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었네, 하얀 부추꽃이 피었네…..

언제쯤이나사는일이서툴지않을까

내삶의무거운옹이들도불길을타고

먼지처럼날았으면좋겠어

타오르는것들은허공에올라재를남긴다

흰재,저흰재부추밭에뿌려야지

흰부추꽃이피어나면목숨이환해질까

흰부추꽃그환한환생

‘흰부추꽃으로’의일부임/박남준

열달전에부탁한어머니의비석을8월안으로끝내달라고부탁하였었지만,

담당하는장의사여직원의실수로비석을만드는회사와늦게연결이되는바람에

아직까지끝마무리가되지않았다며미안해하는여직원의말을듣고는

이번연휴때시카고에다녀오기로하였던마음을접었다.

어머니의비석이내가원했던대로만들어져있는지확인할려고가고자했었던시카고.

미리사놓은왕복뱅기표는날라가버리고말았다.^^;;;

그리곤직장인에게는황금같은연휴를집에서뒹굴기가아까워,

여행떠나기이틀전에서야유타주에나다녀오자…하고마음을결정하게되었는데,

아들도바쁘고,딸도바쁘고,

그래서홀로길을떠나게되었다.

그런데다오랫만에길떠나려니걸리는게더러있었다.

성당에서의전례부장이란봉사직책이이런때는은근,부담이된다.

여행일정중에주일이끼어있었기때문에

신부님께전화걸어양해도구하고,

제의방에서봉사하는자매들에게도전화를걸어

주일미사중에해야할일들을일일이설명해주고

그날,내가없어도없어진티가나지않도록잘해달라고부탁을했다.

갑자기떠난여행.

당연히내텃밭도제대로둘러보지못하고떠났다오니,

부추꽃이활짝피어있었다.

가기전에모두베어냉장고에넣어두고갔었더라면좋았을텐데..^^;;;

초봄부터지금까지이부추는참잘자라주었다.

사실일년열두달,이부추는내게싱싱한자기몸을내주었다.

적당히자란부추를베어부추겆저리도만들고

포기김치를담글때모조리베어사용하기도하였다.

아들이좋아하는것중의하나는,

물오징어등해물을넣고그옆에잘자라나는할로피노고추도총총썰어넣고부추전만든것.

아들도먹이고또내도시락반찬으로싸가면인기가짱~이다.

가끔씩자란것을베어서

회사의젊은여직원들에게돌아가면서나누어주기도여러번….^^

나누는기쁨을내게준것은이부추뿐만이아니다.

내작은텃밭에서수확하는것들을주위사람들과함께나누는기쁨은상당히크다.

여행의노독이풀어진느긋한토요일아침여유로운시간,

커피잔을들고뒤뜰을거닐며

이른아침의햇살에건강하게웃고있는부추꽃을바라본다.

이렇게부추꽃이피게까지있게한것은아마도이번이처음이리라.

이녀석들이내텃밭에시집와서자라나면서부터지금껏한번도부추를사지않았고

나도잘먹고내주위사람들에게나누어주었으니,벌써3년째의일이다.

이부추뿌리들을처음으로내게주어농사짓는재미와더불어나누는기쁨을준친구가있다.

잘크는부추를보면서행복함을느끼게해주는동갑내기내친구.

매사에적극적이고활동적인나를보면자기까지덩달아기분이업되어진다는친구이다.

그친구를수요일평일미사때에보게되어서이틀있다가여행을떠날꺼라고했더니

여행떠나는날아침에꼭자기집을들려달라고말하였다.

밑반찬몇가지를주겠다고…^^

깨닢짱아찌,오이짱아찌,부추김치등이라고.

모두그녀의텃밭에서키운것들로만든것이라고하였다.

길떠나는날,이른아침에그녀의집을들리자,

그녀는밑반찬을싼백과더불어편지봉투하나를주었다.

자기가쓴편지라고….

반찬은아이스박스에넣어두고편지는내가방안에집어넣고다시운전을하고가다가,

중간에레스트에어리어에서쉬는길에그편지를열어보니

여행중에쓰라고주는것이니까부담갖지말고사용하라고쓴편지와함께

백불짜리가하나들어있었다.

아니,이게뭐야?자기는일하는시간에나는놀러가는데

내가뭐라고…나는이렇게주위사람들에게베품을많이받고있는지모르겠다.

아마도친구는여행기간내내모텔에서자지않고차안에서잘것이라는내가측은해보였었을까?

일년에두어번씩남편과여행을떠나는친구는

그러니까친구는내게밑반찬을주는것이목적이아니었고,

결국은이것이었구나….

사실이번여행장소는도시에서수십마을떨어져있는곳이라서

나는이동거리상그렇게정한것뿐이었다.

홀로여행이기에텐트보다는차안이훨안전하기도하고.

맑은밤하늘에가득한,달처럼커다란별들을헤아리면서

하루종일하이킹하고장거리운전하던노곤함몸을두다리쭈욱펴면서편안히뉘고

달콤한잠을청하였던그느낌을친구는알기나할까?

뒤자석을펴서슬리핑백을깔고잤던그잠자리가,

일반호텔의침대보다훨씬편하고낭만적이었다는것을친구는헤아릴수있을까?

하여이번유타주의캐년랜드에서아주멋진밤을매일밤갖었다는것을

그친구는모를꺼야.

이것도역시그친구가주었던쪽파뿌리다.

초봄에심어내내잘자란것을뽑아쪽파김치를담그어먹다가

올늦여름에씨앗용으로남겨둔것을뽑아서종이상자에담아두었었다.

친구는처음농사짓는사람치고는잘한다고오래전부터칭찬을해주었다.ㅎㅎ

이제다시저것을심으면올가을부터내년봄까지또먹을수있는것이다.

사막의기후로인하여이모작인이곳.

오늘아침뒤뜰을거닐면서빈텃밭한쪽에물을듬뿍주었다.

내일아침에물이잘베어간흙을뒤엎고비료흙과섞어준다음에쪽파뿌리를심을려고한다.

뿌리를심고일주일정도있으면새파란순이이쁘게돋아날것이다.

매일매일예쁘게자라날쪽파.

그럼나는쪽파의이쪽저쪽을쏙아뽑아서쪽파김치를담글것이고,

또쪽파들을쏙아내어서회사의젊은여직원들에게도나누어주리라.

때마침아들의귀빠진날인오늘,

그래도저부추를모두베어꽃이핀강대는버리고

부추를총총썰어넣고,싱싱한할로피노도따서썰어넣고,

어제퇴근하면서사온물오징어와해물들을넣고

매콤하고부추향이가득한부추전을만들어야겠다.

미역국도끓이고,스테이크도굽고….^^

CantabileandWaltzforViolin&GuitarinE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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