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다림질을 하면서

제친구가서울에서잠시다니러이곳에왔습니다.

이친구는오랫동안이곳에서살다가약10개월전에서울로역이민을갔습니다.

대학졸업반에있는막내딸을볼려고찾아온친구는

제가이곳에뿌리를내리면서맨처음으로사귀게된믿음의친구였는데,

친구도그렇지만친구의남편역시도저와신앙생활의패턴이비슷하여상당히가깝게지냈었습니다.

친구를만난반가움은컸지만마침아이들이시카고에서온날에친구도왔기에

저는이친구를성당미사에서만볼수밖에없었죠.

2주일동안아이들과잘보낸후,어제오후에다시시카고로돌아가는아이들을공항에데려다주고

이친구를만나서같이저녁을먹고,같이송년미사를드린후에제집으로같이왔습니다.

물론웨딩샾을하는친구와같이요.

어쩌다한해의마지막날이라는타이밍이잘맞아우린작년한해,

아니지금까지살아온삶의보따리를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지금까지잘살게해주신하느님께감사하다는마음으로모두다모아지게되더라구요.

화잇와인잔을부딪치며서로잘살아왔다고덕담을해주면서,

날이밝을때까지그동안못다한이야기를나누었습니다.

이제그친구마저내일아침비행기로서울로돌아갑니다.

만나고헤어지고,또새로운만남이있고…그렇게시간의흐름속에서엮어지는생의고리들.

이제다시나홀로남았습니다.

집안곳곳에는아이들이뛰놀며헤맑게웃고떠들던목소리가들리는듯합니다.

집안의츄리는지금도변함없이불을밝히고있지만어쩐지쓸쓸하게보이기조차합니다.

마음이자꾸다운되는듯하여집안을정리할요량으로

조금전에아이들이묵었던방의옷장문을열어보곤하하하…크게웃고말았습니다.

자기들이가지고놀았던인형들을저렇게베게를베고눕혀놓곤얇은담요까지덮어주었더군요.

대강집안정리가끝나고,창가에어둠이덮힙니다.

그래도뭔가허전합니다.

다시무엇을할까..하다가큰일이하나있다는것이생각났습니다.

다림질할것이있었습니다.

먼저식탁위에랩탑을가져다놓고<콘서트7080>을틀어놓습니다.

그리고다림질할준비를합니다.

미사때사제가사용하는성체포와성작수건입니다.

저천을조앤이라는옷감가게에서떠다가

웨딩샾하는친구에게가져다주곤만들어달라고부탁했더니

아주잘만들어주었습니다.

평상시에이것들은집의다른빨래와섞여서빨면안되고

이것들만직접손으로빨아서삶아주라고

나는제의방봉사자들에게누누히부탁을하곤합니다.

미사때사제가사용하는신성한물건들을우리가준비할때에는

마음에정성을다하여하여야한다는것도가끔씩설명해주면서….^^

성작수건은미사를집전하는사제가성작을정성들여닦는데사용되는것이라서

풀을먹이면안되지만,

반대로성체포는풀을연하게쑤어풀물을들여서

빳빳하게다림질을해야만합니다.

귀로는제가좋아하는가요를들어가면서

한시간여동안서서다림질을할동안

마음은한없이평화로워집니다.

성작수건이나성체포의양귀퉁이를이리저리잡아당기며잘펴준다음

적당히달구어진다리미로쭈욱눌러주면

사정없이구김이가있던곳들이쫘악펴집니다.

가로세로를횡단하면서다리미가지나가는자리마다

반듯하게펴지는것은

마치찌들고구겨졌던가슴이다시확펴지는듯합니다.

새해첫날,

다림질하는동안내마음안에잠시번지던허전함이걷히고

이내잔잔하고고요한평화가스며듭니다.

새로운한해의첫날이이렇게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