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녕하신가요?

정확한내기억으로는올해처음으로만나는빗줄기이다.저녁무렵쯤부터바람이세차게

불어제끼기시작하더니시커먼구름이몰려오고이내소나기가쏟아졌다.참으로오랫만에

보는빗줄기가너무신기하다.저절로신바람이나서재빠른손놀림으로연하게커피를내려

커다란머그잔에가득담는다.현관앞,비가흩뿌려지지않는곳에서서비오는구경을하면

서커피향을음미하며즐겼다.세찬바람에시수나무가녀린줄기들이바람부는대로흔들거린다.

시수나무양옆으로내주먹만한두께의나무받침대를두개세워둔것까지흔들거린다.가끔씩

거센빗줄기가바람을타고내쪽으로날라오기도한다.그러나나는피하지않고팔을내뻗어

빗속에서장난을한다.

보통밤9시가넘은시간에앞뜰로자주나간다.집앞을산책하듯이느릿느릿걸어보기도

한다.그시간임에도한낮의뜨거운열기가아스팔트위에남아있어사방에서훅훅올라오는

기운을좋아한다.그리곤늘내가하는일은얕은담장에걸터앉는것이다.바로그곁에시수

나무가있다.다리를쭉뻗어편안하게앉은다음에밤하늘을올려다본다.나는어렸을적부터

밤하늘의별들을바라보는것을좋아했다.시수나무줄기사이사이로밤하늘의총총한별들이

쏟아진다.별을이고그렇게앉아있노라면내가알수없는신비스러움과경이로움이가슴가득

채워져온다.그리곤세상에부러할게하나도없는마음이된다.이렇게별이총총한밤하늘을

매일볼수있다는것은행복한일이아니겠는가?

나의하루를끝맺으면서나름대로의행복함과만족스러운시간을갖기위하여내저녁시간을이

렇게남겨둘때가많이있다.내시간의운전자는바로나이니까….^^아주어쩌다소주잔한컵에

시원한맥주한병을넣어들고나올때도있다.그정도면딱좋다.이동네는이른초저녁부터

주조용해서그시간에내가내집담턱에걸터앉아시원한소맥을마시면서밤하늘을올려다보

는데전혀방해를받지않는다.그한잔에어깨는스스로힘이없어지고기분은업되기시작하면서

온세상은내것이되어버린다.

2007어느봄날에,FourCorners에서.

(애리조나주,뉴멕시코주,유타주,콜로라도주의4개주가직각으로만나는곳이FourCorners임)

지난3월중순경에내랩탑을잃어버렸다.이곳에내려와서여행을다니면서들고다닐려고샀으니까

3년정도사용하던것이었다.그안에저장해둔사진들보다더아깝게생각되었던것은틈틈이조사해서

모아두었던여행자료들이었다.그러나한편으론이런마음도들었다.아…잘됐다…걍버티어보자…

그렇게지내왔다.그러다바로얼마전출근길에만났던회사동료린(Lynn)을보게되었다.파킹랏에서

나보다몇걸음앞서가고있던그녀의뒷모습을보면서갑자기아득해졌다.그녀는나보다도훨씬

나이가적다.그럼에도불구하고다리를살짝절면서힘들게걸어가고있지않은가.불과작년만에도

저렇지않았었는데…나는쇼크를받았다.처음으로내앞에펼쳐진생에대한두려움이일어나기시작했다.

나도저렇게되면어쩌나…그렇게되기전에내하고픈일을다하면서살아야되지않을까…등등…

그리고어제랩탑을샀다.실컷돌아댕기면서글이나쓰자고…ㅎㅎ

몇달만에,오랫만에그대에게인사한다.그대,그동안안녕하셨나요?

나정말가벼웠으면좋겠다

나비처럼,딱새의고운깃털처럼가벼워져

모든길위를소리없이날아다녔으면좋겠다

내안에뭐가있기에

나는이렇게무거운가

버릴것다버리고나면

잊을것다잊고나면

나가벼워질까

아무때나혼자길을나설수있을까

사는게고단하다

내가무겁기때문이다

내가한걸음내딛으면세상은두걸음달아난다

부지런히달려가도따라잡지못한다

다내가무겁기때문이다

나정말가벼웠으면좋겠다

안개처럼,바람의낮은노래처럼가벼워져

길이끝나는데까지가봤으면좋겠다

참을수없는존재의무거움/백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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