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그랜드 캐년

팔월중순경,잠시이곳에들린귀인을모시고

하루휴가를얻어당일치기로다녀온그랜드캐년사우스림.

저협곡을마주하고서있을때마다가슴속을휘몰아치는강렬한감동을

어떻게표현해낼수있으랴.

하여다음은,천관우님이쓰신<그랜드캐년>에서인용해본다.

K형,황막(荒漠)의미개경(未開境)’애리조나’에와서이처럼조화의무궁을소름끼치도록

느껴보리라고는미처생각하지못했습니다.’그랜드캐니언’의웅혼(雄渾)괴괴한절승(絶勝)을

그한모퉁이나마전해드리려고붓을들고보니,필력이둔하고약한것이부끄러워집니다.

k형,’애리조나’주’피닉스’.

불사조의이름을지니는이곳에온것이5월7일.기온은화씨90도를오르내리고있습니다.

내리쬐는강렬한햇볕에,시야에들어오는것이라곤메마른암괴(巖傀)로만되어있는듯기묘한

‘스카이라인’을이루는미국남부특유의산형과,거리마다우거진높다란종려(綜櫚)의가로수입니다.

이’피닉스’에서다시대협곡의관문인’홀래그스태프’까지자동차로여섯시간의행정(行程)입니다.

중략…

눈앞에전개되는아아황홀한광경!

어떤수식이아니라가슴이울렁거리는것을어찌할수없습니다.

이광경을무엇이라설명해야옳을는지.

발밑에는천인(千刃)의절벽.

확터진안계에는황색,갈색,회색,청색,주색으로이롱진

기기괴괴(奇奇怪怪)한봉우리들이흘립(屹立)하고있고

고개를들면유유창천(悠悠蒼天)이묵직하게드리우고있는것입니다.

나는지금550m의협곡남안에서있습니다.

그리고K형.나는이것을보려여기에온것입니다.

별안간일진의바람이거세게불어닥치며옷자락을휘몰더니휘나리는눈,누.

멀리이협곡의대안(對岸)인’포웰’고월을운무의품안에삼키고기발한봉우리를삽시간에

차례차례로걷우고마침내눈앞에보이던마지막봉우리를삼키고망망한운해,휘날리는눈보라,

그리고숨가쁜강풍.회명(晦冥)한천지속에나는옷젖는것도잊고서있을수밖에없었던것입니다.

‘염천지지유유(念天地之悠悠):천지의유유함을생각하노라니

독창연이체하(獨槍然而涕下):홀로처연하여눈물이흐른다’

라고한옛사람의글귀가선뜩머리를스치면서

까닭모를고요한흥분에사로잡히는것입니다.

까마득히내려다보이는저길.

수년전,저길을걸었던때도아마한여름이었었지?

트레일끝자락에서서검푸르게협곡을휘몰아소용돌이치며흐르던콜로라도강을내려다보며

얼마나전율하였었던가!

눈앞에펼쳐진

장엄과신비스럼

황토빛그계곡

숨막히는감동이어라

타임머신을타고

4세기쯤그순간에나는

콜로라도강가에앉은인디언처녀

사냥나간님을기다리는아낙이었어라

뒤돌아다시보면

시기와질투로얼룩진현실

공해로숨막히는세상이아닌가

나는눈감고저아래

시간의낭떠러지로

금새뛰어내리고싶어라

그랜드캐년/김경영

이번은하이킹이목적이아니라그저귀인을모신관광이라

포인트도딱두군데밖에가지않았다.

이런…세상에.

하여,아이스크림을먹으면서사우스림트레일을한갓지게걸었다.

여유롭게캐년을둘러보다가,

운좋게도,그리고감사하게도인디언들의노래를들을수있었고,

그들만의전통춤을볼수있는행운이있었다.

사랑의울림이여

환상의노래여

영혼의울림이여

인디언의노래를부르라

대지여,

바람이여,

태양이여,

여인이여,

그리고생명의여신이여,

당신을위해축복의노래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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