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斷想

지금이글을쓰면서두잔째의블랙커피를마시고있다.

나는연하면서도뜨거운커피를좋아한다.

지금은맑고투명한토요일이른아침.

쉬는날에는좀더오랫동안잠을자고싶지만,

이런날일수록더일찍눈이떠진다.

앞뜰에나가서니,

진홍색부겐봐니아,연분홍올랜드등꽃들이활짝피어있다.

아들의나무가부쩍많이자라서내집의지붕보다더키가높아졌다.

그나무밑,내자리에앉아한잔의커피를다마셨다.

이른아침의상큼한공기속에서나는,

조금행복했다.

뒤뜰로돌아와,

붉게물들은고추를땄다.

잘여문할로피노고추도땄다.

레몬나무밑의곁가지도맨손으로툭툭잡아당기면서쳐주었다.

깊은레몬향은나무가지와나무잎으로부터도품어나온다.

향기롭다.

텃밭에서칼로부추의밑둥을잘라낸다.

잘라온부추를비닐에담아냉장고에넣어둔다.

내일저녁에양배추와오이를넣고겉절이식김치를담글려고한다.

이렇게해서도시락반찬으로가지고가면인기가짱이다.

붉게물들은고추는배를갈라씨를빼낸후,

비닐에담아냉동고에넣어둔다.

다음달에귀한손님이우리집을방문한다.

그때그분을대접하기위해김치를담글때믹서기에갈아쓸것이다.

아…배추를한박스사는게좋겠다.

가끔씩밥사주고술사준친구들에게주어야겠다.

내가음식중에서가장잘할수있는것은포기김치이니까.

그런일들을끝낸후,다시커피를연하게내려

이렇게컴앞에앉아마시고있다.

어제는,

조금슬펐다.

조나단.

16살의나이로이세상을떠난아이의2주기미사와연도를그집에서하였다.

나는퇴근후,성당에들려서미사준비를하여그집으로갔다.

조나단의엄마는이웃들과열심히음식준비를하고있었고,

조나단아빠도나를반갑게맞아주었다.

집안곳곳에는조나단의사진들이걸려있다.

심지어냉장고문에까지.

조나단의친할아버지,친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에게인사를드리고난후

커다란테이블에미사준비를하는동안교우들이하나둘모여들었다.

신부님의제의까지다펴놓고,

아직미사를시작하기까지시간이있어조나단의아버지를따라뒤뜰로나갔다.

이미조금씩어둠이내린뒤뜰은조명불빛으로아름다운자태를보이고있었다.

잔디가깔린뜰위를걸으면서,

오렌지나무와사과나무사이를걸으면서,

작은폭포가있는연못주위를걸으면서,

그가자기의아픈마음을내게말하였다.

나는그저듣는다.

조나단.

두살때인가이웃이이쁘다고안고어루어주다가땅에아이를떨어뜨렸다.

그이후로아이는정상적인아이가아니었다.

자기의잘못이아닌타인의잘못으로아이가평생그렇게살아가야했을것을견디어야만했던

조나단부모의마음고통을어떻게우리가상상할수있을까?

내가그아이를첨보았을때,

그아이는미사를드릴때가끔씩괴상한소리를지르곤하였던

덩치가자기아버지보다더큰아이였다.

늘침을흘리고있었기에턱받이를하고있었던아이.

그래도그부모는꼭주일마다성당으로아이를데리고왔고,

그아이는자기들에게천사라고말하곤하였다.

2년전,감기로인한폐렴으로중환자실에입원한조나단.

주일미사가끝난후신부님을모시고조나단에게갔다.

덩치가유난히큰아이를버둥거리지못하게

손과발을침대네모서리에묶어놓았는데,

그침대가회전하면서방사선치료를받고있었다.

신부님은조나단에게병자성사를행하시고,

조나단부모님은고백성사를받았다.

그리고이틀후,

끝내병을이기지못하고이세상을떠났다.

16년동안이세상에살면서언제나두살의연령으로살았던아이.

그런아이를부모는어디든지데리고다녔고,

그런아이를데리고부모는먼길의여행까지다녔었다.

지금대학생인조나단의형보다

더욱조나단을사랑하였던조나단의가족들.

회사를하루쉬고조나단의장례미사를준비하면서,

그때나는많이울었다.

그부모는지금껏그아이를가슴에품고언제나힘들어한다.

지난8월중순,엘에이에갔었는데,

그부모와저녁을같이먹었었고,

조나단부모는또그자리에서조나단을생각하며소리죽여울먹였다.

어제미사때신부님은,

조나단의부모에게이제더이상조나단을붙잡지말고보내주라고,

그래야조나단이편하게하늘나라로올라가지않겠느냐고.

그리고조나단이부모님에게바라는것은,

두분이더이상자기때문에슬퍼하지않고행복하게살아가는것일거라고말씀하셨고,

조나단부모님은또울었다.

미사가끝난후신부님은조나단의부모을꼭껴안아주었다.

어제늦게조나단의집을떠나

내집으로돌아오는길에,

우편함을열어보았다.

여러가지매일중에기다리던엽서가있었다.

그엽서를읽으면서,

나는조나단의부모님을떠올렸고,

그리고어둠속의앞뜰에잠시앉아,

밤하늘의별들을바라보았다.

나는생각한다.

내게주어진삶을,

그삶의하루하루속에서이어지는인생여정을,

그리고현재내가짊어지고가야하는십자가를.

나는나의십자가를무겁게여기지는않는다.

다만,

그십자가를잘지고갈수있기를기도한다.

아….

나는내게주어진모든것들을사랑한다.

그것이가혹한형벌로내게내려진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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