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캐년 국립공원-서산에 붉게 걸린 해

블랙캐년은그저휘리릭둘러보는곳으로여기면될것같다.

마땅히하이킹할수있는긴트레일도없다.

또대부분이자동차주차장에서10여분걸어야볼수있는전망대가있고

어떤곳은한참밑으로내려가야전망대가있어서

다시올라오는길이힘든벅찬코스도있다.

다만차로이동하는길은새로포장한지얼마안되었는지새길이라기분은좋았다.

나는오후늦게야도착했기때문에해가기울기전에이곳의전망대를다둘러볼욕심으로

뜀박질하다시피해서열개가넘는전망대를다돌아보았다.

SouthRim의마지막포인트인WarnerPoint에차를주차하고내리는데,

"나이스햇"하는소리가들렸다.

막차에서내려서다고개를들고바라보니,내아들또래의젊은청년이나를보고웃고있었다.

청년은반갑다는듯이웃으면서자기는시카고에서이사온지몇달되지않고,

여기서한시간거리에서산다고자기소개를하였다.

그래?반갑다.나는애리조나에서왔어.

컵스이야기,컵스구장이야기,블랙캐년에관한이야기등을서로잠시나누고헤어졌다.

오늘은컵스모자때문에메사버디에서도,또이곳블랙캐년에서도

길위의나그네들이이야기를나누는계기가되었네.

이곳은블랙캐년의끝자락.

마침WarnerPoint에는왕복1.5마일정도의트레일이있는데,

지도를보니이트레일부근이자연보호구역(WildernessArea)이라고표시되어있었다.

그렇다면어쩌면블랙캐년이어떻게끝이나는지를볼수있겠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여기까지와서조금이라도트레일을걷고가야되지않겠어?하는마음도슬그머니생겼다.

한참산자락을걸어올라갔더니저아래는이렇게넓은평야가보였다.

초록색이저녁햇살을받아매우평화롭게보였다.

일몰의햇살은언제나부드러워…하고혼잣말을해본다.

트레일은얕으막한산꼭대기였다.

오른쪽으로보이는블랙캐년의검은바위와거니슨강.

이블캑캐년의끝자락아래로흐르는강.

아하…이렇게끝나는구나.

서산에걸린해가마지막열정을토하듯붉게타고있다.

지는해를바라보다갑자기떠오르는무엇이탁걸려왔다.

부지런히배낭안이곳저곳을뒤져보아도손에잡히지않는다.

아뿔싸.또차에서해드랜턴을가지고오지않았네.

낭패다.

어디론지잠자리를찾아가는새들이계곡위를날아간다.

저산아래로바짝내려선해가사라지면

곧어두워질것이다.

마음이급해진다.

걸음을빨리하다못해달리기시작했다.

다행이짙은어둠이깔리기전에주차장에도착했다.

내차만덩그러이서있다.

안도의숨을내리쉬면서그냥털썩주저앉아버렸다.

.

.

.

.

바람이세차게불어할수없이차안에서램프를켜놓고저녁상을차렸다.

어찌나바람이센지차가흔들거린다.

그래도늦은저녁은맛이좋았다.

또램프아래서내일가야할곳들을점검하고잠자리에들기전,

화장실에다녀오는길에밤하늘을올려다보다깜짝놀랐다.

까만하늘에는크고작은별들이가득하여반짝반짝빛나고있었고,

그한가운데길게누운은하수무리를보았기때문이다.

여태껏이렇게커다란무리의은하수를만난적이없었다.

당신은,

너무나아름다운광경에넋을놓을정도라면이해할수있을련지.

풀벌레들이노래하는아름다운밤에,

해드랜턴이아니면지척도분간할수없을정도의깊은어둠속에서

밤하늘은찬란히빛나고있었다.

태고의밤하늘이이랬었을까싶다.

은하수와빛나는별들을올려다보면서,

불현듯떠난이번여행이만족스러웠다.

내고된삶을잠시내려놓을수있을것같기도하였다.

그러면서내마음가득히떠오른분이있었다.

하늘의별이되어지금나를내려다보고계실것만같은분,내어머니.

어떻게해서든지살아가고자안간힘을쓰며,

그것을견디어내기위하여홀로낯선곳을헤매이고있는나를,

가여운눈으로바라보고있을것같은내어머니.

내죽어서도너를위하여기도하여주마,하셨던내어머니

저는요즈음한가지사실을깨닫고있습니다.바람은제가불고싶은대로불고우리는그소리를듣고도

바람이어디서불어와서어디로가는지조차모르거늘,하물며우리들의영혼이야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

지어찌알겠습니까.어머니의영혼도어디로부터와서어디로돌아가는지그것은아무도모릅니다.그러나

한가지분명한것은어머니는영원히죽지않는다는사실입니다.

최인호의<어머니는죽지않는다>중에서

9/19/2011(월)

여행셋쨋날,

블랙캐년국립공원에서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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