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뒤뜰에있는복숭아나무의연초록물이들어있는가지에
버들강아지처럼조그만솜털방울들이맺혀있는것들을보았어.
겨울내내수없이떨어지는복숭아잎새들을갈퀴로긁어모으는재미를준그나무였거든.
아…탄성이절로나면서내안에서무언가힘껏용틀임하는것을느꼈지.
벌써내눈앞에는꽃분홍복사꽃들이환하게피어있고,간혹실바람에꽃잎들이날리는것들이보였어.
흥분된마음으로그주위를맴돌다문득,까맣게잊고있었던일이생각났지.
작년가을,
아들의고등학교동창이이곳으로내려와서대학교에다니고있는데
그애들한테하이킹을갈때데리고가겠다고약속을한것이생각이났던거야.
그중에한명은언제내가그랜드캐년에갈때,
자기와같이가면좋겠다고신신당부하던아이였어.
전에내가아들과같이하이킹하였던곳을꼭가보고싶다하면서…^^
암튼,
봄빛에물들어가고있는복숭아나무로인하여
아이들에게약속한것을지켜주기로하곤
금요일퇴근하면서아이들을집으로데리고와서토요일이른아침에집을나섰지.
산이라고는하나도없는시카고에서태어나그곳에서자라난아이들이라
이왕이면산에서의일출을보면더좋겠다는생각이들었거든.
역시이른아침의하늘빛은너무나도고와…
차를주차시켜놓고한걸음옮기면서다시뒤돌아본하늘.
아직7시가채안된시간인데도꽤많은차들이주차되어있었지.
붉은물감을풀어놓은듯,수줍은처녀의볼연지처럼생각되어지는색이곱지?
난짙은하늘색땜시로마음이시렸는데…-.-;;
아이들이저바위들을타면서놀고있는동안,
나도맞은편편편한바위위에걸터앉아놀았지.
햇살이살갗위로간지러움을일으키고,
간간이시원한바람이가슴을툭치며지나가곤했어.
아이들이간혹내쪽으로손을흔들어보이면
나는세아이들의이름을커다랗게부르면서웃음을보냈지.
참아름다운날,이렇게이곳에서게하여준것에감사한마음이들더군.
그러다가끔,무심한마음으로맑은하늘을올려다보면서,
하얀구름을눈으로쫒아가며,
깊은내마음자리에새로운마음을얹어가며다둑이기도하면서….^^
바람이분다
살아봐야겠다고벼르던날들이다지나간다
세상은그래도살가치가있다고
소리치며바람이지나간다
지나간것은그리워진다고믿었던날들이다지나간다
사랑은그래도할가치가있다고
소리치며바람이지나간다
절망은희망으로이긴다고믿었던날들이다지나간다
슬픔은그래도힘이된다고
소리치며바람이지나간다
가치있는것만이무게가있다고믿었던날들이다지나간다
사소한것들이그래도세상을바꾼다고
소리치며바람이지나간다
바람소리더잘들으려고눈을감는다
‘이로써내일생은좋았다’고
말할수없어눈을감는다
지나간다/천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