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즈음많이울적해보였나요?전화로저를걱정해주던그대의목소리가아직도제귓가에서맴돌고있어요.
아닌게아니라제가생각해봐도그렇네요.도무지마음의갈피를잡을수가없고,집안일에도열중할수가없네요.
집안일이라야제먹거리준비와집안청소와일주일동안모아두었던빨래정도인데요,아무것도손에잡히지않고
그래요.오늘성당에서돌아와뒤뜰의의자에앉아가만히이원인이무엇일까생각해보았어요.어느사이에노랗게물들은사과나무잎들이떨어져주위에소복이쌓여있는것을바라보면서,흔들거리는따뜻한바람에몸을맡기며골똘히생각에잠겨보기도했어요.그러다알게되었어요.그원인을.며칠전우연히이책을읽을려고가져왔지요.수십년전에그분이쓴<흙속에저바람속에>라는책에열광한적이있었었지요.이책의제목은<지성에서영성으로>예요.책을읽을려고뒤적이다가[아버지와딸의만남]이라는카테고리를넘기게되었고,그리고그편지를읽게되었습니다.
덜커덕거리는가슴으로집에돌아와검색을하다가그분의딸이올해사월에이세상을떠났다는것을알게되었죠.생전에알지도못하던사람들이었지만허망과분노가제가슴속을가득히채웠고,그리고나서부터제가다운되기시작한것을깨닫게되었던것이지요.
조금전의그대전화를받고슬펐어요.그대는나른한오후에휴식을취하면서오늘아침신문을읽다가얼마전에그랜드캐년에서떨어져죽었다는어떤사람의이야기를했지요.이제겨우24살의꽃다운나이의여자가발을잘못디뎌그랜드캐년의낭떠러지로떨어졌다면서,그기사를읽으면서유난히그곳을좋아하는내가걱정되었다구요.그여자는어렸을때루마니아에서이민와서이곳에서자랐고,수학을전공하였지만4개국어를유창히하는인재라고했어요.결혼한지도얼마되지않았다구요.그당시남편과같이있던그여자는순식간에이세상사람이아니게되었지요.그남편이얼마나허망하겠냐며그대는수심에가득담긴목소리로제게말했었지요.수년전에는보스톤마라톤에서우승한여자마라토너가그랜드캐년을하이킹하다가죽기도하였지요.그때그여자도24살이었고혼자가아니라친구들과같이하이킹을하다가사고를당한것이지요.그대의전화를끊고나서나는터져나오는눈물을막을수가없었어요.이일저일이겹쳐서나자신을지탱하기어려웠기도했었구요.나는그때성당에서집으로돌아오는중이었잖아요.눈물을펑펑쏟으면서운전을하였어요.
나는그대를바라보고있으면지금도가슴이시려요.쓸쓸한그대뒷모습을바라보면서그대평생의반려자의죽음을생각하면내마음이절절해요.그일이후,점점야위어가는그대를지켜보면서섣불리가까이다가갈수도없어서안타깝기도했었지요.그리고하느님께물어보기도했었지요.사십평생을한지붕밑에서살아왔던사랑하는남편과자식들에게헤어지는인사조차할시간도없이,한순간에당신나라로데려갈수있냐구요.이세상에서열심히살던사람들이이세상의삶과작별하는모습들은여러가지이겠지만,그래도최소한사랑했다,고마웠다,나중에하늘나라에서만나자…하고인사할시간은주어야하지않겠냐고따졌지요.이왕이세상에서당신나라로데려갈거면,딱삼일만이라도여유를주면좋지않겠냐구요.이세상에서함께하였던사람들에게작별인사와용서를청하는시간이필요하지않겠냐구요.저도그렇게급하게데려갈거냐고요.
사는것이뭔가요?