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바다위의 The Point Reyes Lighthouse

샌프란시스코북서쪽으로약한시간반정도떨어진곳에있는등대를찾아가는중입니다.

오늘일정의마지막장소입니다.

MuirWoods의레드우드숲속에서시간가는줄모르고한참을걷고또걷느라

애초에계획하였던시간보다더머무르는바람에예정보다늦게출발하게되었습니다.

하여,시간이늦어해가지면제대로등대를볼수있을까싶어속력을내어달립니다.

PacificCoastHighway인1번을타고달리지만,

구불구불길이휘어있어시속45마일이상을내기가어렵더라구요.

하지만길의좌우로펼쳐지는풍경은환상적입니다.

아름다운농촌지역이지만농가조차눈에잘띄지않는,

그러나아름다운전원이시원스레펼쳐져있는길을한없이달립니다.

어쩌다눈에띄는농가는거의1850년부터존재하고있다는푯말이

자랑스레걸려있었습니다.

게다가ThePointReyesLighthouse는태평양을끼고툭튀어나와있는형상이라

그곳까지가는길의좌우로는태평양의한자락이뻗어들어와있어

마치바다사이로달리는느낌이들때도있었습니다.

ThePointReyesLighthouse가는길에만난사이프러스오솔길입니다.

조바심나게달리고있었지만,저렇듯눈에확당기는나무들을보고는

그냥지나칠수가없었죠.

차를잠시사잇길로돌려세워놓고는나무숲을걸어봅니다.

드디어등대가있는입구에들어섭니다.

수억년전부터저렇게파도는쉴새없이흰포말을일으키고있었을것입니다.

바람이사정없이휘몰아치는저녁입니다.

전망이좋은곳에는꼭나무의자가덩그러이있더라구요.

사람들은저의자에앉아서,

끝간데없이펼쳐진태평양을바라보면서

무엇을생각하였을까.

트레일을따라쭈욱걸어보았습니다.

거센바람에날아갈듯하였지만,

한걸음한걸음힘들게걸으며끝까지가서바라다본바다….

음…무서웠습니다.

누가뒤에서나를휙,떠밀것만같은생각이잠시들기도했다니까요.

소름이확끼쳤습니다.-.-;;;

거센바닷바람에풀들이쉽게무너지더라구요.

꼿꼿하게서지못하고

쉽게주저앉아버리는풀,

세차게달려드는바람에아무런저항도하지못한채

속절없이저렇게눕는풀조차아름답게보여지더라구요.

풀이눕는다

비를몰아오는동풍에나부껴

풀은눕고

드디어울었다

날이흐려서더울다가

다시누웠다

풀이눕는다

바람보다도더빨리눕는다

바람보다도더빨리울고

바람보다먼저일어난다

날이흐리고풀이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눕는다

바람보다늦게누워도

바람보다먼저일어나고

바람보다늦게울어도

바람보다먼저웃는다

날이흐리고풀뿌리가눕는다

풀/김수영

끊임없이불어오는바닷바람에무너지는것은풀만이아니었습니다.

천년을버티고서있는사이프러스나무도휘어져있더라구요.

살아남기위하여바람이불어오는모양대로굳어진자세로서있는사이프러스.

달리고또달려어렵사리찾아간등대는클로즈였습니다.

허탈하더군요.

어떡하나…그냥돌아서야하나..갈피를잡지못하고있는중에

그때저만치걸어가는사람을보았습니다.

그래서저도닫혀진문틈새로빠져나가그사람들을바짝따라갔고,

덕분에멀찍서나마등대를볼수있었습니다.

1870년에세워진PointReyesLighthouse.

등대까지가려면300개의계단을내려가야합니다.

굳게잠겨진문.

나는다시는이곳에오기가어려울것입니다.

하여,아쉬운마음으로그저바라보기만합니다.

거세파도와끊임없는바람,그리고지독한안개에서

고독한등대지기는

수많은사람들에게,

그역시고독한항해사들에게살아있는등불이되었을것입니다.

등대지기가살고있는관사입니다.

걸어다니는동안하도바람을많이맞아어지러운머리를

내차운전석의의자를뒤로바짝눕혀편안한자세로쉬는동안에

내눈높이로보여지는바다입니다.

한참을그렇게바다를바라보고있는데무언가움직임같은것을느껴유심히둘러보니

오른편언덕위에사슴들이나타났더군요.

어린사슴들인데도바람이심하게불어대든데도전혀흔들리지않더라구요.

사람인나는이리저리흔들려날아갈것만같았는데….^^

등대를떠나어둑한길을마냥달려돌아나오는길에

이사진을찍고는그냥가만히운전대를잡고앉아멀리하늘을바라보았습니다.

나는왜여기까지왔을까….하는생각이들었어요.

왜?

이렇게멀리달려왔을까?

어떻게할도리없이순간적으로뜨거운눈물이쏟아졌습니다.

사방이밀폐된내차는내게편안한쉼터가되어주었고

그조그만나의공간에서나는거림낌없이마냥울어버렸습니다.

글쎄…소리없이눈물만흘리며울다가,나중에는걍엉엉소리내어울어버렸다니까요.

뚜렷한이유도없이

그냥욱하며쏟아진울음은나를정화시켜준것같았습니다.

긴울음을그쳤을때,

분명하게느낄수있는침묵의순간이왔었고,

긴침묵중에깨닫게된것은

내마음속에웅어리진모든것들을쏟아버린기분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절박한울음을뚫고찾아온침묵은내게편안한마음을갖게해주었고,

생각만해도숨이탁탁막힐것같은내앞길이

잘풀릴것같다는느낌마저찾아왔습니다.

걱정거리없는사람,이세상에있을까요?

다그만그만한걱정거리를안고살아가는우리들이잖아요.

캄캄한낯선길을하이빔을키고약2시간이상정도달려

소살리토를거치고,

금문교를건너

샌프란시스코의시내에들어섰습니다.

아침에소살리토에서예약한호텔을찾아가

방에짐을내려놓고방에서적당히저녁식사를해결할까하다가

마음을바꾸어밖으로나왔습니다.

싱싱한생동감이감도는샌프란시스코의밤거리.

이길,저길호텔주변을돌아다니며구경을하면서적당한미국식당을찾아들었습니다.

나는배가많이고팠고,주문한음식은맛있었습니다.

저녁을먹으면서제가좋아하는롱아일랜드아이스티두잔을마셨습니다.

적당히취한나는싱그런저녁바람을쐬면서,

적당한흔들림을즐기면서,

호텔까지다시걸어돌아와

그냥푹쓰러져깊은잠이들었습니다.

  • 2/23/2011,여행다섯쨋날,

  • ThePointReyesLighthouse에서

  •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