‘햇볓을위해기도하되,비옷준비를잊지마라’는땅이이어져가는비가흩뿌리기도한다.
길에서만나는사람들은이상하다.
당신이아플때약을나눠주고,목마를때물을건네고,배고플때밥을해준다.
지친다리를사심없이주물러주고,냄새나는발바닥의물집을따주며이렇게말한다.
"당신을도울수있어얼마나좋은지몰라요."
자원봉사협회에서파견이라도나온듯,세상에서가장따뜻한사람들이여기저기가득하다.
잠시어리둥절했던당신도곧친절바이러스에감염돼나누는기쁨,베푸는행복을체험하다.
길에는역사의향기가배어있다.
천년이넘는세월동안무수한사람들이
조개껍데기를베낭에매달고지팡이를짚으며그길을걸어왔다.
예수의열두제자중하나였던야고보가복음을전하기위해왔던길.
그래서길의끝은야고보의무덤이있는스페인의도시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향한다.
전설보다오래된교회와십자군전쟁의흔적,
성당기사단의비밀과마녀로몰린여자들의화형대,
로마시대의돌길까지당신의상상력을자극하는것들로가득하다.
길의끝에서면증명서가선물로주어진다.
하지만그길이주는가장큰선물은당신자신이다.
800Km를걸어가만나는대성당에서천년된돌기둥에기대어눈물흘리는당신.
삶에대한희열과감사로압도되는그순간을겪고나면세상은달라보인다.
설명할수는없지만당신은이미변해있다.
돌아오는길,비행기안에서당신은알고있다.
문명전체가나아가는방향에등돌릴힘이당신안에있다는것을.
네팔여행중에,
우연히베르나르올리비에라는프랑스인이쓴<나는걷는다>라는책을읽게되었다는도보여행가김남희.
베르나르가1만2천킬로미터의실크로드를걷기전에,’카미노데산티아고’를걸었다는책머리의글을읽고
또<연금술사>의파울로코엘료가자신이쓴모든책에서그길을언급하였다는것을알고는
자신도그길을걷고싶은열망에젖는다.
그리고그녀는2005년5월에그길을걷기시작하였다.
그녀가그길을걷고난뒤에쓴<소심하고겁많고까탈스러운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중에서
왜사람들이그길을걸을려고하는지를간추려보았다.
포스트에사용된사진은역시,캐나다에사시는한국분것들을모셔왔다.
사진기술이상당하시다.
Vitali-ChaconneinGminor
Heifetz,vi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