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즈음에

토요일의이른아침,

맘껏여유를부리면서커다란머그잔에커피를가득담아앞뜰에선다.

이른아침의싱그러운공기속에맑게퍼져나가는아침햇살이눈부시다.

워낙조용한동네이지만휴일의아침이라더욱고요하다.

이른아침이나늦은밤에나늘내가앉곤하는자리,

그한켠에걸터앉아주위를둘러보며커피향을음미하는데내눈에들어오는부쉬하나.

앞뜰좁다란자리에저런부쉬가두그루있는데저것이앉아있는자리가내마음에들지않아

뽑아내려고부쉬를파헤치기시작하였던지가3개월전쯤.

처음엔삽을들고힘있게시작하였으나워낙딱딱한애리조나의땅이라내힘으로는역부족하였다.

멕시칸사람을한명데리고왔으나삽으로는안되고다른연장이있어야한다기에

친구에게서곡꽹이까지빌려다놓곤

지금껏미루어왔던상태의부쉬가가을향을물씬풍기고있었던것이다.

그당시에일주일에두번씩자동으로나오는물까지끊었는데도

이제껏뿌리가말라스러지지도않고저렇게끈질긴생명력으로버티어내고있다니!

산들바람에흔들거리며나를향해웃고있는듯한부쉬를보면서

언뜻깨달음이왔다.

그깨달음으로나는호스를파헤쳐진곳에대놓고물을주었다.

물은굳은땅이라쉽사리땅속으로스며들지않는다.

물이땅속으로스며든다음에파헤쳐진흙을메꾸어주려고한다.

그리고끊었던물줄기를다시연결해주면서어리석은나자신을다시한번보았다.

이세상을내마음대로만,내편한대로만생각하면서행하려고하였던나의편협함이란!

이곳에도가을이왔다.

사계절이없는듯한이곳에도봄,여름,가을,겨울이있다.

지금부터내년봄까지는매우환상적인기후인것이다.

앞뜰에겨울내내나목으로서있던3년생의석류나무에도

봄에는새순이참으로이쁘게돋아난다.

빨간꽃이피고열매를맺고…

그리곤여름내내뜨거운태양아래에서자신을달구어낸다.

시카고의딸래미에게서연락이왔다.

올해에도아이들을데리고크리스마스휴가를이곳에서2주간지낼려고

비행기티켓을구입했다는것이다.

내가이곳으로내려와서큰딸래미에게제안하였던의견을

처음부터지금껏해마다지켜오고있는아이다.

일년중에한번은온가족이모여같이지내자는내소박한약속을지켜주기위하여서

딸래미는나름대로희생하는것도있으리라.

작년크리스마스때에니카를데리고그랜드캐년의눈덮인장관을보았던것이엊그제같은데

벌써일년이란시간이흐르고있다.

올시월초부터매주토요일에한국학교에다니기시작한에니카는

전화속에서정확한발음으로이렇게인사하였다.

‘할머니,안녕하세요…..’

그말을듣는순간,나는완전히감동속에있었다.

에니카가한국말을하기시작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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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마지막즈음에,

따스한아침햇살속에앉아서나의지난시간들을반추해본다.

현재의내모습도돌아본다.

아…..앞으로나는어떤모습으로흘러가고있을까?

오,주님,

추하지도않고,부끄럽지도않게

내남은시간을완성할수있도록

저와함께하여주십시오.

JinjooCho-SaintSaensIntroductionAndRondoCapricciosoOp.28(Sibelius-viulukilpailu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