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는바람따라시시각각그생김새를바꾼다.
뚜렷한곡선미로아름다운여성의몸을연상시키듯
길게뻗은모래언덕은그냥바라보고만있어도한없이아름답다.
특히,이른아침이나저녁은
능선의음양이또렷하다.
낮에걸은사람들의발자욱을밤새바람이다지운
이른아침의모래언덕.
내발자욱….
어쩌자고너는혼자서그렇게있는거니?
지독한생명력.
아침햇살은뜨겁다.
그러나그뜨거움조차나는지금맘껏가슴에받아안고서있다.
이시간,이자리에서있기위하여,
나는지난밤아스펜에서부터험준하고높은산속을뚫고달려왔다.
어둠속의낯선길가의가로수들이미랍처럼서있으면서
쏜살같이스쳐지나가는나를향하여손을흔드는것같기만하였다.
칠흑처럼어두운밤이었고,
처음으로달리는길이었고,
오고가는차들도거의없었고,
그런데왜그렇게달빛은밝고맑았을까.
그래서,
나혼자만이세상에덩그러이있는것같은고립감같은것이순간나를감쌌지.
무서움이살짝들었어.
혼자라는것이.
친구가구어준시디를듣다가
양희은의’한계령’의가사가마음에닿아서
계속그노래만나오게맞추어놓고수없이들으면서몇시간을달렸나.
그레이트샌드던입구에도착하니새벽1시경.
나는그냥차안에서뻗어버렸어.
생각해봐.
아침부터아스펜의머룬벨꼭대기까지거의10시간정도하이킹을하고
또이렇게너댓시간장거리운전을하였으니말야.
모래밭걷기는생각보다힘들어.
발이푹푹빠지고
해는뜨겁고.
똑바로걸을려고해도
내의지와는상관없이저렇게지그재그로걷게되더라구.
발이푹푹빠져힘도들고걷기에도지쳐서
아예모래밭에누워버렸지.
주위에는나밖에없었으니까눈치볼것도없었어.
따가운햇살이사정없이나를휘감더군.
하늘은구름한점없이청록빛이었어.
똑바로누워하늘만바라보았어.
모래의감촉이참좋더군.
그때나는들었어.
모래의소리없는함성소리를.
그함성소리때문이었을까.
내안에서뜨거운기운이솟는것같기도하였고,
아…살짝눈물이삐질나오기도하였어.
왜그랬을까…
주먹으로눈물을닦아내면서고개를옆으로돌렸는데
모래언덕꼭대기에
신기루처럼저렇게사람이나타나서있는거야.
난다시일어나걷기시작했어.
나도저꼭대기까지올라갈꺼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