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지독히앓았다.

어젯저녁부터차가운물수건을이마에올려놓고

밤새도록자다깨다하면서

두통을견뎌야했다.

결국오늘회사도출근하지못했다.

간간히두통이물러가는순간에

햇빛이잔잔히퍼져있는거실에앉아

사진을모아둔상자를열고

지나간사진들을하나하나들여다보았다.

온전히혼자있는시간속에앉아

지난시간들을떠올린다는것은,

처절한고독의순간이다.

무심히흐르는시간조차정지된것같은순간들.

이세상에홀로오똑이있다는외로움이

뼈속까지스며드는시간이다.

유타주의ArchesNationalPark에있는DelicateArch.

내가저곳에도달하였을때기타를치고있던사람이있었지.

그때의분위기와

지금은선명치않지만그때의기타의선율이아직도내마음속에흐르고있는것같다.

뉴멕시코주의WhiteSandNationalMonument.

이른아침,

밤새바람이불어고운하얀모래밭을결곱게만들었었지.

삼각대를세워놓고혼자서기분을내기도했었고.

애리조나주에있는CanyondeChelly.

같은애리조나주이지만내집에서저곳까지꼬박9시간정도운전하고가야했었지만,

저일출을바라보던느낌.

언제나여행지에서만나는일출은나를행복하게하여주었다.

애리조나주에있는GrandCanyonNorthRim을하이킹하여

깊은계곡아래까지내려가찾아간폭포-RibbonFalls.

폭포안쪽동굴안으로들어가선명한무지개를보았었지.

혼자서하이킹하였다는내말에,

동갑내기내친구남편은혼자서겁도없었다며혀를끌끌차더니,

나에게전자총을선물해주었다.

다음부터꼭가지고다니라며….^^

하지만,그전자총은박스채아직도설합속에그대로놓여있다.

시카고에살때였으니,참오래된사진이다.

서울에서방문한네분의수녀님을모시고위스컨신주에있는HollyHill을찾아갔다.

저테이블에서내가정성들여준비해간점심을먹고난후,커피를마시면서담소할때다.

해맑게웃고계시던그분들은지금어떻게지내고계실려나.

같은수녀원에계시는막내시누이로부터얼마전에는책과CD가들어있는소포를받았는데….^^

시카고의보타닉가든으로수동카메라를가지고사진을찍으러다닐때다.

이곳으로내려온뒤로는그카매라를꺼낸적이없다.

할수만있다면,그수동카메라로사진찍는것을더배우고싶다.

올해처음으로지독한아픔에빠져들었지만,

이아픔을통해서나는내자신을다시되돌아볼수있었다.

내가지금어떻게서있는지다시돌아본시간.

그리고,

지나간것은모두아름답다.

난내일출근을하면휴가신청서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