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후두둑떨어지는소리에겉옷을걸쳐입고뒤뜰로나선다.
잿빛하늘을이고가벼운빗방울이내린다.
이미메마른땅위에몇모금의빗방울이떨어져땅속에서움터나오는땅의향기가뒤뜰에가득하다.
나는이내음새가참좋다.
가슴을활짝펴고좁은뒤뜰을왔다갔다거닐어본다.
오렌지나무로부터,토마토나무로부터,아직도잔재해있는깨닢들로부터품어나오는향이
온통뒤범벅되어상큼한향기가되어가슴속으로깊이들어와기분을향기롭게만들어준다.
아…하면서손을들어기지개를한꼇펴면서커다란심호흡을해본다.
이른일요일아침의잔잔한평화가가슴가득이고여온다.
살아있음의황홀함이란이렇게소박하게,잔잔하게나를그속에빠지게한다.
<산다는것은황홀하다>라는책을쓴다하라요네꼬가떠오른다.
요네꼬는1937년5월에도쿄에서출생하였다.꿈많고감수성이예민하던여고시절에믿고의지했던어머니가
돌아가시자인생의허무함을느끼고방황을하다가결국고3인18살때달려오는기차에뛰어들어버린다.
다행이목숨을건지게되었으나두다리와왼팔을잃어버렸고한쪽남은오른팔마저도손가락이세개만
남게되었다.자신의뜻대로죽지못하고너무나절망적인모습으로남은후다시죽을려고수면제를모으던중에
자신을사랑하는남자를만나결혼을하고,두아이의엄마가되었던요네꼬.
그녀는그사고후50여년의인생을돌아보면서인생이황홀할정도로아름다웠다고고백을하였다.
그책중에한내용이다.
한번은감자를깍아서반찬을만드려고하는데감자껍질을깍아내기가쉽지않았다.
한팔은없고남은오른팔마저도손가락이세개밖에없기때문이다.
도마위에감자를올려놓고칼을갖다대면쭉미끄러지고,쭈욱미끄러지고하는것이었다.
감자는마치그녀를조롱이나하듯계속데구르르굴러다니며도무지말을듣지않았다.
요네코는점차초조해지면서급기야는무서운절망감이덮쳐오기시작하였다.
그때그녀는마음을가다듬고하느님에게로눈을돌렸다.
"나같은인생을구원하셔셔살게하신은혜감사합니다.나같이다리도없고팔하나에도손가락세개밖에
없는나를한남자만나서결혼하게하시고,아무것도아닌몸뚱이에생명을잉태하게해주셔셔두아이의
어머니가되게하시고가정을선물로주시고주님을위해헌신할수있는기회를주심에감사합니다.
이제나의남편과아이들이돌아옵니다.그런데하느님,나는감자를깍을수가없습니다.
무엇하나빼놓지않고아시는하느님,오늘까지나를인도하신하느님,
이런감자하나깍지못해힘들이고있는데방법도주시고힘도주시고꼭깍을수있는지혜를주세요"
기도를마친후에눈을감고하느님의손길을기다렸다.
잔잔한물가에차츰차츰물이차오르듯형용할수없는평안함이그녀의내면깊은곳에서솟아나기시작했다.
그러면서아주희한한아이디어가떠올랐다.감자를다시도마에올려놓고껍질을벗기기위해끝에서부터
칼을대었었는데,이번에는감자한가운데칼을대어싹둑반을잘랐다.잘린면을도마에올려놓으니움직이지
않고그래도있어서윗부분부터껍질을살살벗겨나가기시작했다.문제가너무쉽게해결되었다.
말할것도없이그날저녁은풍성한감자국이었고,그모든것을주신하느님께감사와기쁨으로넘치는식탁
이었다.정말’산다는것은황홀함’그자체이었던것이다.
어머니가돌아가신지이십칠일째다.
시카고에어머니를한평땅에묻히고돌아와서는
원래새벽잠이없던나지만요즈음더욱새벽잠이없어져일찍깨어난다.
그리고제일먼저하는일이새벽의썰렁한공기속에서거실에차려놓은어머니의연도상위에초를밝히는것이다.
오늘은대림2주일이라서대림환의진보라색초,연보라색초에불을댕기고보통때키던초에도불을밝혔다.
그리고향을피우고어머니를위한기도를한다.
기도를하다보면어머니가차가운땅속에묻혀있는것이아니라지금나와함께하고계심을더욱느끼게된다.
이것이매일의나의일과다.그리고나서출근준비를한다.
요네코는18살에어머니를잃고절망을하여죽음을택하였지만,나는아니다.
나는늘기도하면서어머니의생존에있었던즐거운일을기억하려고노력한다.
나라고어머니에게잘못한일이없지않겠는가.수없이많았음을안다.
하지만나는그런일로내가슴을쮜어뜯지는않을려고한다.
나의어머니도내가그렇게당신의죽음을괴로워하면서지내는것을원하지않으실것이니까…
언제가는나도어머니곁으로갈것임을확신하고있기때문에나는그렇게많이슬퍼하지않는다.
나는내어머니가나에게해주신장한일들을기억하고,
그리고나와함께하였던평생을함께공유하려는데에더욱애쓰려고한다.
어머니가평생을거치면서나에게해주신감사한일들을헤아리면서어머니를기억하려고한다.
아까비오는뒤뜰을거닐면서어머니에게말하였다.
"엄마,지금비오고있는데보이지요?나,비좋아해서비맞고있는것도보이지요?
나이렇게잘살고있어요.엄마,나보고싶어도조그만참으세요.
나도남은내시간잘보내고엄마만나러갈꺼니까요."
하루에도몇번씩나는이렇게엄마와함께한다.
그리고나는남아있는내삶이’산다는것이황홀하다’고말할수있도록노력하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