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의 빡빡한 일정중에서의 여유

루르드로오는버스안에서가이드가준비해온<루르드>라는영화를보았습니다.

믿음이강한엄마가아직믿음이란무엇인지도잘모르는딸을데리고루르드를찾아옵니다.

그딸은자기머리조차빗을수없이꼼짝못하고다른사람의도움을받으며

휠체어에의지하며살고있고,

이딸을돌보아주는젊은여자자원봉사자간의이야기입니다.

그닥재미가있지는않았지만몇몇귀절들은가슴에다가왔습니다.

"치유의기적은먼저영혼이치유되어야그다음에육체의치유가이루어집니다."

"우리의운명을겸손하게받아들이려고노력해야지요"

"삶은특별합니다.모든삶이다를뿐,더나은삶은없습니다."

저는이영화를보고서야’성모마리아발현지’라는것외에는

아무런사전지식없이찾아온이루르드가어떤곳인지,

어렴풋이감을잡을수있었고이영화는제게적잖은도움을주었습니다.

호텔로들어오기전에조금이른저녁을먹고호텔에여장을풀고,

순례를떠나기위하여일행이다시모였습니다.

수많은순례자들이찾아오기에그에맞는많은호텔이있어야하는데,

워낙작은산골마을이라움직이는공간이어찌나좁은지모릅니다.

저아랫길에밖에버스가들어올수가없어서커다란가방을끌고어렵게호텔안으로들어왔더니

로비와엘리베이터안도형편없이작은사이즈드라구요.

자연히호텔방도엄청작았지만,이해가되었습니다.

흐리고가끔비가흩뿌리기에모두들단단히옷을입었습니다.

늦은밤까지일정이빡빡하게짜여져있었거든요.

오늘은수녀님의안내로벨라뎃다기념관을관람한다음에,

성비오10세성당에서의’성체강복’에참례하고

저녁6시에우리들만의미사를드린다음에

매일밤9시에있는’촛불묵주기도’에참여하는것입니다.

음…비록제여행기가재미가없더라도이해하여주시기바랍니다.

그저제삶의한부분이라있었던그대로기록을하고있으니까요.

하필이날에프랑스의전역에서약12,000여명의중고등학생들이이곳으로수학여행을왔다네요.

거리거리마다저렇게학생들이몰려다녔습니다.

벨라뎃다성녀기념관에서나와성비오10세성당으로향하였습니다.

루르드에서제일눈에많이띄는것은수많은휠체어행렬입니다.

마치이세상의모든휠체어가이곳에모여있는것같았고,

저렇게움직이지못하는병자들이많이있구나생각하니마음이짠해지기도했습니다.

이휠체어하나마다자원봉사자들이밀고다니는데

현재루르드에서상주하고있는자원봉사자는약8,000여명이라고합니다.

전세계에서찾아온이자원봉사자들은모두자비로비행기표를구하고

이곳에서도자비로숙식을해결하며무료봉사를하고있다고합니다.

사진속의하얀모자에검정줄이있는모자를쓴사람들이자원봉사자들입니다.

우리일행도성당정가운데에있는제대를향하여

시멘트바닥위로카펫을깔아놓은곳에편안히앉아있습니다.

루르드성모발현100주년기념으로,1958년3월25일봉헌한이성당은지하입니다.

노출콘크리트양식이며예수그리스도의상징인물고기모양으로설계되었고,

내부엔아무런지주나기둥이없는것이특징입니다.

길이201m,폭81m,약30,000명을동시수용한다고합니다.

루르드를찾아오는사제나수도자,또는일반봉사자들이

‘성체강복’을하기위하여입장하는데

꽤많은분들이입장을하네요.

이사진까지만찍고는온전한마음으로성체강복을하기위하여

더이상사진을찍지않았습니다.

성체강복이끝난후우리들만의미사를위하여다시성당으로향하였습니다.

갑자기맑고은은한종소리가사방으로울리며퍼졌습니다.

첨탑꼭대기에있는종을6시에타종하나봅니다.

건물속의사진은교황비오9세로

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님의신비를정식교의로발표하셨습니다.

2층성당로비는상당히넓은편입니다.

이곳에서바라보는루르드풍경을

비가오다말다하여약간쌀쌀하면서도우중충한날씨속에서

내마음안으로다받아들입니다.

이곳에서서바라보자니,

내가어떻게해서이곳까지오게되었을까…하는생각이잠시스쳤고,

보이지않는분의이끄심이확실하다는마음이들었습니다.

저멀리오른편산등성이에보이는것은오래된프랑스의고성이라네요.

벨라뎃다성녀의뼈한조각이저안에들어있다고하였습니다.

그앞에놓여진기도촛대들.

무수한사연의기도가이루어지길바랍니다.

저도벨라뎃다성녀에게제아들을위하여빌어달라고간구하였습니다.

Ste.Anne채플에서가진우리들만의미사.

기억납니다.

맨앞의자에앉아있는제룸메이트데레사옆에서미사내내눈물을훔쳐내던제가.

그때의떨림과감동을고스란이지금저는느끼고있습니다.

성지순례중의미사는더욱마음을뜨겁게다둑거리며예수님이찾아오는것같습니다.

그러기에다른분들도눈가를연신닦고있었던게지요.

밤9시에시작하는촛불묵주기도는약1시간정도걸렸습니다.

이것을끝으로오늘의일정이끝났고각자자유시간이주어졌습니다.

대부분연세가지극한분들은잠자리에들어갔고,

저는혼자서다시마사비엘동굴로향하였습니다.

성모님께서발현하셨던마사비엘동굴의샘물에다수도관을연결하여

기적수를마음대로마시고,담아가기도합니다.

촛불묵주기도가끝난후호텔로돌아가물병을가지고와서

저도저렇게마시고,담아왔지요.

빗줄기가간간히거세지는데도마사비엘동굴앞에는많은사람들이

우산을쓰고있거나우비를입고서있었고,더러순례자들은장궤를하고있었습니다.

(저렇게샘물이쏫아나는것을감히저는찍을수가없었어요.

위의사진은구글에서빌려온사진입니다.)

식수대에서기적수를마시고온저는동굴암벽을손바닥으로어루만지며걸으니

성모님의온기가느껴집니다.

그앞에무릎꿇고기도드리다고개를들어성모님을바라보니

"잘왔다…네맘을내가안다"고위로의말씀을건네주시는듯하여

다시금제가슴이감동과애잔함으로저려오듯합니다.

저도조용히그앞에앉아있다가돌아갈려고했는데밤11시에미사가있다고하여

다시미사참례하고호텔로돌아오니자정이훨씬지나있었습니다.

고단하지만의미있는하루가또이렇게지나가고있습니다.

빡빡한일정중의여행중에서이런여유가있어서참으로좋은하루였습니다.

4월19일(목)

프랑스의루르드에서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