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무는내침실창가에서바로보였다.
이집으로들어오면서부터
유리창너머로보이는콘크리트벽돌담이자꾸거슬려서
그이듬해에아예창가바로앞쪽으로내키만한복숭아나무두그루를심었었다.
그때가4년전늦은봄.
대나무랑같이심었었는데겨울을나고,1월마지막쯤인가부터
어린나무에서움이돋기시작하더니
연분홍복사꽃을피우기시작하였고,
그해에는처음으로열리는복숭아가꽤되었었다.
나무는2월초부터꽃봉우리가맺기시작하더니중순쯤되니만개하기시작하였는데,
나에게새로운기쁨의원천이되어주었다.
그나무자체를보는것이기쁨이었기에
아침에일어나자마자뒤뜰로나가
좁은뒤뜰을거닐며
이른아침의상큼한바람에실려오는꽃내음속에서나의하루가시작되었었다.
밤에는훤한초봄의달빛아래에서서성거리기도하였었다.
한두번이아니라아주많이.
솔직히말해서거의매일같이….^^
침실한켠에마련되어있는책상에앉아서일을보다가고개를들면
바로눈앞에초록잎으로몸단장을한복숭아나무가나를바라보고있었다.
참좋았다.
나무로부터받는느낌은다양하였다.
얇은커튼을아예열어젖히고블라인드까지올려놓은내방의긴유리창을통해서
그나무는나에게많은말을하여주었고,
나는그를통하여힘과위로와기쁨을동시에얻을수있었다.
아침이나늦은밤이나
그나무는그렇게나를바라보았다.
나에게슬며시기대는듯이,
나는힘껏그를안아주면서.
아…이런사막에서복숭아꽃을볼수있다니…..
그것도내작은뜰안에서.
삭막하고메말랐던내가슴에그렇게그는생명을불어넣어주었다.
작년봄에도복숭아꽃은활짝피었다.
그런데나의무지가그나무를아프게하였다.
작년봄,저렇게예쁘게핀나무에게비료를주었었는데너무나많은양을주었나보다.
비료를주고난뒤일주일쯤지났을까.
꽃모양이이상해지기시작하더니점점꽃이말라버리지않겠는가?
꽃이더많이피고,
물이오르면서연녹색잎이돋기시작하여야하는시기인데
나무는서서히빛을잃어가기시작하더니
복숭아꽃이화석처럼그모양그대로말라버렸다.
뒤늦게나의무지를탓하지도못하고
미안해…나무야,미안해
뒤뜰로나설때마다바짝말라가는나무를부여잡고사과를하였다.
미안해…정말미안해…잘못했어…
몇달후말라버린나무를뽑는데는힘이전혀들지않았다.
뿌리까지완전히삭아버렸기때문이었다.
뽑혀진나무를꼬옥껴안고몇번이고사과를하였다.
내잘못을용서해줘.정말미안하다…
뿌리는삭아거의없어지고표피는말라버린그두그루의복숭아나무를
나는아직까지버리지못하고뒤뜰한켠에두고있다.
엊그제일요일오후,
부드러운이른봄의햇살이가득하게춤추던날,
나는어린복숭아나무두그루를다시심었다.
이번에는나무키가내허리에닿는아주어린나무다.
어릴때부터크는모습을지켜보고싶어고른것이다.
앙상한가지만있는어린나무인데도
줄기에푸르스름하니생명의물이보이는듯했다.
오늘,
퇴근하여집으로돌아오자마자뒤뜰로나가나무에게갔다.
싸한밤기운,
교교한대보름달의환한밝음속에서나무는나에게살며시말해주는것같다.
회사잘다녀왔어?
이제,나
지난번처럼그렇게어리석은짓하지않을꺼야.
가까운사람과의유대관계도적당한거리를두고지내야탈이없는데말야,
내가너무무지했었어.
이번에는적당히,아주적당히,
그러나사랑가득한마음으로너를지켜줄꺼야.
.
.
.
복숭아나무가나의무지로죽어가던그즈음부터지금까지
나역시지독한고통의긴긴터널을건너고있는중이다.
그아픔이너무도크고,
그상처가너무도깊어
살아숨쉬는것조차도힘들정도였을고통의강을.
이제나는나의어린나무를통하여,
새로운희망을품어보려고,지금이글을쓰고있다.
저나무가잘자라나는동안,
다시내뜰안에는새소리가들리고,
벌떼들이복사꽃사이로웅웅거리며날아다니고…
나비들이고운나래를펴는날,
나도아름다운달빛아래에서복사꽃향기로내무른가슴을쉴수있겠지..하는바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