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에펼쳐놓은대형지도를자세히들여다본다.
오랫동안시간을들여하나씩하나씩자료를준비해왔던곳,
그동안찾아가지않고내가아껴두었던곳,
그래서’이제는찾아갈때가되었다’라고생각하면서
나혼자일주일정도돌아볼려고다준비해놓았던곳,
지도위로동그라미그어놓은그도시이름들을가만히소리내어불러보기만해도가슴이설레인다.
여행을떠나는사람이라면누구나알것이다.
여행을떠나기전에느끼는그알수없는세계에대한설레임과두려움,
여행가방을채우면서꿈꾸는일탈과무사히돌아올수있을까하는약간의불안감과
그리고여행매순간마다증폭되는생각의크기들..
‘나는지금어디에와있는가?’
‘나는지금올바로걸어가고있는가?’등등…^^
그리고매순간부딪혀야하는낯설음과이국적인삶의풍경
그리고여행을마치고돌아올때쯤에느끼는약간의아쉬움과평온함,
또다른여행의기대치까지….^^
그런데,그여행계획이틀어져버렸다.
나혼자가아닌친구들과함께로,
그리고일주일이아닌,단며칠동안으로.
나홀로여행의아쉬운마음을다음의기회로접으면서
친구들과의여정으로다시계획을수정하였다.
모두남편님들을떼어놓고나와함께떠나고싶다는그녀들.
이렇게며칠을같이움직이는것도쉽지않은기회일테니….^^
스무살이될무렵
나의꿈은주머니가많이달린여행가방과
펠리컨만년필을갖는것이었다.
만년필은주머니속에넣어두고낯선곳에서
한번씩꺼내엽서를쓰는것.
만년필은잃어버렸고,그것들을사준멋쟁이이모부는
회갑을넘기자한달만에돌아가셨다.
아이를낳고먼섬에있는친구나,
소풍날빈방에홀로남겨진내짝홍도,
애인도아니면서삼년동안편지를주고받은남자,
머나먼이국땅에서생을마감한삼촌…
추억이란갈수록가벼워지는것,
잊고있다가문득가슴저려지는것이다.
이따금다락구석에서먼지만풀썩이는낡은가방을꺼낼때마다
나를태운기차는자그락거리며침목을밟고간다.
그러나이제기억하지못한다.
주워온돌들은어느강에서온것인지,
곱게말린꽃들은어느들판에서왔는지.
어느외딴간이역에서빈자리를남긴채
내려버린세월들.
저길이나를잠시내려놓은것인지,
외길로뻗어있는레일을보며곰곰히생각해본다.
나는혼자이고이제어디로든다시돌아갈수없다는것을.
오래된여행가방-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